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10111010001264

[동대구로에서] 주식회사 대한민국

2021-01-13

개인이 설 자리 없었던 조선
고종 땐 민초들도 마음 떠나
구한말부터 계속 사분오열
다음 대통령 입후보자들은
누구의 나라인가 답변해야

2021011101000324600012641
이춘호 주말섹션부 전문기자

조선은 종묘사직의 나라였다. 임금과 가문과 조상의 몫이었다. 개인이 설 자리는 없었다. 성리학이 그걸 하나로 묶어주었다. 성리학은 세상의 이치를 다 안다 자부했다. 그런 성리학이 날벼락을 맞는다. 일본한테 나라를 빼앗긴다. 무력(武力) 앞, 성리학은 무력(無力)하기만 했다.

글(文)을 앞세운 정몽주의 고려는 이성계·이방원의 철퇴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다시 오래오래 붓이 조선을 쥐락펴락한다. '성리학 인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한다. 고종이 옥좌에 앉을 무렵 조선의 내공은 '종이호랑이' 수준. 세상만 변했고 조선은 요지부동이었다.

영국·프랑스·스페인 등이 식민지쟁탈전, 독일·미국·일본의 땅 따먹기 시합이 병행된다. 자본주의와 민족주의가 결부된 제국주의가 19세기의 대세가 된다. 감 빠른 미래파 선비들은 '조선 끝'이라 선언한다. '민주'가 장착된 새 나라를 고민한다. 곳곳에서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한다. 천도교의 수운 최제우, 동학농민운동의 전봉준, 원불교의 소태산, 증산도의 강증산, 기독교와 가톨릭도 가세해 선교전쟁을 벌인다. 김옥균, 신채호, 박영효, 안창호, 이상재, 서재필, 이승만 등이 세를 키운다. 이승만과 서재필 등은 미국을 주군으로 품는다. 이완용은 미국과 일본을 저울질하다가 일본을 잡는다.

민초들의 맘도 돌아선다. 기독교 선교사한테 맘을 더 준다. 수운 최제우가 죽은 조상을 위해 제사 지내지 말고 산 사람을 신주로 삼아라는 대목에 유교는 대로한다. 일본은 그를 살려두려 했지만 영남 사대부들이 들고 일어나는 바람에 그는 참수당하고 만다. 을사오적의 원흉 이완용을 죽여라 했지만 이완용은 1926년 호의호식하다가 식민지 나라에서 죽었다. 열강의 외침이 그를 원흉의 자리에 들게 한 것뿐이다. 이완용은 깃털이었다. 1940년 일제가 전쟁총동원령을 내릴 즈음, 대다수 국민은 일본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립운동가가 찾으려는 나라는 조선이 아니었다. 새로운 나라, 대한민국이었다. 하지만 민족지도자들의 정치노선은 공산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 사회주의, 유교주의 등으로 사분오열됐다. 또 다른 사색당파였다. 그들 사이엔 교집합이 없었다. 내심 자기가 수장이라 자부한다. 그들 뒤에는 판돈 내고 싸움 붙이는 구단주들이 있었다. 미국·중국·소련이었다. 그 대리전이 6·25전쟁 아닌가. 그 서자가 지금까지 득세하는 '색깔논쟁'이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의 나라였다. 박정희와 노무현만 조금 달랐을 뿐 모두 누구의 대통령이지는 못했다. 아직 우리 대통령을 얻지 못했다. 그런 사이 가공할 만한 코로나19·스마트폰 세상이 돼 버렸다.

모르긴 해도 지금 우리는 국가적 가치를 상실한 터닝포인트에 살고 있다. 노동가치를 우습게 여긴다. 일확천금을 노리며 주식과 부동산에 점차 매몰돼 가는 동학개미들. 그러는 사이 나라가 <주>대한민국으로 가라앉는 것 같다. 욕망에 길들여진 개인만 득세하는 '좀비한국'의 어두운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체는 무엇인가. 이 나라는 누구의 나라인가. 다음 대통령 입후보자는 그 질문에 명쾌한 답변을 해야 될 것이다.
이춘호 주말섹션부 전문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