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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1961년 열린 '2·28 1주년 기념 학도예술제' 팸플릿 최초 확인

2021-02-15

고 이필동 선생 유족이 대구시예술아카이브에 기증
영남일보 취재 결과 확인...당시 사회상도 담겨

학도예술제1
이필동 선생의 유족이 최근 대구시예술아카이브에 기증한 '혁명봉화 2·28 1주년 기념 학도예술제' 팸플릿.

1961년, 2·28 민주운동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대구에서 열린 '혁명봉화 2·28 1주년 기념 학도예술제(이하 학도예술제)' 팸플릿의 존재가 영남일보 취재 결과 최초로 확인됐다. 2·28 민주운동은 1960년 이승만 독재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대구지역 고교생들이 일으킨 민주화 운동이다.

학도예술제는 2·28민주운동 1년 후인 1961년 2월 27·28일 대구 키네마극장(현 CGV대구한일)에서 대구지역 각 학교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팸플릿은 2·28민주운동 직후 대구의 학생들이 민주화 운동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고, 그 정신을 계승하려 했던 것을 확인하는 소중한 사료(史料)로 평가된다.

이 팸플릿은 대구 연극이 지역에 뿌리내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연출가 고(故)이필동(1944~2008) 선생의 유족이 최근 대구시예술아카이브에 기증한 것이다. 영남일보가 이 선생의 저서인 '새로 쓴 대구연극사' 내용을 기반으로 2·28 민주운동 관련자료를 수소문하던 중 해당 팸플릿의 존재를 확인하고 취재했다.

60년의 세월을 오롯이 간직한 학도예술제 팸플릿에서는 1960년대 당시 학생들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열기를 느낄 수 있다. 팸플릿 전면에는 교복 입은 학생들이 행진하는 삽화가 등장한다. 얼기설기 그린 듯 보이지만 다소 격앙된 학생들의 표정에는 독재정권에 대항하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있다. '새로 쓴 대구연극사'는 "이 행사(학도예술제)는 이틀간 4회 공연에 1만여명의 관중이 운집하는 대성황을 이루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역사회가 하나된 축제

학도예술제2
1961년 2·28 민주운동 1주년 기념을 위해 열린 '혁명봉화 2·28 1주년 기념 학도예술제' 팸플릿 뒷면. 제3부 연극 밀주 출연진에 이필동·이창동 형제의 이름이 적혀 있다.


팸플릿을 자세히 살펴보면 학도예술제는 총 3부로 구성됐으며, 초·중·고를 망라하는 대구지역 여러 학교가 참여해 눈길을 끈다. 공연 순서대로 보면 대구고, 경북고, 원화여중, 대구여고, 경북여고, 대구농림고, 경북대사대부중고, 대륜고 학생들이 공연에 참여했다. 또 대구 종로국민(초등)학교 학생까지 참여하는 등 연령대도 다양하다. 시 낭송부터 클라리넷·피아노·바이올린 독주, 소프라노 독창, 무용을 비롯해 연극까지 공연 분야도 다양하다. 당시 학도예술제에서 공연에 나선 상당 수 학생들이 훗날 지역 예술대학 교수로 재직했을 정도로 공연의 수준도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팸플릿 내 '축하란'에 등장한 기관단체명도 흥미롭다. '시내공사립중고등학교', '시내4대 일간신문사', '대구방송국' 등이 명단에 올라있다. 실제로도 학도예술제가 열리기 4일 전인 1961년 2월23일 영남일보에 능인고 교사들이 작사·작곡한 '2·28 행진곡'이 보도(영남일보 2월9일자 1면 보도)되는 등 언론계의 관심도 남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1961년 2월28일자 영남일보 1면 톱기사 또한 '2·28 한돐 이승만은 무너졌건만'이었으며 학생의거 1주년 기사와 2·28 관련 사설도 게재되는 등 지역 언론의 집중보도가 있었다.

 

◆연극 연출가 이필동 예술세계의 뿌리

팸플릿에 따르면 학도예술제는 '민족계몽협회'와 '2·28혁명봉화 기념회'라는 단체가 주최했다. 해당 단체에 대한 구체적 정보는 확인하지 못 했지만 팸플릿 인사말에 "아직 어리고 부족한 학생들의 손인지라 모자라는 점이 많을 것이오나 귀엽게 생각하여 주시기를 바람하지 않는 바"라고 적혀있어 학생이 주축이 된 단체로 추정한다. 대회장은 유종하, 사회는 송영웅, 백승홍으로 표기돼 있는데, 특이한 점은 행사 안내자 명단에 이필동 선생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당시 18세로 경북고 재학생이었던 이필동 선생은 학도예술제의 피날레로 막이 오른 차범석 작, 한세훈 연출의 연극 '밀주(密酒)'의 출연배우로도 팸플릿에 이름을 올렸다. 2·28 민주운동 1주년 기념식 연극에 참여한 이필동 선생의 일화는 "예술가는 동시대의 사람들과 동일한 혈액형을 가져야 한다"는 그의 어록과도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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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민주운동 1주년 기념식 연극 '밀주' 출연진 기념사진.출처=이필동 저(著)'새로 쓴 대구연극사'
◆전후 대구지역 문화예술 위상을 엿보다


팸플릿에는 전후 문화예술 전성기를 구가했던 대구지역 사회상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팸플릿에서 학도예술제가 열렸던 키네마극장은 '구 국립극장'으로 적혀 있다. 이 극장은 6·25 전쟁 이후인 1953~1957년 국립극장으로 활용됐다. 전쟁의 위험이 줄어들자 국립극장은 대구를 떠나갔지만, 여전히 국립극장으로 아는 시민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이며, 당시 대구의 문화예술적 기반이 탄탄했음을 보여준다.

이필동 선생 역시 자신의 저서에서 "대구 사람들에 의한 본격적인 연극운동이 싹트기 시작한 것은 바로 1960년대부터라고 봐야 하겠다. 환도와 함께 서울에서 내려온 예술인들이 모두 대구를 떠나버려(중략) 대구 연극의 싹이 돋기 시작한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글·사진=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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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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