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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교육] "우리가 유아교육을 너무 모르고 있다"

202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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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장)

한 달간 학급당 학생수를 적정한 상한선으로 정하자는 입법청원을 홍보하려고 학교를 방문했다. 지난 한 주는 대구 공립단설유치원 22곳을 모두 다녀왔다. 목표도달을 위해 다녔지만 처음 알게 된 유아교육이 현실은 어떨 땐 짠하기도 했지만 화가 나는 일이 많았다. 그러면서 우리가 유아교육의 중요성에 비해 현실은 열악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구나 하고 반성했다.

유치원 등원과 하원은 한편의 영화다. 부모나 할머니 할아버지 손을 잡고 즐겁게 등원했지만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길고 아련한 이별 장면이 펼쳐진다. 마치 지금 헤어지면 다시 못 볼 것 같은 장면이 이어진다. 겨우 엄마 품에서 떨어져 건물로 가다가 그리워 돌아보거나 엄마의 응원에 되돌아보다가 넘어진다. 아이를 겨우 들여다보내고 숨어서 끝까지 지켜본다. 아이가 2층, 3층 창문마다 서면 안과 밖에서 수차례 하트를 날리며 이별을 아쉬워하는 장면은 어느 유치원에서나 볼 수 있다.

하원 때는 코로나 방역으로 부모들이 반별로 줄을 서서 기다리다 아이들이 반별로 줄지어 나오면 부모는 마치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달려가 꼭 안고 번쩍 들어 올린다. 가장 아쉬운 장면은 부모가 아니라 학원 선생님들이 와서 아이들을 데리고 학원으로 가는 장면이다. 담임들은 오후 2시가 넘어서 내일 수업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은 다시 방과후 프로그램을 한다. 하원지도를 마치고서야 선생님들은 숨을 돌리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지친 뒷모습이 짠하다.

모든 유치원은 한 덩어리 건물이고 현관문은 늘 잠겨있다. 벨을 눌러서 용건을 말해야 들어갈 수 있다. 8시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아이들은 7시간 가까이 복합건물 안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몇몇 유치원에선 바깥 상자텃밭이나 모래놀이터와 좁아터진 현관문 앞에서 비눗방울 놀이나 모래놀이를 하는 모습은 애처롭고 화가 난다. 많은 유치원이 초등학교와 붙어있지만 두 학교 사이엔 철망으로 막혀 있다. 유치원을 꼭 이렇게 지었어야 했나 싶다.

요즘 많은 학교가 공간혁신을 하고 있다. 이미 한 덩어리 복합공간으로 지어버린 유치원 건물은 어떻게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선 바깥 공간을 확장하면 좋겠다. 발달 과정에서 감각과 감성의 발달이 중요한 유아들을 이렇게 하루 종일 햇볕도 잘 들지 않는 건물 안에 두는 것은 옳은 일일까? 당장 초등학교 공간을 공유하도록 하면 좋겠다. 물론 초등학교도 삭막한 건축물 중심에서 숲과 작은 연못, 텃밭이라는 생태적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지난주 세상을 떠난 건축가 이일훈 선생은 '채 나눔'이라고 채(집)를 나누어 불편하게 살기, 마당과 자연을 끌어들여 밖에서 살기, 아파트나 주상복합 건물처럼 한 공간에 집약된 것을 바람과 빛이 골고루 들어오도록 늘려 살기를 건축에 실현해 온 분이었다. 이런 분이 학교를 지었으면 어떻게 지었을까?

생각이 이쯤 들 때 숲이나 공원이 바로 옆에 있는 유치원 환경이 반가워서 원장에게 얼른 숲 놀이를 하기에 좋겠다고 말했다. 원장은 깜짝 놀랐다.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만 3세가 한 반에 18명, 4세 24명, 5세 28명이 한 반이고, 한 명의 교사가 지도하는데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데 어떻게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유치원은 초중등학교처럼 시간표가 없다. 그러니 쉬는 시간도 없어서 교사들은 급한 볼일이 생겨도 참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급한 볼일이 생기면 그때서야 다른 직원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놀이라도 할라치면 좁은 교실과 복도를 활용해야 하는데 교사는 문에 서서 양쪽을 번갈아 가면서 살펴보고 지도해야 하니 유아교육에서 중요한 놀이나 체험 같은 활동을 하는 일은 종이 교육과정에서나 쓰여 있다.

이런 모순을 알고도 별 수 없다 좌절하면서 이게 무슨 유아교육인가 싶을 땐 한숨만 나온다. 여기에다 학부모들의 민원은 넘친다. 현실이 이런데 무슨 유아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 유치원은 초중등 학교보다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발달에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정책이나 예산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투입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교사들을 지원하고 바깥 공간을 혁신해야 한다. 그러면 교육은 열정적인 교사들이 다 잘 해낼 것이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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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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