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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시네 토크] '발신제한' 조우진, "부산 도심 폭주하는 위기의 남자로 데뷔 22년만에 첫 주연작 신고식"

2021-06-25

워커홀릭으로 살다 영문도 모른채 테러용의자 몰려 경찰 추격받는 신세
차 안 펼쳐지는 공포·서스펜스…위기 계기, 가족·부성애도 뜨겁게 살아나
도심 한복판 카체이싱 촬영, 스릴 넘치는 장면 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
20년전 연기자 꿈 품고 50만원 들고 상경…지금 이순간 행복하고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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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의자 밑에 폭탄이 설치돼 있다. 차에서 내리거나 경찰에 신고를 하는 순간 폭탄이 터질 것이다."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평범한 아침 출근길에 나선 은행센터장 성규는 발신제한으로 걸려온 의문의 전화 한 통을 받는다. 보이스 피싱일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회사 동료의 차가 같은 방식으로 폭파되는 광경을 목격한 뒤 공포에 휩싸인다. 게다가 그는 테러 용의자로 몰려 경찰의 추격까지 받는다. 영화 '발신제한'은 영문도 모른 채 궁지에 몰린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공포, 서스펜스와 스릴을 동력 삼아 전개되는 도심 추격 스릴러다. 속도감과 타격감이 유난히 뜨겁게 느껴지는 이 영화에서 조우진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차에 갇혀 부산 도심 곳곳을 폭주해야 하는 위기의 남자(성규)를 열연했다. 차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지만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여러 외부적인 요건들이 수반돼 하는 만큼 배우의 집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됐던 현장이다. 연출을 맡은 김창주 감독은 적확한 밀도와 짙은 농도의 감정 연기가 가능한 조우진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이에 화답하듯 조우진은 누구보다 강렬하고 화끈하게 첫 단독 주연작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데뷔 22년 만에 첫 단독 주연이다. 원톱에 가까운 비중이라 부담감도 상당했을 것 같은데.

"한일전, 단두대 매치를 앞둔 선수들의 심정이랄까. 단독 주연인데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을 책임져야 했으니 부담감이 상당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감독과 스태프 모두 나만 쳐다보고 있는 거다. 솔직히 그게 더 부담감으로 다가오면서 이들에게 누가 되진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보다 철저히 연기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었다. 인물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테이크마다 뭘 담아내고 어떤 호흡을 내뱉어야 할지 수많은 질문들을 나 스스로에게 던졌고 그것을 해결하느라 첫 주연작이라는 부담감과 긴장감을 잊고 작품에 임했던 것 같다."

▶자동차 내부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러닝타임 내내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를 펼쳤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나.

"밀도다. 농도가 짙든 옅든 간에 이 영화는 밀도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정확한 감정표현도 중요하지만 비슷한 감정이라도 세분화시키면 굉장히 다른 느낌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것을 관객들이 제대로 캐치해서 공감하고 감정이입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너무 과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정확도보다는 적확도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보기 편한 연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성규를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나.

"성규는 영화 안에서 성장해가는 인물이다. 성공한 남자이지만 워커홀릭에 빠져 있는 그는 가족을 위해 일한다는 미명하에 가정에 소홀했다. 그가 이번 위기를 계기로 가족애와 부성애가 뜨겁게 살아난다. 나이만 먹었다고 다 어른이 된 건 아니듯이 나 역시 성숙해지기를 늘 꿈꾸는 사람인데 성규도 그렇게 비쳐지기를 바랐다. 그 점에서 일정부분 내 모습이 투영됐다."

▶캐스팅 과정도 궁금하다.

"처음에는 고사했다. 시나리오의 만듦새가 어떻고 역할이 마음에 들고 안들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이걸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다. 소화하기 쉽지 않은 감정선을 가진 인물이라 솔직히 자신이 없었고 겁도 났다. 그런데 감독님과 제작자가 꼭 한 번 만나길 원하셨다. 미팅 자리에 참석했는데 감독님이 내 손을 덥석 잡더니 '용암과도 같은 작품이지만 불구덩이에 함께 뛰어들자'고 하시는 거다. 그분의 얼굴과 눈빛에서 진심과 열정이 느껴졌다. 감동했다. 나를 데리고 작품에 빠져들 준비가 되셨냐고 물었다. '당신만 오케이하면 같이 가겠다'고 하길래 '알겠습니다' 했다."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짜릿한 카체이싱 장면이 인상적이다. 김창주 감독이 자동차 액션만 가지고 따로 회의를 가진 시간을 다 합치면 일주일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카체이싱은 어느 선까지 소화했나.

"철저한 계산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설계된 카체이싱 장면이지만 돌발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들 긴장하면서 촬영에 몰압했다. 촬영감독과 무술감독도 최대한 안전한 상황과 조건에서 스릴 넘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확률상 조금만 실수해도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전문가(스턴트맨)의 도움을 받았고 그 외에는 내가 모두 (카체이싱을)소화했다.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별다른 사고 없이 촬영이 무사히 끝난 것만으로도 뭔가를 해냈다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의기투합한 스태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해운대 광장과 구남로는 부산의 대표적인 장소이자 관광 명소다. 그만큼 출입 통제가 어려웠을 텐데 당시 촬영현장 분위기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는다면.

"몸과 마음이 수고스러워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도도 있었지만 정말 지독하다고 생각되는 시도도 많았다. 우선 도심을 꿰뚫는 추격 스릴러의 긴장감을 고스란히 전하기 위해 구남로부터 이어지는 해운대 광장의 촬영 허가를 받아야만 했다. 제작팀은 2~3개월에 걸쳐 그 주변의 모든 빌딩과 가게를 일일이 방문해 허가를 받았다. 부산시의 전격적인 협조도 얻었다. 어렵게 얻은 허가인 만큼 촬영팀은 리허설과 사전 회의에 더욱 공을 들였고 제작부는 현장에서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광객과 주민들에게 안내하는 인원을 총동원해 활용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해운대 추격신을 꼽고 싶다. 차 안에 무수히 많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설치했고 드론까지 활용해 할리우드 영화를 방불케 하는 거침없는 추격신을 담았다. 그 현장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나도 중간중간 사진을 찍었다."

▶자신의 차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경찰에게 말할 수 없는 상황과 폭파 사건의 용의자로 추적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겹치면서 영화의 스릴은 극한까지 치닫는다. 차 안에서 성규의 입장이 돼 연기를 할 때의 심정은 어땠나.

"'발신제한'은 감독님의 말처럼 전광석화처럼 바뀌는 상황에서 오는 서스펜스와 감정의 변화 등을 찰나에 담아서 표현하는 영화다. 그 찰나를 건지기 위해 내가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어떤 연기적 기술을 동원하더라도 쉽지 않아 보였다. 스트레스가 쌓이더라. 지금껏 살면서 이런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받은 적이 없었다. 내 인생 최대 고비였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이 '나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며 최대한 성규의 심정으로 감정이입 해 있는 그대로 100% 느껴보기로 했다. 그렇게 진정성 있게 담아야 상황의 흐름과 작품 전체가 설득력을 지닐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차 안에서 함께 호흡한 딸 혜인 역의 이재인 배우와의 호흡도 중요했을 것 같은데 그와의 호흡은 어땠나.

"내 연기를 더 설득력 있게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재인양을 처음 만났을 때 이런 말을 했다. '우린 동등한 배우이지만 너를 아역배우로 생각하지 않고 내 딸로 생각하겠다. 그러니 현장에서 최대한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잘 대응하더라. 카메라가 어디 있든 늘 최선을 다하고, 연기에 대한 욕심도 대단했다. 특히 폭탄 테러 사건 속에서 워커홀릭인 아빠를 점점 이해해가는 과정은 재인양의 내면 연기가 있었기에,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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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비슷한 또래의 딸이 있어서 극에 대한 몰입도가 남달랐을 것 같다. 스스로는 '딸 바보'를 넘어선 '똥멍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딸이 없었다면 표현하지 못했고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극한의 상황을 만날 때가 있다. 그때 누구와 가장 먼저 마음을 나누고 싶을까를 생각해봤는데 딸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에 대한 감정은 늘 혼재돼 있다. 아빠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늘 고맙고 사랑스러운 한편으로 요즘은 같이 놀아주지 못하니까 미안하고 애틋한 마음이 크다. 오늘도 집을 나서는데 '아빠 오늘은 조금만 일하고 와'라고 말하더라. 너무 미안했다. 그런 부분들이 재인양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딸은 내 삶과 일의 원동력이자 영감의 원천이다. 이번 작품이 개인적으로 의미가 큰 건 '가족애'를 생각할 수 있는 선물같은 영화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촬영이 고되고 타이트하게 진행된 만큼 그에 따른 피로감도 많았을 듯한데 어떻게 해소했나.

"주로 먹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입이 짧은 편인데 이번엔 정말 열심히 챙겨 먹었다. 고된 작업 끝에 찾아오는 힘듦과 물리적 어려움을 견뎌내기 위해선 이를 지탱할 수 있는 체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촬영이 끝날 때마다 밀려왔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그날 컨디션 좋은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해운대 맛집을 찾아 다녔다."

▶원작이 있는 영화지만 '발신제한'만의 차별점을 말한다면.

"설정이나 콘셉트는 비슷할 수 있겠지만 '발신제한'만이 품고 있는 정서는 원작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부성애가 있고 우리가 굉장히 익숙하게 생각하는 공간인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안 찍은 곳이 없을 정도로 모든 도로, 골목이 촬영 장소로 활용돼 이를 감상하는 맛이 있다. 늘 접하는 일상이 비일상이 됐을 때 느낄 수 있는 공포와 서스펜스, 스릴감이 적절히 녹아 있다. 그 부분들을 참고해서 감상한다면 색다른 차별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999년 연기자에 대한 꿈을 품고 50만원을 들고 상경했다. 당시를 떠올려보면 감회가 새롭겠다.

"'꿈'과 '동경'이라는 단어만 가지고 올라와 지금껏 버텼다. 그런 내가 지금은 내 모습이 전면을 차지하는 포스터와 함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기적'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올려지더라. 늘 그래왔듯 최선을 다하겠지만 작품은 물론 대사 하나가 소중했던 이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너무나 행복하고 소중하고 감사한 순간이다. 영화는 나에게 꿈이다. 계속 꿈을 꾸고 싶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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