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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박미영의 연필의 무게 걸음의 무게] 찰스 디킨스

2021-04-09

빈곤한 하층민에 애정 담아 쓴 소설, 세계가 반하다
父 파산으로 12세때 구두약공장 취직
절망감은 예민한 디킨스의 心傷 토대
자본주의 번영속 빈곤에 내몰린 아동
비참·가혹한 사회 배경 신랄하게 비판
가난·범죄·작업현장·계급 글로 폭로
현실적 처방 제안·실천하는데도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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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다.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고, 믿음의 세기이자 불신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면서 곧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무엇이든 있었지만 한편으로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모두 천국 쪽으로 가고자 했지만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1859년 체프만과 홀 출판사에서 주간 연재를 시작한 찰스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의 '두 도시 이야기' 첫 구절이다. 출간된 이후 2억부 이상 판매된, 오늘날 영어권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이 책은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삶과 귀족의 폭압 정치, 복수의 광기 등을 생생하게 묘사한 비극적인 사랑과 희생을 담은 역사소설이다

찰스 디킨스는 1812년 영국 포츠머스 교외 해군 조선소 경리국에 근무하는 하급관리 존 디킨스와 엘리자베스 배로의 6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유년기 가장 행복한 기억이 있는 채텀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공식적인 교육보다 성경과 셰익스피어, 다락방에서 읽은 '돈키호테' '톰 존스' '아라비안 나이트'와 그의 집 하녀로 있던 메리 웰러가 해준 무시무시하고 환상적인 옛날 이야기로 상상력을 키우며 문학에 눈을 떴다.

아버지는 호인이었으나 경제관념이 희박해 급기야 채무 관계로 마샬시 채무자 감옥(Marshalsea Debtor's Prison)에 수감되었고 구두약 공장에 취직한 12세의 디킨스를 제외한 가족은 감옥 숙소로 들어갔다. 이 파산의 절망감은 평생에 걸쳐 섬세하고 예민해 상처를 쉽게 받는 디킨스에게 큰 심상(心傷)이 되었다. 더군다나 6개월 후 할머니의 유산 상속으로 빚을 갚아 감옥생활을 끝낸 아버지가 아들의 미래를 걱정해 공장에서 데려와 학교를 보내려 하자 아들의 월급이 필요했던 어머니가 한 반대는 너무나 큰 상처로 남아 평생 모자가 냉랭한 관계가 되는 계기가 된다. 이 채무자 감옥 경험이 그의 소설 '리틀 도릿'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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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롤' 초판본 속표지.

19세기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인해 자본주의가 발흥하고 있었던 시기로 그 번영의 이면엔 아동들마저 무서운 빈곤과 열악한 노동에 내몰렸는데 일찌감치 그 경험을 한 디킨스는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한 끝에 1827년 변호사 사무소의 사환이 된다. 그 후 법원 속기사를 거쳐 신문기자가 돼 영국 의회 출입과 취재 여행을 하면서 풍부한 관찰력과 식견을 갖춰 1834년 신구빈법(New Poor Law, 빈곤 구제의 책임은 국가에 있지만 빈곤의 원인은 개인의 도덕적 문제 또는 나태에 있다고 보아 빈곤과 사회구조는 무관하다며 이전보다 공공부조 대상과 규모를 줄임)과 그에 따른 가혹한 사회적 배경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1833년 첫 단편 '포플러에서의 식사' 1836년 '보즈가 쓴 몇 장면' 을 출판해 이름을 알리고 '픽윅 페이퍼즈'와 '올리버 트위스트'로 일약 촉망받는 소설가로 전 유럽에 이름을 떨치게 된다. 디킨스는 동시대에 산재한 사회문제 즉 가난과 범죄, 교육, 공장의 작업현장, 여성, 주택, 상하수도, 노동조합, 행정개혁, 법, 감옥, 계급, 돈, 공리주의 등 빅토리아조 생활과 관련된 문제는 그의 소설에서 모두 다루었다. 이를테면 사회 구성원 개개인에 대해 무심한 사회 제도가 갖는 비인간적 속성을 소설로 폭로하는 식이었는데, 이는 디킨지안(dickensian)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그의 연재가 실린 잡지나 신문은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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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초판본 표지.

1836년 신문사 편집자 조지 호가스의 딸 캐서린과 결혼해 1858년 별거할 때까지 슬하에 9남매를 두었다. 소설의 인기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다소 가부장적 성향을 지닌 그와 거의 출산으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퉁명한 성격의 부인과의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독특한 정신적 유대관계를 맺은 지적인 처제 메리가 1837년 갑작스러운 병으로 죽자 엄청난 충격을 받아 나중에 소설 '골동품점'의 순수한 넬로 그려낸다. 부인과의 불화는 생애 후반부 연극배우 엘렌 터넌과 그의 일탈로 번진다. 그러나 그녀와의 생활도 행복하진 않았다고 한다.

1842년 동시에 두 작품을 연재할 정도로 거의 쉴 새 없이 소설을 쓰던 디킨스는 '바너비 럿지' 출간 이후 삶의 변화를 주기 위해 부인과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지만 노예 매매와 저작권 문제로 크게 실망을 해 공식 석상에서 미국인들을 비난해 물의를 빚고 미국에서의 그의 명성에 찬물을 끼얹지만 나중에 미국 독자들과 나름의 화해를 한다. 의회의 아동 고용실태 보고서에 충격을 받고 쓴 '크리스마스 캐롤' 이 전세계적 사랑을 받자 해마다 크리스마스 소설을 발표하고, 1844년부터 1년 동안 온 가족을 데리고 이탈리아에서 생활, 이듬해는 스위스와 프랑스로 여행을 떠난다.

'아버지는 무엇이든 다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미였다'고 딸 캐서린이 밝힌 것처럼 그는 빈곤과 하층민에 대한 애정을 글과 활동 전반에 걸쳐 표현했다. 특히 어린시절 사회 밑바닥을 헤매면서 인간의 타락과 본성의 어두움을 알아 사회 제반 문제를 지적하고 현실적 처방을 제안하고 실천하는데도 앞장섰다. 사회운동가 안젤라 버뎃 쿠츠와 벌인 유라니아 코티지(Urania Cottage, 유녀(遊女)들의 해외 정착사업), 저소득층 주택 개량사업 등이 그것이다. 그는 연극과 연극인들에도 매료돼 소설 '니클라스 니클비'를 쓰고 자신의 작품을 낭독하고 장면을 연출하는 데도 탁월해 생애 마지막 10년 동안 소설 낭독을 위해 영국 곳곳과 미국을 여행했다. 대대적인 성공과 공적이며 국제적인 행사로 여겨진 그 낭독여행은 그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주지만 건강을 해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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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6세기 셰익스피어 또는 20세기 피카소처럼 대중성과 작품성을 다 가진 작가였는데 정식 교육을 받지 않은 작가 특유의 투박함이 작품 곳곳에 산재하고 대화나 등장인물 이름에 활용된 언어유희는 영국 문화·생활에 익숙하지 않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데도 전 세계 대중은 열광했다. 자전적 소설 '데이비드 코퍼필드' 법 체계를 비판한 '황폐한 집', 그의 작품 중 가장 예술적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 '위대한 유산' 등은 연재하자마자 영국의 가정에서는 저녁마다 모여 읽었다. '디킨스가 써서 유통한 소설은 정말 그날의 토픽이었다. 그의 소설은 정치나 뉴스와 거의 흡사하게 보였다. 마치 그게 문학에 속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사건인 것처럼'.

1858년 부인과 별거한 이후 부모, 형제, 자식들이 그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기자 강행군한 순회낭독으로 몸의 한쪽이 마비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다. 결국 의사의 지시로 순회를 취소하고 미완성작 '에드윈 드루드의 미스터리'를 연재하던 1870년 6월9일 하루 종일 원고를 쓰고 난 후 쓰러져 세상을 떠난다.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 안장되었다. 그의 묘비에는 이렇게 씌어졌다. '그는 가난하고 고통받고 박해받는 자들의 지지자였으며 세상은 영국의 가장 훌륭한 작가 중 하나를 잃었다.' 노동자들은 주막에서 '우리의 친구가 죽었다'며 울부짖었다. 가족에게 100만 파운드라는 거액을 유산으로 남겼으며 '픽윅 페이퍼스'는 우리나라에 2020년 첫 번역 출판되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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