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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하재근의 시대공감] 조선구마사 사태와 중국의 위협

2021-04-02

역사왜곡·동북공정에 분노
'조선구마사' 결국 백기 들어
中 대국굴기 갈수록 노골화
중국풍·자본 논란 이제 시작
K-드라마 앞날 지뢰밭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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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왜곡 논란으로 폐지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과거엔 역사를 진지하게 그린 정통사극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선 역사 배경을 현대적으로 그린 퓨전 '팩션사극'이 대세가 됐다. 그러다보니 사극이 방영될 때마다 역사왜곡 논란이 으레 일어났지만 폐지로까지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조선구마사'는 반발이 워낙 거셌고, 누리꾼들이 작품 광고주들을 직접 압박해 광고가 떨어져 나가자 결국 방송사가 백기를 들고 말았다.

'조선구마사' 작가의 전작이 바로 역사왜곡 논란을 뜨겁게 일으켰던 '철인왕후'였다. 그때는 방송사가 방영을 밀어붙였는데 이번엔 달랐다. '철인왕후' 때는 논란의 핵심이 역사왜곡 문제였다. 지금까지의 퓨전 사극들도 그랬다. 하지만 이번엔 중국풍 문제가 덧붙여졌고 바로 그 지점에서 초유의 반발이 터졌다.

'조선구마사'는 조선 초 태종 시대의 이야기인데, 극중에서 장차 세종대왕이 되는 충녕대군이 로마 신부 일생을 기생집에서 접대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런데 기생집 내부 모습이나 음식이 중국식이었고, 그밖에 다른 소품이나 머리모양 등에도 중국풍이 나타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자 세종대왕 폄하와 더불어 한국문화를 자기들 것이라고 강변하는 중국 동북공정에 호응했다는 논란이 터진 것이다. 급기야 작가가 중국의 문화 간첩이라는 식의 황당한 주장까지 횡행했다.

중국의 위협이 최근 들어 피부로 느껴지기 때문에 이런 논란에 공분이 터졌다. 과거 중국 경제가 발전하기 전에는 중국에 위협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 시절엔 일본이 주로 문제의 중심이었다. 일본은 우리를 침략해서 식민지화했고, 그것을 주도했던 우익이 아직까지도 살아남아 혐한 망언과 역사왜곡을 일삼는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에서 일본풍은 절대 금기였고 제작진도 이 부분에 대해선 항상 조심해왔다.

반면 중국에 대해선 경각심이 크지 않았는데, 중국의 국력이 강화되고 대국굴기가 본격화되자 위협감이 고조됐다. 특히 중국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자기들 입맛대로 재정립하려는 동북공정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공분이 일어났다. 최근엔 김치 논란과 한복 논란이 터졌다. 중국 누리꾼들이 김치와 한복을 중국문화의 일부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위협감과 분노가 극에 달했다. 우리 드라마에 수시로 출몰하는 중국 브랜드 PPL도 경각심을 고조시켰다. 방심하다가 자칫 우리 드라마가 중국 자본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조선구마사'가 충녕대군(세종대왕)을 중국식 유흥주점에서 접대하는 캐릭터로 그리자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우리 양 옆의 이웃이 너무나 강하고 뻔뻔한 것이 문제다. 그들이 계속 역사를 왜곡하면서 우리를 위협한다면 우리의 경계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풍(왜색) 문제가 수십 년간 정리된 데 반해 중국풍 문제는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앞으론 중국 관련 논란이 계속 터질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일 정도로 국력이 커졌는데, 역사적으로 강성해진 중원의 국가는 줄곧 '중화제국'의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중국 누리꾼들의 도를 넘는 중화주의·애국주의가 계속해서 우리를 자극할 것이다. 한편 점점 규모가 커지는 우리 영상산업은 해외 시장과 자본을 필요로 하는데 중국이 가장 유력한 대상이다. 그러므로 우리 영상업계와 중국의 관계는 심화돼 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언제든 중국풍, 중국자본 논란이 재점화할 수 있다. K-드라마의 앞날에 지뢰밭이 펼쳐진 느낌이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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