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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휘파람 언어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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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의사전달 방법에는 휘파람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때의 휘파람은 검지를 구부려 넣거나, 검지와 장지를 같이 넣거나, 양손의 손가락 하나씩 넣어 불어낸다. 또 그것은 고저장단이 있는 마디로 나뉘어져 기호화되는데, 이 마디들이 이어지면 멋진 멜로디를 이룬다. 휘파람새소리와 비슷하지만 사람의 소리가 더 길고 여운이 있다. 자연 속에서 듣는 그 휘파람소리는 너무 아름다워 가끔 자연의 '시'라고 불린다.

이 언어가 발달한 곳은 대부분 험한 지형이나 기후 때문에 통행이 불편한 곳이다. 깊은 협곡이나 호수가 가로놓인 곳에선 이것이 안성맞춤이다. 전 세계에서 이 언어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올린 곳이 두 곳 있다.

2017년에 터키의 쿠스코이 마을의 '새의 언어'가 등재되었고, 그보다 먼저 2009년에 라고메라 섬의 휘파람이 이름을 올렸다. 쿠스코이 마을에는 이 언어 구사 가능자가 만명 정도이라지만, 라고메라는 2만2천명 정도라고 한다.

라고메라 섬은 대서양의 카나리아제도 중 하나다. 이 섬의 휘파람 언어를 '실보 고메로'라고 하는데 그 모본 언어는 스페인어다. "오늘 돼지를 잡을 테니 오게나"라는 내용의 휘파람을 바람에 실어 보내면 인근에서 일하던 농부와 목부들이 다 듣고 곧 답신을 보낸다. 안타까운 것은 오늘날은 휴대폰 때문에 이 언어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이 섬에서는 궁리 끝에 이 언어를 초중등학교의 정규과목으로 채택해 청소년들이 제때 배우도록 독려하고 있다. 여기서도 발목을 잡는 것이 코로나다. 누가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비위생적인 수업을 받으려 하겠는가.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언어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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