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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4월과 5월

2021-05-06

지난달은 연중 가장 슬픈 달이었다. 세상이 초록빛으로 변하는 시점의 4월 달력은 온갖 아픔이 들어있다. 3일은 제73주기 제주 4·3사건 희생자 추념일, 16일은 수학여행을 간 아이들이 하늘의 별이 된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은 날이었다. 이것만으로도 말로는 표현이 어려운 슬픔의 4월이라고 해도 충분하지만 1960년 일어난 4·19 혁명도 들어있다. 권력을 앞세워 부정선거를 꾸미던 당시 정권을 향해 '부정선거 무효'를 외쳤던 수많은 학생이 청춘을 바쳤다. 유난히 굴곡이 많았던 우리나라 현대사를 예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1922년 영국 시인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시를 통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외쳤다.

가슴속이 시린 4월에 반해 5월 달력은 기념일로 가득하다. 근로자의 날(1일)을 시작으로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날(15일), 성년의날(17일), 부부의날(21일)과 같이 가정에서 챙겨야 할 기념일도 넘친다. 하지만 가정의 달 대표 기념일은 사랑과 감사를 표현하는 어린이·어버이·스승의 날이다. 어린이날은 어린이가 차별 없이 바르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기념하는 날이다. 어버이날은 전통의 효 사상과 가족제도를 계승하고 발전시키자는 취지다. 스승의날은 스승의 높고 거룩한 은혜와 가르침을 되새겨 보는 날이다.

유권자의 날(10일), 부처님 오신 날(14일), 5·18 민주화운동기념일(18일), 발명의 날(19일), 세계인의 날(20일), 방재의 날(25일), 바다의 날(31일)도 들어있다. 문득 수년 전 서울의 어느 명문대학이 대학생에게 '부모에게 제일 희망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던진 질문에 40%가 '돈'이라고 답을 했다는 얘기가 떠오른다. '부모가 언제 죽으면 좋겠냐'는 물음에서는 '평균 63세'라고 했다. 주된 이유는 '은퇴해서 퇴직금을 쓰지 않고 죽는 것이 좋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씁쓸한 생각이 든다. 5월 달력을 넘기기 전에 마음의 한 조각을 떼어내 가정의 달 의미를 새겼으면 한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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