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11003010000165

영남일보TV

[기고] '선비정신'에서 배우는 갑질 근절

2021-10-13

2021100301000041300001651
조병철 남부지방산림청장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오랜 기간 왕조를 유지한 국가인 조선은 힘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명분과 의리를 밝혀 국민을 설득하고 포용하는 정치를 지향하고 법치보다는 덕치를 우선하는 통치 철학으로 500년 이상 지속된 나라가 되었다.

이 조선왕조의 대표적인 지식인은 선비로, 사전에서 '선비'의 뜻을 찾아보면 첫째 학식은 있으나 벼슬하지 않은 사람을 이르는 말, 둘째 학문을 닦는 사람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셋째 학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관직과 재물을 탐내지 않는 고결한 인품을 지닌 사람을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즉, 권력이고 힘이며 명예인 벼슬에 욕심이 없는 사람을 '선비'라 칭한다. 따라서 선비란 웬만큼 공부하고 노력해서는 경지에 도달하기 힘든 위치이며, 오늘날에도 통용될 수 있는 위상인 것이다.

남부지방산림청이 자리잡고 있는 경북 안동은 예부터 퇴계 이황, 서애 류성룡, 그리고 학봉 김성일 등 훌륭한 선비들이 많았다. 내로라하는 벼슬아치가 많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의(義)와 예(禮)를 쌓는 것을 기본으로 알고, 전쟁과 같은 국난(國難)에는 자신의 생명까지 던지며 헌신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이다.

학문의 깊이로는 퇴계 이황을 따라잡을 이가 없고, 나라를 위기에서 구출한 정치가로는 서애 류성룡이 있으며,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선비라면 학봉 김성일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순신의 벗이자 후원자로 잘 알려진 서애 류성룡은 임진왜란이 터지자 전국 각처에 격문을 보내 의병을 모집하는 등 외적으로부터 나라를 구한 선비다. 또 낙향한 후에는 초가에 머물며 "사람들이 이욕(利慾)에 빠져 염치를 잃어버리는 것은 모두 만족할 줄 모르기 때문"이라며 후학들에게 청렴의 중요성을 가르치기도 했다.

'갑질'이라는 단어는 2013년 이후 우리나라 인터넷에 처음 등장한 신조어로 갑을관계에서의 '갑'에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 만든 말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즉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우월한 신분, 지위, 직급, 위치 등을 이용하여 상대방에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하며 제멋대로 구는 행동"을 말한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갑질을 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개인 역량과 조직의 힘을 혼동하고, 자신이 잘난 줄 안다고 한다. 또 조직의 이익보다는 사사로운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고 을의 입장에 있는 사람을 하인 부리듯 대하며, 자신의 과오를 을에게 떠넘기기를 잘한다고 한다. 그리고 배경에 대한 설명 없이 무조건 따르기만을 강요하고 부탁할 때는 비굴하게 굴기도 하지만 을의 입장에 있는 사람이 도움을 요청할 경우에는 단번에 외면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유아독존(唯我獨尊)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갑질을 행하는 사람들이 서애 류성룡과 같은 선비의 정신을 지니고 있었다면 2014년 땅콩 회항 사건, 2017년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사건, 2021년 연예인 갑질 논란 등 언론에 오르내린 수많은 갑질사건들이 발생할 가능성은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다.

정부, 지자체, 기업 등 범사회적으로 갑질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금, 남부지방산림청은 앞으로도 갑질과 관련된 논란이 발생되지 않도록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관직과 재물을 탐내지 않는 고결한 인품인 선비정신을 지닌 공직자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며, 직원 간 상호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건전하고 행복한 공직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선제적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조병철<남부지방산림청장>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