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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광장] '영남의 전략적 선택'은 가능한가

2021-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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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호 정치평론가

한국 정치를 설명하는데 자주 등장하는 표현 중 하나가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다. 대개 유권자들은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자에게 투표한다. 그런데 늘 그런 것은 아니다. 친근감이 덜 가는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경우도 있다. 좋고 싫음을 넘어 선거의 정세를 고려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투표하는 경우가 그렇다. 정치학에서는 이를 전략적 투표행동이라고 한다. 1명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에서는 사표(死票)방지 심리 때문에 전략적 투표행동이 많이 나타난다.

그런데 한국 정치에서 유독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 거론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호남은 '김대중 몰표'로 유명했던 곳이다. 그런데 2002년 3월16일 광주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경남 출신의 노무현이 전남 출신인 한화갑과 전북 출신 정동영을 누르고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지지율 1%에서 시작한 노무현은 광주 경선을 계기로 이른바 '노풍(盧風)'을 만들어내면서 대선 승리까지 거머쥐었다. 호남의 전략적 선택은 이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였다. 혈연·지연·학연이라는 감성적 요인보다 목표달성을 위한 전략적 행위로서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광주일보 정필수 사회부장은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란 미래를 보고 투표를 하는 지역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을 말한다"고 정의했다.

같은 신문의 임동욱 선임기자는 2020년 3월17일자 칼럼에서 "호남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각종 전국 선거에서 전략적 선택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변화를 주도해 왔다. 2002년 영남 후보 노무현을 선택, 기적 같은 정권 재창출을 이뤄냈고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 바람의 핵심 동력이 됐다. 18~19대 총선에서는 거대한 보수 여권에 맞서는 방파제 역할을 했다. 특히 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돌풍을 일으켜 15대 국회 이후 20년 만에 다당제의 길을 열었다. 그만큼 호남의 전략적 선택은 한국 정치의 나침반 역할을 해 왔다"고 자평했다. 2017년 문재인 집권도 2002년 노무현 모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할 것이다.

호남의 전략적 선택은 있는데 영남의 전략적 선택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남이가"라는 정서로 "미워도 다시 한 번" 동향 후보를 찍는 습속을 버리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현재의 보수야당이 이제까지 배출한 대통령은 모두 영남 출신이다.

노무현은 대통령 재직 시절 "한국의 정치판은 보수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한탄했는데, 박근혜 탄핵을 계기로 운동장은 거꾸로 기울어졌다. 영남을 텃밭으로 하는 국민의힘은 전국 선거 4연패라는 진기록까지 세웠다. 보수와 영남은 더 이상 한국사회의 주류가 아니다. 비(非)주류가 정권을 교체해 주류로 올라서는 건 주류가 정권을 재창출해서 지위를 유지하는 것보다 몇 갑절 더 어렵다.

호남의 전략적 선택은 비주류였기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영남이 전략적 선택에 나서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아직도 주류라는 미련을 떨쳐내는 것이다. 철저한 비주류 의식으로 무장하고 어떻게 하면 다수파 만들기에 성공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영남이 선택한 비(非)영남 후보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전략적 선택은 호남의 전유물이 아니게 될 것이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TK 킹메이커'론을 주목한다.
신지호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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