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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억 교수의 '톡! 톡! 유럽'] 이탈리아 경제회복 구원투수로 나선 '슈퍼마리오'

2021-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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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억 교수

"유럽중앙은행(ECB)의 임무 안에서 단일화폐 유로를 수호하기 위해 어떤 조치든 기꺼이 취하겠다. 충분한 조치가 될 것이다. 나를 믿어 달라."

2012년 7월26일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ECB 총재가 런던에서 개최된 글로벌 투자회의에 참석해 한 발언이다. 이 발언 후 ECB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시중에 풀었고(양적완화), 경제가 취약한 일부 유로존 회원국의 국채를 자금시장에서 매입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0년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로존 경제위기가 '피그스 국가'(PIGS, 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이 여파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자금시장이 요동쳤고 유로존 붕괴가 공공연하게 전망됐다.

이런 위기에서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막강한 효력을 발휘했다. 국제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이 이처럼 과감한 조치를 취했기에 유로존은 붕괴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당시 유로존의 최대 경제대국이었던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 등 회원국들이 적극적으로 재정을 풀지 않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구원투수로 전면에 나섰다. 이 정책 후 드라기 총재는 '슈퍼 마리오'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9년 10월 ECB 총재를 끝으로 퇴직했던 드라기 전 총재가 다시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경제위기에 빠진 조국 이탈리아를 구하기 위해서. 과연 그는 이탈리아라는 흔들리는 배의 키를 제대로 잡고 과감한 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ECB총재시절 유로존 지킨 유능한 리더
최악의 경제난 겪는 자국위해 총리 취임
伊 통합정부 출범하고 좌·우파 정당 흡수

코로나로 직격탄 맞은 관광산업 살리고
기업규제 완화 등 경제개혁 과제 산더미
10월 G20 회담 의장국…국격 제고 기회


◆출발은 순조로웠으나…

마리오 드라기가 이끄는 통합정부는 지난달 13일 출범했다. 오성운동 및 민주당과 같은 중도좌파는 물론이고 반이민, 반이슬람과 반유로를 앞세웠던 포퓰리스트 우파 정당 (북부)동맹 등 거의 모든 정당이 이 통합정부에 합류했다. 그만큼 코로나19 창궐에 따른 이탈리아 경제위기가 심각했다.

또 슈퍼 마리오의 리더십에 기대 정치를 해보자는 정당의 셈법도 작용했다. 원래 총선은 2023년 예정이었지만 1월 말 연립정부가 붕괴돼 선거를 치르지 않고 새 정부가 구성됐다.

이탈리아 경제는 말이 아니다. 경제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3% 정도로 꽤 높은 이 나라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무려 마이너스 8.9%를 기록했다.

그런데 백신을 접종하고 봉쇄가 해제된다고 이탈리아 경제가 다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2007년부터 사실상 경제가 성장하지 않았다. 저성장과 낮은 생산력, 높은 국가부채라는 최악의 3박자가 결합된 곳이 이탈리아다.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상사분쟁 해결에 평균 514일 걸린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가운데 최장 기간이다. EU 회원국 간에는 상품이나 서비스, 노동과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된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너무 행정이 더디고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따라서 독일이나 네덜란드 기업들은 이곳에 직접투자하기보다 본국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게 오히려 이익이 된다고 본다.

◆구조개혁 등 과제 산적

올해 73세인 드라기 총리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미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경제학과 교수를 역임하다가 이탈리아 재무부 그리고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로 근무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도 근무해 정책과 실물 경제를 두루 잘 아는 인사다.

그는 무엇보다도 경제의 체질을 바꿔 이탈리아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온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의 기업하기 좋은 순위(2020년)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190개 국가 가운데 58위로 폴란드나 헝가리보다 한참 뒤처진다(우리나라는 5위). 기업 규제가 많고 시장 진입 장벽이 꽤 높다. 다른 EU 회원국에서 투자를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려면 이런 규제를 풀어야 한다.

또 국내총생산(GDP)의 16% 정도를 연금으로 지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 다음으로 이 비중이 높다. 연금 지급액을 줄여야 한다. 역대 정권도 연금개혁을 시도했지만 워낙 반발이 커서 번번이 실패했다.

드라기 총리는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높고 개혁을 추진하기에 좋은 때 취임했다. 2011년부터 2년간 경제위기 당시에도 이탈리아에는 마리오 몬티가 이끄는 통합정부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EU 최대 경제대국 독일의 강력한 요구로 경기가 최악임에도 정부 지출을 줄이는 긴축정책을 실행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시민들 가운데 유럽통합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다.

독일처럼 파시즘의 발호로 2차대전에 책임이 있는 이탈리아는 2차대전 후 시작된 유럽통합에 적극 참여했다. 그런데 이런 유럽통합 지지 여론이 긴축 위주의 경제정책 때문에 크게 떨어졌다.

이번에는 그때와 정반대다. EU 회원국들은 지난해 7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7천500억유로(약 1천조원)의 경제회생기금에 합의했다. 이탈리아는 이 가운데 2천억유로를 지원받아 최대 수혜국이다. 반유럽을 외치던 (북부)동맹이 통합정부에 합류한 이유도 EU가 이처럼 대규모로 경제회복을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봉쇄에 지친 이탈리아 시민들은 경제회복과 자국의 국제적 위상 제고를 원한다. 이탈리아는 주요 20개국(G20)의 올해 의장국으로 오는 10월30~31일에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정부는 이 행사를 국격 제고에 잘 활용할 수 있다.

영국은 1월1일부터 더 이상 EU 회원국이 아니다.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통합을 주도해왔지만 영국이 떠난 빈자리를 이탈리아가 메울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지난 16년간 유럽통합의 주역이었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오는 9월 말 총선을 끝으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도 내년 4월에 선거가 예정돼 있어 재선에 신경을 써야 하기에 유럽 무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이탈리아 경제의 어두운 면이 그대로 드러나고 경제적 불평등도 더 커졌다. 드라기 총리가 아주 드문, 개혁의 호기를 잘 활용해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해본다. 슈퍼 마리오, 이번에도 능력을 보여줘!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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