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10712010001419

영남일보TV

[기고] 이건희미술관 입지 비수도권 공모로 다시 정해야 한다

2021-07-19

2021071201000369900014191
김형기 (이건희미술관 대구유치 시민추진단장)

"문재인이가 해주겠습니꺼." "대구에 올 수 있겠능교." "이건희미술관은 대구에 와야 맞지예. 그치만."

이건희미술관 대구유치 시민추진단이 대구 서문시장에서 서명운동을 했을 때 만난 아재, 아줌마, 할매들이 한 말씀들이다. 그분들의 예상이 맞았다. 문체부 장관이 이건희 기증관을 서울에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역사문화적으로 볼 때 이건희미술관 건립의 최적지는 대구다. 대구는 한국근현대미술의 발상지고 중심지다. 이상정, 이여성, 이인성, 이쾌대 등 근대미술의 선구자들이 모두 대구 출신이다. 대구는 서울 다음으로 미술계 역량이 강하다. 세계초일류기업 삼성의 발상지인 대구 제일모직 터에는 삼성창조캠퍼스가 조성되어 있다. 삼성라이온즈 홈구장이 대구에 있다. 이처럼 근현대미술 및 삼성과 관련된 스토리가 풍부한 곳은 대구밖에 없다.

대통령이 이건희 컬렉션을 한곳에 모아 전시하는 방안 모색을 지시했을 때, 대구 미술계 인사들과 대구를 문화예술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사들이 이건희미술관 대구유치에 나섰다. 36개 사회단체들이 국립이건희미술관 대구유치 시민추진단을 구성하여 서명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했다. 문체부 장관이 수도권에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시민추진단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립이건희미술관을 비수도권에 건립하라'고 주장했다.

필자는 비수도권 시장·도지사들이 공동성명을 내어 이건희미술관을 비수도권에 공모로 건립할 것을 국무총리에게 제안하고 국무총리가 그 제안을 받아 대통령에게 이건희미술관의 비수도권 건립을 건의하여 대통령이 비수도권 건립을 선언하게 하는 수순을 밟자고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대통령이 이건희미술관 비수도권 건립을 선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수도권 인사와 청와대 비서관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밀실논의로 서울 두 곳을 후보지로 정했다. 어떠한 공론화나 공모 절차도 없이 비수도권 40여개 자치단체들의 유치 제안을 묵살하고 서울 건립을 결정하였다. 문체부 장관은 서울 건립 결정을 발표하면서 국익을 고려했다고 했다. 서울의 이익만이 국익인가? 비수도권 이익은 국익이 아닌가? 세계 유례없는 수도권 집중이 지방소멸을 초래하고 있고 세계 최저 출산율의 재앙을 낳아 대한민국의 장기적 쇠퇴를 예고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수도권 집중을 강화시킬 이건희 미술관 서울 건립은 장기적으로 국익에 위배된다.

문화분권, 문화의 균형발전을 주요 국정지표로 삼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그것에 역행하는 결정을 하였다. 문체부가 내세운 문화강국을 위해서는 문화의 균형발전을 통한 전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 보장이 필수적이다. 비수도권 방방곡곡 개천의 사람들이 세계 수준의 문화를 향유해야 수많은 개천에서 용이 나와 문화강국이 될 수 있다. 진보 변호사단체인 민변은 서울에 문화시설 몰아주기를 한 이번 정부 결정이 '지방국민의 문화 향유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비판하고 '건립후보지 공론화와 공모절차를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예술가단체인 예총과 민예총도 문화의 수도권집중 타파와 문화향유의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정부 결정을 비판했다.

황희 장관이 애초에 강조했던 빌바오 효과는 이번 발표에서는 사라졌다. 이른바 빌바오 효과는 스페인의 쇠락한 지방공업도시 빌바오에 구겐하임미술관이 건립됨으로써 나타난 지역발전 효과다. 이미 초집중되고 핵심 문화시설 대부분이 집중해있는 서울에 이건희미술관을 건립하면 빌바오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세기적 기증인 이건희 컬렉션을 담을 미술관을 비수도권에 건립해야 빌바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건희 컬렉션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고미술품과 전적류에 대해서는 조사연구를 위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전문인력을 활용할 필요성이 있기에 서울 지역에서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1천488점에 달하는 근현대미술품에 대해서는 비수도권에 국립이건희 근대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

이건희미술관 서울건립 결정은 절차적 정당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비수도권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침해한 불공정한 행정이므로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정부는 '국립이건희근대미술관을 비수도권에 공모를 통해 건립해야 한다. 이의 관철을 위해 지역 내 긴밀한 민관협력과 비수도권 자치단체들 간의 연대가 필요하다. 비수도권 공모가 성사되면 역사 문화적으로 최적지인 대구에 국립이건희근대미술관 건립의 염원을 이룰 수 있다.
김형기 (이건희미술관 대구유치 시민추진단장)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