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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일사일편(一師一便)] 너의 이름

2021-05-03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별 하나, 별 둘, 별 셋…. 내가 너를 찾았다!

어두운 밤하늘에서 별을 헤아리며 어둠에 먹히지 않은 별에 인사를 건넵니다. 밤하늘의 별은 모두가 똑같이 초롱초롱한 듯 보여도 모양이나 크기가 다르고, 어떤 별들은 '데네브'(백조자리 꼬리에 있는 1등성)와 같이 멋진 제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로는 별자리 이름에 묶여 NGC7000, NML, M29, M39로 불리는 억울함도 있지만 '백조자리'에 속하여 눈으로 확인되는 별만 200개가 족히 넘는다고 하니 그렇게라도 이름을 얻고 있는 별은 복을 받았음이 틀림없습니다.

사실 밤하늘의 아름다움과 신비는 뚜렷하고 선명한 별을 떠받쳐주는 무수한 잔별들의 이야기가 만든 결과입니다. 모든 별이 가장 크게 빛나는 '알파별'이 될 수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알파별 홀로 빛나는 별자리도 밤하늘에는 없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 나름의 크기나 밝기로, 자신의 빛깔로 빛나야 밤하늘은 아름다운 신비로 물들어갑니다.

별들의 세상처럼 우리의 이름 역시 때로는 NGC7000이거나 NML, M29, M39와 같은 숫자와 기호의 연속으로 불릴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이름은 우리의 본질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크기나 모양, 밝기나 색깔이 별의 본질을 설명하는 유일한 잣대가 아닌 것처럼 우리의 본질도 겉모습이나 역할·능력이나 특성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살아가는 생명을 부여받은 때로부터 그 생명을 꺼뜨리려는 작은 시도마저 거부한 채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삶이 작고 보잘것없게 느껴지더라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같은 위치에서 뜨고 지는 별을 닮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어둠에 먹히지 않은 빛이며, 무한한 공간 속에 확고한 위치를 점유한 실재입니다. 결정되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빛나는 한 우리의 삶은 여전히 빛납니다. 가장 빛나는 모습으로 우리의 시간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김연우 〈대구 태암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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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우 대구 태암초등 교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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