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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걸 교수의 오래된 미래 교육] 마음과 의식

202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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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걸 (대구교대 교육학과)

에고는 세상의 씨앗이다. 하나의 작은 씨앗이 세상 전체를 담고 있다. '나는 존재한다'라는 하나의 생각만 일어나도 즉시 온 세상이 뒤따라 일어난다. 사실 생각은 마음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강력한 힘에서 나온다. 하나는 과거를 기억하는 힘이고 또 하나는 미래에 대한 기대다. 마음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마음이 만들어내는 현실에 대한 해석을 우리가 현실 그 자체로 착각하는 데에 있다. 마음은 결코 근원적인 존재를 파악하지 못한다. 마음은 단지 존재의 한 측면이지 존재 전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의식은 대상이 아니다. 의식은 '여기 있음' 그 자체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 마음은 항상 여기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대상에 초점을 맞춘다. 일반적으로 의식이라는 말을 쓸 때 이 말은 어떤 것은 의식하고 어떤 것은 의식하지 못하는 특정한 의식 상태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이 말은 모든 것을 의식하는 의식 그 자체를 뜻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다음 끼니를 어디서 구할 것인지, 혹은 오늘 밤 어디서 자야 하는가에 대해 걱정할 만큼 긴급한 재난 속에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귀중한 인생의 대부분을 단지 습관적인 걱정과 자기를 방어하는 전략을 짜면서 보낸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조용히 앉아 보라. 그냥 방안에, 나무 곁에, 풀밭에 누워 있어 보라. 그냥 그 자리에 존재하라. 그러면 순간적으로 어떤 느낌이 우리에게 밀려오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분명히 그 자리에 존재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존재하지 않음과 동시에 난생 처음으로 존재한다. 이때 존재하지 않는 것은 생각이고 존재하는 것은 의식이다. 생각을 멈추면 생각의 바탕인 의식이 드러난다. 생각 사이에 있는 침묵이 바로 의식이기 때문이다. 멈춘다는 것은 떠오르는 생각을 쫓아가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생각을 멈추는 것은 훈련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자신 안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의 흐름을 알아채는 것을 말한다.

의식이 구체적인 경계를 만들 때 그 의식이 마음이 된다.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이나 이미지가 무엇으로 되어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이것을 이해하기가 쉽다. 마음 안에 일어나는 닭·개 혹은 소는 물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의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닭·개 혹은 소를 만드는 마음의 성분은 우주를 만든 것과 같은 의식의 파동에 불과하다. 의식이 한계를 받아들여 마음이 될 때 의식은 끝없는 마음의 우주를 창조하기 시작한다.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라. 억제하려고 하지 말라. 일어나고 사라지는 여러 생각을 그냥 지켜보기만 하라. 생각과 느낌이 마음속에 일어나더라도 그것들은 오직 의식 안에서 오가는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마음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다. 그리고 존재는 의식이다. 의식은 생명이고, 그것은 또한 사랑이다. 나는 의식이라는 불멸의 존재 안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개인이자 동시에 그 불멸의 존재다. 그것이 바로 나라는 존재의 진리다. 〈대구교대 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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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걸 대구교대 교육학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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