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소수자 죽음으로 내모는 '사회적 타살' 멈춰야"
지상파 방영한 퀸의 동성간 장면 삭제, 폭력·흡연과 같은 '유해' 취급 논란
세상 잇따라 등진 트랜스 젠더 극작가 이은용·정치인 김기홍·군인 변희수
다양한 차별과 폭력, 생존에 대한 끊임없는 위협…'차별금지법' 제정 시급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포스터. |
문제는 극장 개봉 때 '12세 이용가'를 받아 특별한 삭제 없이 공개가 된 영화가 TV로 넘어가더니 '15세 이상 시청가' 표식을 달고 전파를 탔는데 극 중 프레디가 동성 연인인 짐 허튼과 입을 맞추는 장면을 편집해 버린 것이다. 거기에 게이바에 들어가는 장면 역시 삭제되었고 뮌헨에서 잡히는 파티 참석자들의 동성 간 키스는 모자이크 처리됐다. 이 때문에 이야기 전개가 매끄럽지 않아 처음 보는 관객이 어리둥절하는 일도 생겼다.
녹색당 정치인 고(故)김기홍씨. |
무지개행동은 이어 "특히 동성 간 키스신을 모자이크 처리한 것은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동성애는 부적절하다고 말한 것과 다름이 없는 차별행위"라며 "'보헤미안 랩소디'는 2018년 국내 개봉 당시 12세 관람가로 상영됐고 당시 동성 간 키스 장면에 대해 어떠한 논란이 된 바도 없다"고 전했다. 이들은 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폭력·흡연 장면의 경우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서 과도한 묘사를 지양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에 비해 동성애에 대해서는 다뤄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고 했다.
성전환 수술로 강제 전역 조치 당한 고(故)변희수씨. |
논란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SBS의 이 같은 행위는 지난달 16일(현지시각) 미국의 영향력 있는 성소수자 매체로 잘 알려진 '아웃'(Out)에도 보도되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나 장면 모두를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태도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그대로 보여주는 검열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 무지개행동의 논평 내용을 그대로 보도한 '아웃'의 이 기사 내용이 SNS에 올라오자 밴드 퀸의 객원 보컬 아담 램버트(Adam Lambert)도 비판을 이어갔다. 미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이기도 한 그는 세상을 떠난 머큐리를 대신해 수년간 퀸의 월드 투어에 객원 보컬로 참여해왔다. 지난해 초에는 퀸의 원년 멤버들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공연하기 위해 내한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그들은 퀸의 노래를 주저없이 틀 것이다. 그 키스신에 노골적이거나 외설적인 점은 전혀 없다. 이중잣대는 정말로 존재한다"고 댓글을 달며 목소리를 높였다.
트랜스젠더 작가 고(故)이은용 희곡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 |
언론에서는 이들의 사인을 '사회적 타살'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는 모두 있는 모습 그대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 당연하게 존중받아야 할 이 권리가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이 '비정상'이라고 간주되는 이들에게는 보장되지 않고 있다. 성소수자들은 자신이 속한 학교, 군대, 직장, 가정에서 미묘한 형태에서부터 생존에 대한 위협까지 다양한 차별과 폭력을 끊임없이 겪고 있다. 그래도 이 세 사람은 비교적 알려진 성소수자이지만, 그렇지 못해 알려지지 않는 죽음들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끔찍하다. 제발이지 차별금지법을 하루라도 빨리 제정하라.
<영화감독·물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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