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10125010003234

영남일보TV

[문화산책] 사실주의 미술과 의견표출

2021-02-01

2021012501000808800032341
구본숙 〈미술평론가〉

한국 사회는 초등부터 대학에 이르는 교육과정에서 공동체 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본래 공동체 의식이란 집단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교육목표를 지녔으나 개인의 생각 표출이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학령기 이후 직장생활, 사회적 유대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된 사교모임 등에서도 그러한 경향이 나타난다. 따라서 집단 내에서 모두가 'Yes'라 할 때 'No'를 외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19세기의 유럽미술은 그림을 아름답고 숭고하게 표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실을 정직하게 나타내는 '사실주의' 미술이 태동했다. 프랑스의 화가 쿠르베의 작품 '돌을 깨는 작업'에서 현실을 미화하지 않고 돌을 깨는 행위에서 오는 고단함을 객관적으로 화폭에 담았다. 쿠르베의 친구이자 문학가인 상플뢰리가 이에 영감을 받아 사실주의적 성향은 문학으로도 이어져 19세기 유럽의 예술사조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당시 부조리한 시대상을 비평하는 역할도 했다. 프랑스의 삽화가이자 판화가인 오노레 도미에는 1808년 프랑스 마르세유의 매우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서점 점원 등으로 일을 하며 현실의 차가움을 알게 된다. 그리고 친구로부터 석판화를 배워 생계 수단으로 잡지에 삽화를 게재했다. 1832년 그는 프랑스 국왕 필리프 1세의 풍자 삽화를 그려 감옥에 투옥되기도 했다. 국왕의 모습을 아둔한 대식가로 표현하고 노동자의 세금을 입으로 넣고 있는 한편 국왕 아래서 부르주아들이 서로 이권을 얻기 위해 싸우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도미에는 6개월간 감옥생활을 하고 벌금까지 물어야 했던 탓에 이후 정치풍자보다 서민들의 생활상을 회화로 표현하는 것에 전념했다. 그러나 그의 정치삽화는 사람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었다.

아들러의 심리학을 바탕으로 서술된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의 '미움받을 용기'에서는 행복을 위해서 수평적 인간관계와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 신선한 깨달음을 얻었으나 적당한 개인주의가 쉽지 않다. 필자 역시 그렇다. 내가 불편하더라도 집단이나 상대방의 의견에 결국 따르고 만다. 오랜 시간 축적된 생각이 바탕이 돼 내가 불편한 것이 결국 더 편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자신의 의견표현과 이로 인한 단단한 내면이 개인적 행복감을 부여하고, 결국 스스로가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구본숙 〈미술평론가〉

기자 이미지

박진관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