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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영남시론] 巧言(교언), 虛言(허언)

202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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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희 동부지역본부장

문재인 정부의 백신 정책은 여전히 국민의 기대치와 거리가 멀다. 우려한 대로 5월 코로나19 백신 보릿고개를 넘기기가 쉽지 않게 됐다.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재고가 간당간당하다. 무리하게 4월까지 1차 접종 300만명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2차 접종분을 당겨쓰다 생긴 사태다. 한마디로 아랫돌을 빼서 윗돌에 괸 셈이다. 지난 2월부터 매일 찔끔찔끔 접종을 진행,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 듯 눈속임을 하다 이마저도 한계를 맞은 것이다.

그렇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3일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백신 접종 원활, 목표 초과 달성"이라며 성과를 자랑한다. 아전인수 해석에 접종 현장은 혼란스럽다. 현실과 괴리된, 대통령의 인지 부조화에 대해 민심은 통탄한다.

백신 확보 경쟁의 골든타임을 놓쳤지만 문 정부의 수사(修辭)는 현란하다. '백신 9천900만명분 확보' '백신 가뭄은 가짜뉴스' 등등. 최근엔 화이자 2천만명분 추가 계약을 공표하고, 대대적인 역공에 나선다. 대통령과 정부 고위층은 약속이나 한 듯 '수급문제 소모적 논쟁 중단'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낸다. 백신 반입 일정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선 언급없이 막연하게 '11월 집단면역 가능'이라는 프로파간다만 내놓은 채.

백신 접종 대책의 짜내기식 수치는 교묘하다. 실제 수급 상황은 도외시한 채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는다. 관료들도 고장난 녹음기처럼 '문제없다'만 되뇌인다. 그 언사는 주술(呪術)의 반복효과를 믿는 듯 도발적이다. 이들의 발언 효과는 미미하다. 민생 현장은 아우성이다. 결과는 백신 접종률이다. 한국의 접종률은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7개국 중 35위다.

한발 더 나아가 코로나 백신 자주권 확보를 공언한다. 개발를 추진하는 국내 5개 업체에 달랑 지원금 600억원을 쥐여 주고. 미국이 화이자와 모더나에 선지급한 자금만 4조9천억원에 이른다. 현실성 없는 정책, 교언(巧言)과 허언(虛言)이 쌓이면 정부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위기 극복은 정부의 투명한 정책에서 출발한다. 이 정부는 백신 정책 실패를 지적하면 오히려 언론과 야당, 다국적 제약사, 심지어 미국 등 선진국을 탓한다. 자영업자들은 5인 모임 제한에 피눈물을 흘리지만, 청와대에선 버젓이 대통령 포함 5인 만찬을 하고도 통치 행위로 덮어버린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는 총체적 불신이 난무하게 된 원인 제공자도 사실상 정부다.

설령 정부 계획대로 백신이 반입, 접종된다 해도 국민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국민은 언제, 어떤 종류의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 언제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런 국민의 불안감을 도외시한 채 정부를 믿고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라는 것은 적반하장 격이다.

정부 계획 자체도 어거지성이다. 지난해 10월까지 백신 확보에 손을 놓고 있다가 부랴부랴 내놓은 게 올 11월 집단 면역 달성이다. 올여름이면 국경의 문을 활짝 열 미국·유럽을 보면 우리 국민의 심정은 더 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통령의 사과·유감 표명 한 번도 없이 설익은 애드벌룬을 띄우며 희망고문을 한다. 임계치에 다다른 국민의 고통·불안에 대한 공감은 찾을 수 없다. 청와대와 여당은 '백신정책 밀리면 모두 밀린다'는 프레임에 갇혀, 오로지 독선, 질주하는 형국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기본 책무다. 위정자의 덕목에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훗날 어떤 방식으로든 '백신 후진국'으로 전락한 원인 규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실패의 역사를 반복할 수는 없다.
윤철희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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