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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고전 vs 신간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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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만〈파이데이아 공동탐구지도자〉
책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현재까지 출판된 수량 또한 어마어마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읽을 책을 선택해야 할까. 우선 기존에 갖고 있던 선입견을 버리라고 권하고 싶다. 신간은 신선하고 고전은 고루하다는 생각 말이다. 어쩌면 신간이 뻔한 내용을 반복하기만 하고 오히려 고전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고전에 오랜 인류의 지혜가 담겨있다고 말하지만, 어설프게 고전의 세계에 뛰어들면 도리어 고전에 질리는 경우도 있다. 고전이라고 일컬어지는 책들은 가까이는 수백 년부터 멀리 수천 년 전에 살았던 저자가 당시 직면한 지역적 상황을 바탕으로 쓴 내용이 대부분이다. 당시 시대적 배경과 지역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고전을 어떻게 읽고 어떤 방식으로 해석해야 할지를 정규 교육과정에서 제대로 다루어주면 좋겠지만, 입시 위주 교육과정에서는 그러한 여건이 마련되기 힘들다.

고전 교육의 필요성을 일찍이 절감하고 시작한 단체가 대구에 있다. 한국 최초로 30년 가까이 고전 교육을 하고 있는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아가 바로 그곳이다. 이곳은 30여년 전 계명대 교육철학 교수로 재직 중이던 신득렬 원장에 의해 만들어졌다. 신 원장은 미국 시카고대 총장을 지냈던 로버트 허친스의 책을 읽다가 '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그의 교육철학에 공감하여 1991년 11월 비영리 교육기관으로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아를 설립하였다.

'파이데이아(paideia)'는 그리스어로 '교육' '교양'을 의미한다. 이곳에서 매주 열리는 독서토론회에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위대한 저서'의 토론을 이끌어갈 독서지도자도 양성하는데, 이 과정을 수료한 공동탐구지도자 중 일부가 대구는 물론 부산, 청주, 시흥, 포항, 경주, 안동, 창원 등지에서 파이데이아 지부를 개관하여 고전 읽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실용적 전문성을 숭배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고전을 바탕으로 한 교양 교육에 관심을 갖는 것은 뜻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오랜 세월과 여러 공간을 관통하는 고전 속 덕목을 발견하여 오늘의 삶에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다. 겉으로 '있어' 보이려고 가까이한 고전일지라도 결국은 우리의 내면을 '있게' 만들 것이다.

배태만〈파이데이아 공동탐구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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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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