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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박규완 칼럼] 사자성어로 짚다

2021-02-25

홍남기 지지지지 깊은 함의
작금의 정치 상황 당동벌이
어설픈 경제 정책 엄이도종
화사첨족의 시간낭비 안 돼
국정 기조 바꿔야 승풍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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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달 초 4차 재난지원금의 보편적 지급에 반대하며 지지지지(知止止止)를 인용했다. 지지지지는 도덕경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멈출 때를 알고 멈춰야 할 때에 멈춘다'는 뜻이다. 홍 부총리의 지지지지엔 두 가지 함의(含意)가 내재된 듯하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심중을 은연히 비추면서 정부 재정을 무한정 풀 수 없다는 기획재정부의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읽힌다. 지지지지는 김범일 대구시장이 2014년 6·4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할 때 인용한 사자성어이기도 하다.

고사성어(故事成語)는 신화·역사·고전 속의 옛이야기에서 유래된 말을 일컫는다. 대부분의 고사성어는 4자여서 흔히 사자성어라고 한다. 하지만 2자나 3자로 된 고사성어도 적지 않다. 도둑의 소굴을 의미하는 녹림(綠林)과 등용문·철면피·천리안·배수진 같은 말이 이자성어 또는 삼자성어다.

사자성어는 주로 중국 고전을 통해 생성된다. 특히 사서오경과 '사기(史記)'는 고사성어의 보고(寶庫)다. 우리나라에선 삼국유사·삼국사기 같은 역사서, 춘향전·구운몽 아류의 소설이 사자성어가 등장하는 생태계다. 함흥차사·홍익인간·오비이락이 우리 고사에서 나왔다. 제왕절개는 서양의 대표적 사자성어로 꼽힌다. 역사적 사건에서 탄생하는 사자성어도 있다. 청나라 말기 의화단 사건에서 비롯된 부청멸양(扶淸滅洋)은 구한말 위정척사(衛正斥邪)와 판박이 성어다.

신산한 우리 현실도 사자성어로 짚어볼 수 있겠다. 협치는 사라지고 여야가 대척점에 서 있는 작금의 정치상황. 어떤 사자성어가 적합할까. 당동벌이(黨同伐異)가 제격이다. 코드가 맞는 사람끼리만 한 패가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배척한다는 뜻이다. 난처한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묵언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겐 오불관언(吾不關焉)이란 말이 어울린다. 민주당의 무리한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도 국민의힘 지도부의 눈치만 보는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새겨야 할 경구는 척당불기(倜당不羈)가 아닐까 싶다.

국회의원은 금고형을 받으면 국회의원직을 상실한다. 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은 100만원 벌금형으로도 의원직을 잃는다. 한데 중대 범죄를 저질러 금고형을 받은 의사에겐 면허취소는 안 된다? 의사협회의 뻗대기는 호질기의(護疾忌醫)에 가깝다.

문재인 정부는 시장에 맞서면서 부동산 급등을 야기하고 일자리를 파괴했다. 어설픈 경제정책, 엄이도종(掩耳盜鐘)과 다르지 않다.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의미로 어리석은 행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정작 일자리가 급한데도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를 서둘렀고 임대차 2법 시행으로 혼란을 자초했다. 순리를 거스르는 도행역시(倒行逆施)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표본겸치(標本兼治)해야 한다. 표본겸치는 드러난 문제와 근본적 원인을 함께 해결한다는 뜻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지 어느덧 일년이다. 그사이 자영업자들이 겪은 고초를 굳이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아직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오리무중(五里霧中)에 임중도원(任重道遠)이다.

정부·여당의 각성과 각오가 중요한 때다. 더는 화사첨족(畵蛇添足)으로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 잘못된 정책은 실패를 인정하고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 상화하택(上火下澤)의 분열 정치를 끝내야 한다. 전미개오(轉迷開悟)해야 승풍파랑(乘風破浪)의 물결을 탈 수 있다. 다시 혼용무도(昏庸無道)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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