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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스탕달 신드롬

2021-04-08

예술에 푹 빠진 이들이 경험하고 싶은 감동이 있다. 바로 '스탕달 신드롬'이다. 이는 뛰어난 미술품 등을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정신적 충격상태를 가리킨다. 가볍게는 일시적인 흥분 상태에 빠지나 심할 경우 호흡곤란, 현기증, 위경련, 전신 마비 등의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예술작품이 얼마나 큰 감동을 주면 이런 충격까지 받는 것일까.

스탕달 신드롬은 '적과 흑'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이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크로체 성당에서 겪은 정신적·육체적 경험에서 유래했다. 산타크로체 성당은 피렌체파 회화의 창시자인 지오토 디 본도네 등의 작품은 물론 미켈란젤로, 갈릴레오 갈릴레이, 마키아벨리 등 피렌체 출신 유명 인사들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스탕달은 이곳에서 가슴이 마구 뛰는 격렬한 흥분상태에 빠져 호흡곤란까지 겪는데 이 충격이 한 달 정도 이어졌다.

스탕달 신드롬과 관련해 미국 추상표현의 대가 마크 로스코 작품에 관한 에피소드를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작품 중에서 직사각형의 화면에 검정과 빨강을 대비시킨 대형 작품을 감상하다가 펑펑 우는 것은 물론 졸도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마크 로스코는 이에 대해 "내 그림 앞에서 우는 사람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가진 것과 똑같은 종교적 경험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술작품이 주는 감동으로 사람들은 때론 눈물을, 때론 깨달음이나 치유를 경험한다. 이것은 스탕달 신드롬 때문이다. 예술작품에 경제적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도 있지만 평범한 많은 이들은 예술작품이 주는 감동, 즉 카타르시스로 인해 점점 예술에 빠져든다.

최근 국내 미술계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컬렉션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 일가의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대신하게 하자는 물납제 도입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찬반 의견이 팽팽한데 스탕달 신드롬이 해답의 실마리를 준다. 개인의 수장고에 갇혀있던 걸작들을 밖으로 꺼내 국민, 나아가 세계인들에게 스탕달 신드롬을 경험할 기회를 주면 어떨까. 물론 이 회장의 컬렉션에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도 있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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