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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박상현 박사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블록체인, 보안기술보단 신뢰기술 개념…득과 실 따져봐야

2021-07-16

인류가 블록체인·비트코인 만난지 4500여일
열광·우려 공존하며 새로운 화폐도구 주목
개인간 금융거래 구현하기 위해 개발 목적
중개소 통한 거래, 무조건 안전하진 않아
거래정보 유출되는 경우도 많아 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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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과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 지 벌써 12년이 넘었다.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가 비트코인을 제안한 논문은 2008년에 발표됐지만, 비트코인의 첫 번째 블록(Genesis Block)이 생성된 2009년 1월3일을 기점으로 보면 오늘은 인류가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만난 지 4천578일이 되는 날이다.

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ICT 업계의 시계는 7배 빠르다는 'Dog Year'(개의 1년은 사람의 7년과 같다는 의미로 ICT 업계의 빠른 변화를 비유)로 환산하면 강산이 9번이나 바뀔 시간이다. 블록체인의 근간인 해시함수, 공개키, 전자서명은 1990년대 초반에 개발된 기술이고 디지털 화폐(Digital Cash)는 1983년 데이비드 차움(David Chaum)이 이미 제안했으며, 비트코인과 유사한 암호화 해시함수를 적용한 해시캐시(HashCash)가 1997년에 발행된 점을 고려하면 사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갑자기 나타난 최신기술은 아니다. 그런데도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이 여전히 뜨거운 이슈로 주목받으며 열광과 우려가 공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가진 혁신성은 크지만 아직은 미완성된 기술로 검증과 보완이 필요하고, 암호화폐가 기존 경제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지만, 익명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역시 크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결국은 여타 기술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도 도구이기에 그 자체에 옳고 그름이 있지 않으며 누가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첨예한 도구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숙련하는 과정이 필요하므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역시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고 장단점을 분별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개념과 특성을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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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에서 '블록체인'을 검색해 보니 '블록체인이란 가상화폐로 거래할 때 해킹을 막기 위한 기술' '블록체인이란 블록을 잇달아 연결한 모음' 등의 설명이 나온다. 틀린 말은 아닌데 딱히 맞는 말도 아니다. 첫 번째 설명은 블록체인을 보안기술로 오해하게 만들고, 두 번째 설명은 블록체인의 논리적 구조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설명이라 아무런 의미가 없다.

흔히 블록체인은 보안기술로 이해되지만 신뢰기술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블록체인이 우수한 보안기술이라면 기존 금융기관이 더 절실하므로 앞다퉈 도입했을 것이다. 물론 최근 은행·보험사·증권사도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는 서비스 혁신을 위한 것이지 금융시스템 보안을 위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물물교환이 아닌 화폐를 전자적으로 거래하기 위해서는 화폐 발행, 거래처리, 중복 및 허위거래 방지, 거래 정보 관리 등을 위한 금융기관이 필요하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기존 중앙집중화된 금융체계에 반하여 수많은 개인이 연결된 네트워크로 신뢰할 수 있는 개인 간(Peer to Peer) 금융거래를 구현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블록체인을 보안(Security)이 아닌 신뢰(Trust) 기술이라고 보아야 한다.

사실 사토시의 논문에는 블록체인이란 용어도 정의도 없다. 다만 블록과 체인이 단어로 사용될 뿐이다. 여기서 블록은 개인 간 거래행위를 기록한 묶음을, 체인은 그 묶음을 시간 순서로 연결한 것을 의미하며 비트코인은 블록을 만들 때 발행되는 디지털 화폐의 이름이다.

블록은 일종의 회계장부의 페이지와 같은데 항상 첫 줄에는 블록을 만들며 발행된 비트코인이 기록된다. 비트코인의 첫 소유자는 블록을 생성한 사람이므로 비트코인은 블록 생성의 대가인 셈이다. 결국 비트코인은 개인간 금융거래를 위한 화폐이자 블록체인 시스템 운영을 위한 자원과 비용 확보 방안으로써 개발된 것이다.

이처럼 블록 생성은 블록체인 시스템을 유지하는 원동력이지만 블록이 수요보다 많이 생성되면 가치가 낮아져 참여 동기가 떨어지고 수요보다 적게 생성되면 시스템 운영에 차질이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호계산의 난이도를 통해 블록 생성 비용을 조정하는데 최근 중국 정부의 비트코인 채굴 규제 강화로 블록 생성이 급감하면서 암호계산 난이도가 28% 완화된 것도 블록 생성을 유지하려는 조치다. 요약하면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은 닭과 달걀과 같이 서로에게 존재 이유다.

한편, 블록체인을 분산원장이라고도 설명하는데 이 역시 블록체인을 오해하게 만드는 용어다. 통상 중앙시스템과 대비되는 분산시스템은 여러 서버가 업무를 나눠 처리하고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여 효율성을 높인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이와 달리 여러 서버가 동일한 작업을 반복하고 데이터를 중복해 저장한다. 따라서 블록체인은 분산원장보다는 중복원장 또는 탈중앙화 원장이라는 설명이 적절하다. 비유하자면 모든 직원이 똑같은 회계장부를 각기 한 부씩 가지고 함께 회계장부를 작성해 전 직원이 믿을 수 있는 장부를 만드는 방법이다. 이처럼 블록체인은 투명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인 기술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유용하지만 효율성 측면에서는 형편없는 시스템이다.

비트코인은 금융기관 없이 개인 간 신뢰할 수 있는 거래를 위해 개발된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비트코인 거래는 대부분 중개소를 통해 이루어진다. 중개소의 거래는 대부분 블록체인 시스템이 아닌 중개소 내부 시스템에서 처리된다. 결과적으로 대다수의 암호화폐 거래는 블록체인과 무관하다. 이러한 이유로 안전할 것이라 믿었던 중개소가 해킹을 당하고 거래정보가 유출되거나 똑같은 암호화폐인데 우리나라에서만 유난히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도 발생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장단점이 극명한 기술이고 암호화폐는 아직 검증이 진행 중인 금융 수단이다. 모든 신기술이 그러하듯이 제대로 알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혁신을 이루지만 잘못 활용하면 득보다 실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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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ICT융합본부장)
▷박상현 박사는?

충북대에서 경영정보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네브라스카주립대에서 초빙연구원으로 디지털 경영전략을 연구했다.

<주>솔리데오시스템에서 공공정보화 컨설턴트로 근무했으며,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을 거쳐 현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ICT융합본부장을 맡고 있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블록체인, 인공지능, 디지털 트윈 등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 연구실이 아닌 현실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서비스 모델을 설계하고 선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그의 주된 업무이며 신기술로 사회문제가 개선되고 새로운 사업을 통해 만난 ICT 기업들이 성장할 때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20여년간 ICT 분야에서 실무와 연구를 병행해 왔으며 실용에 가치를 두고 다양한 기술을 두루 이해하는 융합 전문가로서 엔지니어보단 큐레이터에 가깝다. '유비쿼터스 세상' '교양인을 위한 미디어 세미나' '화산의 소리를 들어라'(번역서) 등의 책을 출간했으며, MIS Quarterly Executive, Management Decision, Service Business: An International Journal, Technological Forecasting and Social Change, Industrial Management & Data Systems 등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하여 마르퀴스 후즈 후 세계인명사전에 등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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