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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행복한 교육] 2020년을 보내며 공교육 현실을 걱정한다

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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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지난 10월19일 시작한 전면등교는 학교를 활기차게 했지만, 지난주부터 수도권발 코로나 확산으로 다시 3분의 2 등교로 바뀌었다. 그런데 주말부터 확진자 수가 1천명을 넘었다.

성탄을 앞두고 교회발 코로나19로 대구도 긴장 속에 들어갔다. 교육청은 긴급하게 교사들 접촉 여부를 조사했다. 또다시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되면 학년을 이렇게 마무리하게 될까 우려스럽다.

그런데 왜 이렇게 교회가 자꾸만 코로나 확산의 못자리가 되고 있을까? 성탄을 앞두고 '예수님은 1월8일에야 만날 수 있다'는 개그가 유행이다. 예수님도 15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산타클로스도 착한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배달서비스로 보내야 될 것 같다.

성탄이 다가오니 예수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연수 중에 프리드리히 니체의 '신은 죽었다'를 배우면서 예수를 생각해 보았다. 아기 예수가 태어났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게 된 이들은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떼를 지키는 목자들'이었다. 이들에게 천사는 예수가 구유에 태어난 것은 '너희를 위한 표징'이라고 말했다. 하늘의 군대들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라고 찬미했다. 여기에서 평화는 정확하게 '그 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만 있다고 했다. 예수님은 자라서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에게만 '행복하여라'라고 하면서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고 하셨다. 이렇게 누가 평화를 누리고 누가 행복해질 사람인지를 분명히 말하셨다. 아무래도 어쩌면 올해 성탄절엔 기후위기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예수님이 아예 이 땅에 내려오시지 못할 듯하다. 오신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신을 발견하지 못하고 신을 죽이는 이들에게는 오시지 않을 것 같다. 교회는 니체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이후 진짜 그리스도인은 아무도 없다고 한 말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한 해를 보내면서 도대체 이 땅에 교육은 살아있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2020년은 코로나19와 함께 기후위기와 환경재난, 학교교육이 길러낸 시험 1등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를 기록할 것이다. 코로나19 가운데서도 의료파업과 동맹휴업을 한 이과 1등들과 문과 1등이었을 검사들의 집단행동을 생각해 본다. 검사들은 다른 공무원들을 집단행동으로 기소했으면서 정작 자신들은 집단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주 서울 강남 서초구에 있는 경원중 사건은 대한민국 공교육의 단면을 정확하게 보여주었다. 지정 절차를 다 거치고 3월 시행을 앞둔 것을 두고 일부 학부모들과 인근 아파트 주민들 300여 명이 학교장과 교사들을 학교에서 나가지 못하게 막고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와중에도 야간 집회를 열고 기어이 혁신학교를 철회시키고서야 멈추었다고 한다. 이들의 주장을 분석해 보면 혁신학교는 강북의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나 시켜라. 학교는 아무것도 하지 마라. 집값 떨어지니 교육 같은 것 하지 말고 그냥 아이들이나 잘 관리하고 있다가 제시간에 돌려보내라. 공부는 사교육이 알아서 하겠다는 것이었을 것이다. 법이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공교육이 무력화되는 현장이었다. 이미 강남 집값은 천정부지인데 더 올라야 한다고 하니 돈이 마약인 셈이다.

내가 1등이나 부자가 되어 본 적이 없어서인지 몰라도, 1등과 부자들이 다들 왜 이런지 모르겠다. 예수가 오죽하면 1등만 했을 율법학자들인 바리사이들을 멀리했을까 생각해 본다. 바리사이는 분리주의자를 뜻한다. 자신들을 유다인들과 구별 짓고 차별하는 일을 법이라 여겼던 이들이었다. 예수는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고 쐐기를 박았다. 부자들은 자신들의 집값을 더 높이고, 자식들의 1등을 위해 학교마저도 협박을 한다. 교회가 신을 죽인 것처럼 세상은 공교육을 죽이고, 학교는 교육을 죽이고, 마침내 지구마저 죽이고 있음을 한 해를 보내면서 더 늦기 전에 알아차리면 좋겠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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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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