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10309010001307

영남일보TV

[기고] 이중희(영남미술학회장)...대구미술관의 눈에 띄는 '때와 땅'전시

2021-03-26
2021030901000333200013071
이중희 계명대 명예교수

혹독한 코로나19 감염병 시기에 지금 대구미술관에서는 눈이 번쩍 뜨이는 전시가 진행중이다. '때와 땅'이란 이름의 대구 근대미술 전시는 100년 역사의 대구미술 진수를 체계적으로 엮은 주옥같은 전시다.


대구미술은 한국미술의 중심지이자 자부심이지만, 사실 지금까지 미술 도시로서 대구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려주는 전시에 목말라 있었다. 예를 들어 일제강점기 전국적인 스타 화가였던 이인성의 최고 걸작 '가을 어느 날(1934)' '경주의 산곡에서(1935) 등 조선미전에서 최고상 수상작과 같은 작품이 한 번이라도 대구에서 선보인 일이 있었나. 이상정의 전각 예술이나 이여성의 '격구도', 이쾌대의 '군상'같은 명품들을 과연 직접 본 사람이 있을까. 그러니 대구미술의 탁월성이나 정체성을 진정으로 맛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때와 땅'전시는 과거 여느 전시보다 격이 다르다. 무엇보다 대구가 명실상부하게 미술의 도시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최고의 작가, 백미의 작품들이 대거 망라되어 있다는 점. 대구미술의 개창자인 석재 서병오를 비롯하여 대구 서양화를 일으킨 이상정(민족시인 이상화의 큰형)과 이여성(서양화가 이쾌대의 형), 1940년대 한국 미술계의 별이었던 이쾌대, 1970년대를 빛낸 죽농 서동균, 이경희, 정점식 같은 현대작가까지의 대표작들이 망라되어 있고, 이번 전시에 처음으로 고개를 내민 명품들도 적지 않다.


이번 전시에선 특히 매난국죽(梅蘭菊竹)의 사군자화를 특기로 한 석재 서병오의 전통화를 감상할 수 있다. 난초의 필세가 유려함에서 독보적이라는 차이를 감지하면 좋을 것이다. 대구 서양화의 개창자 이상정의 경우 그의 서양화 작품이 아직 미발견 상태여서 아쉽긴 하지만, 대신에 전각(篆刻) 작품을 처음 공개해 우리를 설레게 한다. 낙관 획의 결구(구성미)가 얼마나 일품인가 주목할 일이다.


이여성의 수작은 우리 옛 무사들의 전통놀이 '격구(擊毬)'를 그린 역사화에 있다. 세차게 달리는 마상에서 공을 치는 역동적인 모습의 표현은 일품인데, 거기에는 전통화임에도 서양화법이 녹아있다. 동생 이쾌대 예술의 진면목을 맛볼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출품된 수작 '자화상'과 '군상도'는 인물 묘사력이 탁월하다. 특히 서양화적인 표현에다 한국적인 표현미를 절묘하게 융합시켜 '한국적인 서양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한다면 이미 심미안의 정점에 있다고 본다. 그 외에도 현대의 1960~70년대에 이르러 국전작가 이경희의 작품에선 대구 근대작가의 영남지방색이 어떻게 녹아있고, 추상작가 정점식 예술에서는 한국적인 표현성이 어떻게 녹아 있는가 음미해 볼 일이다.


4개의 대 전시실을 가득 채운 체계적인 구성도 나무랄 데 없거니와 중심작가와 주변작가들과의 작품비교도 흥미롭게 엮어져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대구미술이 한국미술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다면, 대구미술의 이해를 넘어 한국미술의 주류가 어떠한가를 체험할 미술 안목의 확대 기회가 될 것임에 의심치 않는다. 근대 한국미술의 발단부터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 미술의 전개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괄목할 전시이기에 미술사학자인 필자로서도 앞으로 예닐곱 번은 더 발걸음을 할까 한다. 전시는 5월말까지.


이중희<영남미술학회장>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