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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다른 할 말은? 뭐든!

202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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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공연예술창작소 The공감 예술감독>

미국에서 연극 공부를 시작한 지 만 2년째가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불혹(不惑)을 넘긴 나이에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언어로 공부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고, 그 어려움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또한 그중에 절반을 코로나19와 함께하고 있으니 평소 생각하던 유학 생활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뜻한 바가 있고 꿈이 있기에 나름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죠. 사실 선배들이 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금 제 생활에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종이사전을 통해 단어를 찾았고 논문 한 편, 책 한 권을 읽기 위해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씨름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포털 사이트에서 간단한 키워드 검색으로 원하는 자료를 찾을 수 있고 심지어 파일로 직접 내려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검색 한 번으로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찾고 발음도 직접 들어 볼 수 있으니 한결 편하게 공부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곤 합니다. 앞으로 세월이 더 지나면 지금 제가 하는 수고마저도 없이 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무언가 특별한 것들이 탄생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공부하면서 한국과 다르다고 느낀 점이 있습니다. 미국 학생들은 강의 시간에 질문하고 토론하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사실 그들의 질문 수준이나 토론 수준이 그리 높은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것에 대해서 무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칭찬할 수 있는 온갖 수단을 찾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어떻습니까? 침묵이 미덕이라 의견을 제시하고 질문하는 것들이 어색하게 느끼지는 않는 것일까요? 질문을 받지 않는 선생과 질문을 하지 않는 학생, 또 질문을 받지 않는 정치인과 질문을 하지 않는 기자를 우리는 이미 많이 보고 겪었습니다.

얼마 전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겠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혹시 정책 입안자(立案者)들은 "왜"라는 질문 없이 다른 나라가 하니까 따라 하지는 않았나요? 우리는 그 정책을 보고 "왜"라고 질문하지 않고 혹시 침묵하거나 화만 내지 않았나요? 우리 모두에게는 질문할 권리가 있습니다. 오늘도 교수의 마지막 코멘트는 이것이었습니다. "Anything else?"
박재민<공연예술창작소 The공감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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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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