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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김준의 바다인문학] 벌교 꼬막, 입 앙다문 갯벌의 참맛…세로줄이 18개면 '참꼬막'입니다

202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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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내백리 꼬막밭에서 채취한 참꼬막. 참꼬막은 껍질이 단단하고 사이가 벌어지지 않아 뻘을 덜 먹으며 껍질에 있는 세로줄이 18개다. 작은 원 안은 삶은 참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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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전남 보성군 벌교 꼬막섬 장도 어촌계장과 통화를 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꼬막이 없다며 걱정이 많았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한숨부터 흘러나왔다. '참꼬막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며 명절 상에 올릴 꼬막도 캐지 못했다고 하소연을 했다. '벌교꼬막은 장도꼬막'이라 할 정도로 주산지였다. 전남 고흥군 점암면 여호리 꼬막밭에서 만난 할머니는 영감님 제사에도 똥꼬막(새꼬막)을 올렸다며 "하나씨(할아버지)도 이해하시겄제"라며 웃으셨다. 참꼬막만 아니라 이제 새꼬막도 귀하다. 덩달아 값도 많이 올랐다.

참꼬막과 새꼬막
찬바람·더위 견디며 자라는 참꼬막
뻘배 타고 한 알 한 알 긁어서 잡아
새꼬막은 참꼬막보다 깊은 곳 서식
잡는방법도 달라…가격 3~6배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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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꼬막을 채취하는 고흥군 내백리 주민들. 이곳에서 채취한 꼬막은 벌교시장이나 남광주시장으로 들어간다.

◆참꼬막과 새꼬막, 운명이 바뀌나

"요렇게 참꼬막은 껍떡이 두껍고 나이테가 있고, 새꼬막은 털이 부하고 껍떡이 포개져 있어. 참꼬막은 껍떡이 딱 맞아서 뻘을 덜먹고, 새꼬막은 사이가 벌어져 뻘이 있제. 그래서 잘 씻어야써. 해감도 잘해야 하고. 참꼬막은 뻘이 없어. 비싼 요것은 제사상에 올라가요."

명절을 앞두고 벌교시장에서 만난 꼬막전 안주인이 손님에게 새꼬막과 참꼬막을 보이며 설명하는 말을 엿들었다. 참꼬막은 4년 정도 자라야 하고 새꼬막은 2년이면 상품으로 유통된다. 꼬막은 11월말~4월말이 제철이다. 참꼬막은 자연산이고 새꼬막은 양식이었다. 이젠 참꼬막도 양식을 준비하고 있다.

꼬막도 암수가 있다. 겉으로는 알 수 없다. 껍질을 까면 암컷은 생식소 색깔이 담홍색이고 수컷은 유백색이다. 수컷이 방정을 하면 때를 맞춰 암컷이 방란을 한다. 이렇게 체외수정이 이루어진다. 수정이 된 후 콩알보다 작은 종패가 종묘로 성장하면 중간 육성장에서 관리한다. 작은 종패를 바로 갯벌에 뿌리면 폐사율이 높기 때문이다. 썰물에도 물이 빠지지 않도록 둑을 쌓고 그물을 쳐서 해적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서 관리한다.

참꼬막은 방사륵(껍질에 있는 세로줄)이 18줄인데 새꼬막은 31줄이다. 참꼬막은 뻘배를 타고 손으로 뻘을 저어서 한 알 한 알 줍거나 갈퀴처럼 생긴 도구(주민들은 '횡망'이라 부른다)로 긁어서 잡는다.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갯밭에 자란 탓이다. 겨울 찬바람과 여름 무더위를 견디고 수온변화에 적응을 해야 상에 올라온다. 그래서 껍질도 두껍고 단단하다. 새꼬막은 참꼬막보다 수심이 깊은 곳에서 자라 형망을 배에 매달아 끌어서 잡는다. 서식하는 장소도 다르고 잡는 방법도 다르다. 물론 맛도 다르고 값도 다르다. 지난 명절에 참꼬막은 1㎏에 3만원이었지만 새꼬막은 싼 것은 5천원, 비싼 것이 1만원에 거래되었다.

새꼬막 최대 산지는 여수 화정면 소댕이마을이다. 역시 여자만에 기대어 사는 마을이다. 한때 우리나라 새꼬막의 70%를 공급한 마을이다. 매년 10월에서 4월까지 새꼬막을 채취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꼬막 폐사율이 높아지고 양이 줄었다. 이웃한 장도와 비슷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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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시장의 꼬막. 11월말~4월말이 제철이다. 왼쪽 그릇 두 개는 참꼬막, 나머지는 새꼬막이다.

◆벌교꼬막, 전설이 되는가?

서남해안에 위치한 여자만, 광양만, 가막만, 득량만 등 내만은 꼬막, 새조개, 바지락, 키조개 등 패류의 주산지였다. 특히 여자만은 산란장이었다. '뻘배 한 척에 대학생 두 명'이라고 했다. 광양만은 포스코, 관련산단, 정유공장, 화학공장 등이 들어오면서 무너진다. 여자만과 득량만과 가막만도 연안에 인구가 증가하면서 생활폐수가 늘고 기후변화로 갯벌생태계를 바꿔놓았다. 최근에는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꼬막이 사라지고 있다.

설 명절이 다가오면 여자만과 득량만 갯밭을 튼다. 이것을 '영을 튼다'고 한다. 날짜가 잡히면 집집마다 한 명씩 참가해야 하고, 참가하지 못하는 집은 일당에 해당하는 궐전을 내야 한다. 참가하는 사람에게는 일당이 지급된다. 그리고 채취한 꼬막을 팔아서 생긴 소득은 연말에 결산을 하고 어촌계원이 똑같이 나눈다. 그래서 꼬막밭을 여는 날이면 서울이든 부산이든 어디서 일을 보고 있더라도 소식을 들으면 열일 제쳐두고 참가한다.

대보름을 며칠 앞두고 고흥군 과역면 내백리에서 개를 텄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다. 갯벌 한가운데 바지선에 대여섯 명이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건너편 갯바위에도 10여 명의 어머니들이 뻘배와 함지박을 옆에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한 시간 후 어머니들이 갯벌을 휘저으며 꼬막을 주웠다. 몇몇 남자들은 뻘배에 갈퀴처럼 생긴 횡망이라는 도구를 붙여 밀어서 꼬막을 채취했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다. 많을 때는 80여 명이 나와서 채취한 꼬막이 3t에 이르기도 했다. 이곳에서 채취한 꼬막은 벌교시장이나 광주 남광주시장으로 들어갔다. 참꼬막은 보성 장도와 고흥 선정, 내백이 주산지였다. 장도도 예전에는 고흥에 속했으니 벌교시장 꼬막은 고흥꼬막이라 해야 한다고 최성수(71) 어촌계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채취한 꼬막은 170㎏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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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꼬막은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갯밭에서 자란다. 횡망을 이용해 참꼬막을 긁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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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마친 후 뻘에 놓인 널배와 꼬막채취 어구. 뻘배는 갯벌에서 자가용이자 트럭이다.

사라지는 서식지
참꼬막 주산지는 보성·고흥지역
많을 땐 하루 3t 채취…이젠 170㎏
'양식' 새꼬막도 덩달아 귀하신 몸
서식지 북상…경기 화성서도 양식


◆꼬막밭이 사라지면

장도만 아니라 다른 꼬막밭에서도 몇 년 동안 참꼬막은 구경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더욱 새꼬막 양식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새꼬막도 자꾸 감소하고 있다. 꼬막에 의지해 살았던 보성·고흥의 바닷마을은 고령화가 되기도 했지만 공동어장의 역할도 마을소득도 줄었다. 마을 공유자원의 가치가 사라지면 공동체성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여자만이나 득량만에 기대어 사는 집에는 뻘배가 적어도 두 척 이상이다. 뻘배는 갯벌에서 자가용이자 트럭이다. 꼬막을 캐러 가거나 낙지를 잡을 때나 그물을 털 때도 뻘배를 타고 나간다. 적어도 30~50년 뻘배를 탔다. 그 보성뻘배가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참꼬막이 사라지면서 뻘배를 타고 꼬막을 잡는 어머니들 모습도 보기 어려워졌다. 육지농사가 그렇듯이 꼬막양식도 북상 중이다. 충남 천수만에서 새꼬막 양식은 오래전에 시작되었고, 남해군 강진만에서도 꼬막 양식을 시도했다. 최근에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 어촌마을에서 새꼬막 양식을 시작했다.

우리 갯벌에 꼬막이 사라지는 동안 중국은 우리 종패를 사다가 자신들 갯벌에 뿌렸다. 그렇게 1990년대 후반에 꼬막 양식을 준비했다. 당시 우리는 꼬막 채취에만 열중이었다. 심지어 어린 꼬막을 수출하는데 급급했고 정작 양식에는 소홀했다. 꼬막보다는 어류·해조류 양식이 대세였다. 하지만 어류 양식은 사료값과 어장 오염이라는 현실에 부딪혔다. 여기에 비하면 패류양식은 투자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 또 갯벌이 발달한 남해와 서해에 잘 맞는다. 기후변화와 수온상승 등 대책은 요란했지만 생태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기초연구는 소홀했다. 이게 어디 꼬막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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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먹을까
무침·전·비빔밥·된장국·파스타…
조리법 많지만 삶은 직후 맛 최고
물 팔팔 끓으면 찬물 붓고 삶아
꼬막이 입 벌리면 바로 건져내야
4월말까지 탱글탱글 맛있는 제철


◆꼬막은 삶아서 바로 먹어야 한다

꼬막은 삶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삶아서 바로 먹어야 한다. 갖은 양념을 곁들인 무침과 전으로도 좋지만 따뜻할 때 까서 먹는 것만 못하다. 너무 뜨거운 물에 삶으면 꼬막 알이 품고 있는 붉은 물(헤모글로빈)이 빠져나가서 작아지고 짭조름한 맛도 덜하다.

물이 팔팔 끓을 때 찬물을 약간 붓고 꼬막을 넣어 한쪽으로 젓고 꼬막이 입을 벌린다 싶을 때 바로 건져내면 좋다. 꼬막밭에서 막 건져올린 꼬막을 삶던 내백리 어머니도 꺼낸 뒤 바로 찬물을 부었다. 처음 보는 모습이다. 까기도 좋고 훨씬 탄력있다고 한다.

꼬막 생산량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벌교는 꼬막 산지임에 틀림없다. 여수, 순천, 고흥, 보성, 장흥 등 여자만과 득량만에서 채취한 새꼬막이 벌교에 집산되어 유통되고 있다. 꼬막 맛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벌교를 찾아야 한다. 시장골목과 벌교천 건너편에 꼬막 정식집이 자리를 잡았다. 벌교만 아니라 서울, 부산, 광주, 여수 등 전국으로 확산됐다. 메뉴도 다양해뽠다. 무침, 비빔밥, 탕수육, 된장국 등을 넘어서 파스타, 감바스 등도 등장하고 있다. 귀하니 더 먹고 싶다. 참꼬막을 찾는 사람들은 입맛을 다시며 벌교 꼬막전을 둘러보지만 참꼬막은 가격만 물어보고 새꼬막을 놓고 흥정한다. 이러다가 참꼬막이 전설이 되고 마는 건 아닐까?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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