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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모임-행사 사라진 연말연초...홈술로 마트 주류 판매 급증...112신고건수 급감, 비접촉범죄-아동학대는 증가

2021-01-10 21:00

[월요앤] 코로나19가 바꾼 '문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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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 연초 특별 방역 대책에 따라 커피전문점에서 실내 취식이 금지된 4일, 중구 동성로의 한 커피전문점의 좌석과 테이블이 한쪽으로 치워져 있다. <영남일보 DB>



◆사교 '문화'
지난 9일 대구의 한 번화가. 예전 같으면 토요일 밤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을 카페와 식당들이 한산했다. 밤늦게까지 불을 밝히고 '야행성' 시민들의 휴식처가 돼 주던 카페들은 저마다 '홀 영업 불가' 안내문을 붙이고 영업 제한 소식을 알리고 있었다. 카페 내부에는 테이크아웃 손님 몇 명밖에 없었다.


코로나19가 이른바 '사교 문화'에도 크고 작은 변화를 불러왔다. '사교'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생활을 위해 여러 사람이 모여 다른 사람들과 사귐'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많은 타인과 교류하고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 그런 활동은 코로나19 확산 전엔 너무 자연스러워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일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예전처럼 스스럼없이 누군가를 만나고 교류하던 사교 문화에 제약이 생긴 것이다.

 

특히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가 전국적으로 확대실시된 지난 4일부터 변화상이 뚜렷했다.
대구의 30대 직장인 안모씨는 "퇴근 후 한두 명의 친구들과 카페에서 수다를 떨거나 혼자 책을 읽는 게 일상이었는데, 4일부터는 마스크를 써도 카페를 가지 못해 좀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할 수 없이 취식 가능하다는 브런치 카페를 찾아갔는데, 밤 9시 전에 문을 닫아 쫓기듯 나왔다. 내 인생에서 카페를 마음대로 못 가게 되는 일이 생기다니 놀라웠다. 물론, 병원 환자들이나 자영업자 등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많은데, 이 정도는 참아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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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대구 한 카페에 오는 17일까지 카페 홀 영업이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시민들은 카페·식당 등지에서 이뤄지던 '대면 모임' 대신 SNS 등을 통해 비대면 방식의 사교 활동에 적응하고 있다. 

 


각종 사교 모임이나 행사가 많은 연말·연초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았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12월 전국 만 19세~59세 직장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연말 분위기' 및 '연말 모임'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대부분의 직장인은 집에서 차분하게 연말을 보낼 계획이라고 조사된 바 있다. 전체 응답자의 86.3%가 코로나19 이후 연말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를 체감하는 편이라고 응답했다.


물론, 달라진 '사교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의례적·반강제적으로 참여해야 했던 모임에 가지 않아도 되고 개인의 시간, 여가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음주 '문화'
밤 9시 이후 술집·음식점의 영업 제한 조치로 친구·동료들과의 술자리를 즐기는 직장인 박모씨(37·대구 수성구)의 '밤문화'는 확 바뀌었다.


박씨는 "음식점이나 술집에 가도 오후 8시50분이면 문 닫는다고 테이블 마다 얘기하러 온다. 그러다 보니 지인의 집에서 소규모로 술을 마시거나 집에서 혼술을 하게 된다"면서 "모텔 등에서 조촐하게 술자리를 가지는 이들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외부 모임이 줄고 밤 9시 이후 술집·음식점의 영업이 제한되면서, 주당들의 밤문화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외부 술자리 대신,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 '홈술'족이 늘고 소규모 홈파티가 증가하고 있는 것.


이에 발맞춰 대구지역 대형마트에서의 주류 판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대구지역 7개 이마트 점포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된 지난 12월 주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6.1%나 증가했다. 맥주는 32.3%, 소주는 22.2% 매출이 늘었다.


와인과 양주는 각각 91.5%, 103.3%로 판매 증가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와인의 경우 1만원 미만의 중저가 와인 대중화에 따라 지난 12월 대구지역 이마트에서의 매출이 맥주 매출을 넘어서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와인의 수입액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와인 총수입량은 약 3만 9천t, 수입액은 약 2천600억원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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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한산해진 중구 동성로 골목. <영남일보 DB>

이와함께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내식과 홈인테리어, 취미 관련 매출도 부쩍 늘었다.


이마트 대구지역 7개 점포의 지난 12월 홈데코용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7% 급증했고, 취미 완구 매출도 73.4% 껑충 뛰었다. 집쿡과 홈파티 등의 영향으로 피코크 밀키트는 같은 기간 218.7%, 축산 34%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이준재 이마트 만촌점 영업팀장은 "밤 9시 음식점·술집 등 영업제한 이후 대형마트의 경우 객수 증가에 뚜렷한 변화는 없다. 다만 회식·외식 등이 줄면서 대형마트에서 주류와 신선·가공식품을 평소보다 더 구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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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대구 한 카페에

◆범죄 '문화(?)'
범죄에 '문화'라는 단어가 그다지 어울리지는 않겠지만, 범죄도 시대적 특성과 사회상에 따라 나름의 경향을 보여왔다. 실례로 경찰대학 치안연구소가 선정한 '2020년 10대 치안 뉴스'에는 첫 번째로 마스크 매점매석 등 '코로나19 관련 불법행위'가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일시적으로 국내 범죄 양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유의미한 데이터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생활'이 이어지고 음주 기회 등이 줄어들면서, 덩달아 112 신고 건수가 줄어든 것. 112신고 건수는 치안수요를 직접 나타내는 지표로 통하며, 다양한 변수들에 의해 결정된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치안전망 2021'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112 신고 건수가 예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월부터 10월까지의 총 112 신고접수 건수는 약 1천596만 건이었으나, 2020년 동기간 접수된 신고 건수는 총 1천552만 건으로 약 44만 건 이상의 신고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3월부터 112 신고건수가 전년 대비 감소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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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0년 월별 전국 112 신고 건수 비교.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2020년 3월의 신고 건수 감소가 두드러진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이를 두고 치안정책연구소는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으로 인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되고, 외출이 자제되면서 치안서비스 수요 또한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했다. 이와 같은 추세는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의 개발과 보급이 완료되는 시기까지 유지될 것으로 치안정책연구소는 내다봤다.


대구지역 112 신고 건수 역시 코로나 확산 및 재확산 상황에 영향을 받는 흥미로운 현상을 보였다.


10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 112 신고 건수는 91만5천361건으로, 지난 2019년 94만1천513건 대비 신고 건수가 2.8%가량 감소했다.


대구에서 코로나19가 급속 확산하면서 시민들이 강력한 자발적 거리두기를 했던 지난 3월과 4월엔 112 신고 건수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7.2%, 7.5% 급감했다.


코로나19 상황이 다소 안정화됐던 지난해 여름 대구의 112 신고도 잠시 증가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이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연말까지는 신고 건수가 다시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다만, 공갈·협박 등 '비접촉 범죄'와 '아동학대' 등의 특정 범죄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국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치안정책연구소는 분석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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