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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마음에도 색깔이 있다면

2021-01-26

우울증을 색으로 표현한다면 '블루'
코로나로 무기력·고독감 호소 많아
하얀 도화지 위에 마음 그려 본다면
다양한 '무지개색'이 정상적인 마음

곽호순
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마음이, 더러는 가끔 조금은 우울하지만 그렇다고 긴 시간 심하게 우울하고 슬퍼서 내 가치가 사라질 것 같은 정도가 아니라면 그것은 정상일 겁니다.

더러 기분이 좋을 때도 있지만, 천하를 다 얻은 것처럼 기고만장해서 하늘을 날아다닐 듯한 정도가 아니라면 이것 또한 정상적인 마음일 것입니다. 때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도 하겠지요. 혹은 어쩌다가 조금은 불안하고 긴장이 되기도 하지만 이런 다양한 마음들이 다 모여 있는 것이 바로 정상적인 마음일 겁니다. 그래서 하얗게 빈 도화지 위에 마음을 그려 본다면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우울증을 색깔로 표현해 본다면 당연히 푸른색일 겁니다. 맑게 갠 하늘색의 푸른색이 아니라, 깊은 바다색이나 짙은 잉크를 쏟아부은 듯한 푸른색이 아마 우울증에 어울리는 색일 겁니다. 이런 우울증은 온종일 우울하며 거의 모든 활동에서 의미도 없고 흥미도 없을 것입니다.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을 것이며 식욕도 확 떨어질 것입니다. 게다가 근거 없는 죄책감을 가지고 후회하며 자신의 가치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코로나 블루'가 그렇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일상이 무너지고 사랑하는 사람들과도 거리를 둬야 하며 어떤 사회적인 활동도 할 수 없고, 바이러스를 경계하며 사회적 고립감이 길어지고, 무기력증·허무감·고독 그리고 우울증이 오는 현상을 푸른색(블루)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붉은색은 불안을 표현하기에 알맞은 색깔입니다. 불안하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맥박이 빨라지면서 호흡도 가빠집니다. 피 돌기가 상승하면서 얼굴도 붉어지고 몸에서 땀이 나며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이 떨리는 불안 현상을 표현하기에는 붉은색이 적당합니다. 여기다가 숨이 막히는 느낌에다 메스꺼움이나 어지러움과 쓰러질 것 같은, 이러다가 미칠 것 같은 두려움 혹은 죽을 것 같은 공포감까지 동반 된다면 이를 '공황장애'로 진단합니다. 혹은 적어도 6개월 이상 일상 활동 모든 것에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과도하게 걱정을 한다면 '범불안장애'라 진단합니다. 범불안장애는 안절부절못하는 현상, 쉽게 피로해지고 집중이 안 되고 멍하며 매사에 과민한 증상이 특징입니다. 또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실수할 것 같고 창피 당할 것 같은 두려움으로 사회적 관계를 피하게 되는 '사회공포증'도 걱정스러운 불안장애입니다. 결국 중요한 사회적인 관계 형성을 두려워하게 되지요. 그냥 두면 사회적 관계가 망가지는 큰 손실이 옵니다.

피해망상이 생기거나 환청이 나타나는 조현병 증상을 표현하기에는 검은색이 필요할 것입니다. 어두운 곳,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비난하는 소리, 간섭하는 소리, 욕하는 소리 심지어는 협박하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면 누구나 밝음이 두렵고 숨고 싶고 사라져 버리고 싶어질 것입니다. 그리하여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나를 감시 하고 내 뒤를 캐고 나를 근거 없이 험담한다고 생각하며 그들을 두려워하고 결국 사회와의 관계를 끊어 버리는, 마침내 커튼을 닫고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게 되는 병, 조현병은 아마 검은색일 겁니다.

이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나 조현병 같은 병이 없는 건강한 마음은 분명 여러 가지 색이 조화를 이루는 총천연색일 겁니다. 때로는 우울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심각한 우울증은 아닐 것이고 때로는 불안정하고 긴장이 되어도 곧 회복될 수 있는 탄력을 지닌 그런 마음, 이런 건강한 마음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무지개색 같은 다양한 색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양한 마음이 바로 건강한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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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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