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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글쓰기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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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 〈법무법인 우리하나로 변호사〉

지인의 권유로 이 칼럼을 쓰게 되었다. 몇 번 기고를 하다 보니 내가 쓴 칼럼을 읽고 연락하는 분이 계셨다. 여러 평가 중에 '글을 쉽게 쓴다'라는 내용이 가장 마음에 든다. 미사여구를 동원해 화려하게 쓸 재주가 없는 건 나도 잘 안다. 글 쓰는 목적이 내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니까, 상대방이 쉽게 내 글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일단 성공이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작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방법을 제시해 본다(나도 여러 작가로부터 들은 거니까 표절이 있을 수 있지만, 표절 시비는 사양한다).

일단 글을 시작해야 한다. 머리에서 생각만 해서는 글이 되지 않는다. 무슨 내용이라도 적어 놓고 보면 수정하거나 추가할 거리가 생긴다. 그리고 처음부터 너무 잘 쓰려고 노력할 필요 없다. 생각이 날 때 적고 싶은 내용을 쓰면 된다. 설사 문법적으로 잘 맞지 않더라도 나중에 고치면 된다.

두 번째는 쓴 글을 가다듬어야 한다. 비문(非文)은 없는지, 중복되거나 바꿔야 할 단어는 없는지, 맞춤법에는 맞는지 살펴야 한다. 퇴고(推敲)를 거친 문장은 훨씬 부드러워지고 읽기 편하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글도 자꾸 쓰면서 고쳐야 좋아진다. 마지막으로 평소에 글 소재를 모아두거나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하면 나중에 글 소재가 된다. 사람의 기억은 한계가 있기에 평소에 준비해둬야 한다. 내가 쓴 글 중에 '추사의 마지막 작품'이나 '어떤 영화'라는 글은 몇 년 전에 본 기사와 영화에 관한 자료에서 시작되었다.

나만(?) 아는 방법을 소개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가족여행을 갔다 오면 그 여행기를 적고 그때 찍은 사진을 붙여서 바인더에 보관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할 말이 있을 때는 손편지를 써서 보내고, 그 편지를 복사해서 그 바인더에 넣어 두었다. 그렇게 해서 모인 바인더가 집에 10개쯤 있다. 물론 포털사이트에 블로그를 만들어 글과 사진을 올릴 수도 있지만, 손으로 직접 쓰거나 종이에 출력한 글을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제는 아내와 다 큰 아들과 함께 그 여행기와 편지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글쓰기는 자신에 관한 기록이자 역사다. 나이 들어 별로 할 일 없고, 시간 많을 때 지난 시절 쓴 글을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소중한 지면을 내준 영남일보와 어쭙잖은 글을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김수호 〈법무법인 우리하나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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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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