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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의 그림 에세이] 균와아집도(筠窩雅集圖), 퉁소 부는 김홍도·거문고 타는 강세황…조선 최고 화가들의 '풍류 모임'

202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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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가 그늘을 드리운다. 연녹색 나무와 풀이 싱그럽다. 탁자 위에는 몇 권의 서적과 붓통이 놓였다. 악기와 바둑판도 갖췄다. 누군가는 거문고를 타고 퉁소를 불 것이다. 바둑을 두기 위해서 빙 둘러앉았다. 이야기꽃이 만개한다. 웃음소리 사이로 얼비치는 계곡물소리가 시원하다. 새들이 지저귀고 바람이 살랑인다.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니 얼마나 기쁜가. 드디어 모임의 주인공들이 도착했다. 안산 터줏대감인 표암(豹菴) 강세황(1713~1791)과 연객(烟客) 허필(1709~1768)이 먼저 자리를 잡고 손님을 기다린다. 당대 화력이 높은 현재(玄齋) 심사정(1707~1769)이 오고, 호생관(毫生館) 최북(1712~1786년경)도 왔다. 안산에서 10세 무렵 강세황에게 그림을 배운 단원(檀園) 김홍도(1745~1806?)는 신입 화원이 돼 참석했다. 김덕형( 1750~?)과 추계(?~?), 균와(?~?)도 자리를 잡았다.

이 모임을 그린 '균와아집도(筠窩雅集圖)'는 조선 후기를 빛낸 화가들이 야외에서 모임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듯이 남긴 작품이다. 이런 스타일의 그림을 '아집도(雅集圖)' 혹은 '아회도(雅會圖)'라고 한다.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쓴 문사들이 풍광 좋은 곳이나 정원에서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며 문예 활동을 즐기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모임의 장소는 안산에 있는 '균와'라는 곳이다. 당대 최고의 화가 심사정과 최북, 김홍도가 그림을 그렸고 강세황이 그림의 구도를 기획했다. 허필은 발문을 적었다.

그림의 무대인 경기도 안산은 한양의 변두리 지역이다. 가문이 몰락하거나 정계에서 밀려난 유명 문인들이 안산에 자리를 잡고 문예집단을 이루었다. 성호(星湖) 이익(1681~1763)의 가문 여주이씨와 강세황의 처남 유경종(1714~1784)의 가문 진주유씨가 안산 문화를 탄생시킨 주역이다. 안산은 '예원의 총수' 강세황이 오랫 동안 거주한 곳이다.

허필 역시 집안이 몰락하자 안산으로 내려와 강세황과 절친한 지기가 된다. 안산은 남인·소론계의 문예활동의 근거지로 유명한 화가와 문인을 배출했다.

이 모임의 회원인 심사정은 예술에 조예가 깊은 명문가 집안의 출신이다. 할아버지가 역모에 연루되는 바람에 집안이 몰락한다. 그는 그림에 의지해서 당대 유명한 학자, 화가, 감식안, 비평가들과 교류하며 살았다. 중인 출신인 최북은 시서화에 뛰어나 심사정과 강세황, 허필 등과 고화를 감상하고 그림도 제작하는 친밀한 관계였다.

안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김홍도는 젊지만 이 모임에 참여할 만큼 기량이 뛰어났으며 강세황에게 신임받는 화가였다. 13세의 김덕형과 추계가 모임의 회원이고, 균와는 신광익(申光翼·1746~?)이라는 설이 있다.

'균와아집도'는 여덟 명의 회원이 멋스럽게 휘어진 소나무를 배경으로 둘러앉은 모습이다. 주위의 풍광은 수려하다. 잘 생긴 바위틈 사이로 물이 흘러내린다. 날씨가 선선하니 야외에서 즐기기엔 적합하다. 왼쪽 화면 앞에는 김홍도가 퉁소를 불고 박자를 맞추며 거문고를 타는 이는 강세황이다. 그 옆에 어린 김덕형이 있다. 정면을 바라보고 바둑을 두는 이는 최북이고 한쪽 다리를 세우고 무릎에 손을 올린 이는 허필이다. 최북과 마주앉아 긴 담뱃대를 물고 바둑을 두는 이는 추계, 오른쪽 제일 앞에 비스듬히 앉은 이는 균와다.

이 그림은 나이와 상관없이 50대와 10대가 1763년 4월10일 모임을 가진 후 합작했다. 그들은 당시 유행하던 진경산수화풍보다는 시적 여운과 문기가 흐르는 남종화풍으로 그렸다. 먹 선으로 옷 주름을 세밀하게 그린 인물화는 젊은 시절 김홍도의 기량을 엿볼 수 있다. 심사정이 소나무와 바위, 숲을 사실적이면서 사의적으로 그렸다. 그의 노련한 기법이 그림의 생기를 불어넣었다. 채색은 최북이 맑고 고아하게 마무리했다. 오른쪽 위에 그림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 '캡션' 같은 허필의 발문이 있다.

요즘도 화가들이 모여서 전시회를 개최하면 거나하게 뒤풀이를 한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작업의 열정을 확인하며 창작의 의지를 다진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쉽게 만날 수가 없다. 그리운 화우들을 생각한다. 우리도 '균와아집도'에 모인 화가들처럼 만나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다. 화가 2572kim@naver.com

균아아집도
심사정·최북·김홍도 외 '균와아집도'. 종이에 옅은 색, 59.7×113㎝, 1763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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