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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시네 토크] ○△□ 오징어 게임, 이정재 "찌질한 오징어 캐릭터 첫 경험 반전매력 제대로 보이고 싶었죠"

2021-10-08

이정재

기훈은 지금 벼랑 끝에 몰렸다.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후 사채까지 손을 댄 그는 늙은 어머니의 쌈짓돈까지 훔쳐 경마장에 갈 만큼 제대로 망가진 인생을 살고 있다. 보다 못한 아내는 대책 없는 그와 일찌감치 갈라섰다. 하지만 기훈은 지금 어느 때보다 큰돈이 절실하다. 감당할 수 없는 사채빚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뇨로 당장 입원해야 하는 어머니의 병원비 마련이 시급하다. 그런 기훈에게 지하철에서 만난 의문의 남자가 명함을 건넨다.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달콤하지만 치명적인 제안이 그 안에 담겨있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정재가 세련되고 깔끔한 도회적 이미지를 벗고 생활에 찌들 대로 찌든 무기력한 캐릭터 기훈으로 분했다. 낯설게 느껴질 만큼 추레하게 등장해 필사적으로 서바이벌 게임에 몰두하는 그의 모습은 꽤나 신선하다. 이정재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않았던 캐릭터였다"며 "밝고 천진한 외형과 삶에 대한 무거운 고통을 지닌 내면을 동시에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살기 위해 타인을 해쳐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 기훈의 혼란부터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까지 이정재는 모처럼 어깨에 힘을 뺀 채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노련미로 이야기에 힘을 싣는다.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의 말처럼 "날카롭고 강한 이미지 속에 숨은 이정재의 친근한 이미지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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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이 현재 넷플릭스가 서비스 중인 83개국에서 모두 정상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반응이 뜨겁다. 그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굉장히 독특한 콘셉트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여러 가지 측면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시나리오인 동시에 촬영과 캐릭터들의 조화도 유기적으로 잘 이뤄졌다.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애환과 사연을 이처럼 설득력 있게 그려낸 작품이 앞으로 또 있을까 싶다. 시기적으로도 잘 맞았다. 감독님이 2008년부터 준비를 하셨다고 했는데 작품을 만드는 시기 못지않게 이런 내용에 공감할 수 있는 시대적인 상황도 매우 중요하다. '오징어 게임'은 그 모든 게 제대로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주로 악역이나 센 캐릭터 해오다 생활연기 해보니 처음엔 좀 어색
서바이벌 게임 참여한 사람들 애환 잘 그려내 세계서 인정 받는 듯
극한 상황속 인간미·용기 잃지않은 기훈의 감동 메시지 잘 전해져"

"달고나 뽑기 심하게 핥는 모습,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하기도
현대미술 전시 온것 같은 거대한 세트장, 매번 갈 때마다 감탄절로
징검다리게임 가장 힘든 기억, 너무 긴장한 탓 발바닥에 땀까지 나"


▶주위의 반응은 어떻던가.

"동료 배우부터 지인들까지 축하 문자와 전화가 많이 온다. SNS상에도 연일 관람 인증샷과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영상이 올라오던데 아주 재밌게 보고 있다. 우리보다 훨씬 기발하고 재치 넘치는 아이디어가 많은 것 같더라. 내가 SNS를 하지 않기 때문에 눈치껏 '눈팅'을 하면서 반응들을 체크하고 있다."(웃음)

▶'오징어 게임'은 소재와 표현이 자유로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탄생했는데, 대본을 접해 본 첫 느낌은 어땠나.

"죽음을 담보로 한 성인들의 서바이벌 게임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어렸을 때 즐겨 했던 게임을 소재로 삼았다. 흥미로우면서 그로테스크했다. 또 게임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이 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그들의 애환과 고충이 과장 없이 꼼꼼하게 잘 설명돼 있었다. 그렇게 1화부터 엔딩까지 기훈을 비롯한 각각의 캐릭터들이 조금씩 쌓았던 감정과 이야기들을 효과적으로 발산하게 되는데 그 부분이 여타 서바이벌 작품과 분명하게 차별된 '오징어 게임'만의 강점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황동혁 감독은 성기훈 캐릭터를 통해 배우 이정재의 반전 매력을 끄집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내 생각과 비슷했다. 늘 뭔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나이가 들어서인지 좀처럼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근래 출연했던 작품을 보더라도 악역이나 센 캐릭터들이 대부분이다. 차기작을 고민하던 차에 황 감독님이 기훈 역을 제안해 주셨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자 역할인데 오랜만에 그런 캐릭터를 한다고 생각하니 무척 반가웠다."

▶해외에서도 성기훈의 인간적인 면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남들을 도와주려는 기훈의 생각과 행동이 과연 그들에게 얼마만큼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나는 한국인의 정서가 깊이 반영된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좋았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기훈은 마음이 굉장히 따뜻한 친구구나 라는 생각을 가졌다. 귀여운 면도 있고,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상황에서도 절대 인간미와 용기를 잃지 않는다. 때문에 장르적으로 설정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성격과 행동이 모두에게 울림을 주는 감동의 메시지로 전달된 게 아닐까 싶다."

▶그동안 선보인 적 없는 색깔의 캐릭터인데 어떻게 접근했나.

"생활 연기가 사실 힘들다. 좀 강해 보이는 캐릭터는 초반의 설정대로 그대로 밀고 나가면 되는데 생활 연기는 일상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보여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다큐멘터리가 아니니 그 안에서도 종종 장르적인 연기를 펼쳐야 한다. 그런 점들 때문에 처음에는 뭔가 부자연스럽고 어색했다. 평소 생활하는 것처럼 보여주면 되는데 왜 계속 불편할까를 생각했다. 시간을 갖고 계속 연습에 매진했다. 밤마다 거리에 나가 행인들의 모습도 유심히 살폈다. 그렇게 생활 연기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니까 이젠 표현의 수위가 고민됐다. 예를 들면 달고나 뽑기 게임 장면에서 내가 혀로 심하게 핥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렇게까지 핥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목숨을 걸고 하는 게임이다 보니 그보다 더 심한 것도 할 수 있겠다 싶더라."

▶'이정재가 잘생김을 내려 놓았다'는 반응들도 있는데.

"확실히 오징어가 됐다.(웃음) 일단 모자가 너무 안 어울린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왕 모자를 쓸 거면 머리카락을 안으로 집어넣어서 깔끔하게 정리하지 그랬냐, 옷은 또 왜 저러냐는 등 주변에서 말들이 많았다. 처음 의상을 체크하러 갔을 때 사이즈도 안 맞고 누가 보더라도 언밸런스한 매치였다. 조상경 실장이 미술감독을 맡았는데 나와는 영화 '신세계'부터 '사바하' '암살' 그리고 지금 찍고 있는 '헌트'까지 많은 작품을 함께 해온 분이다. 그런데 언밸런스가 기훈 패션의 콘셉트라는 거다. '이정재에게 무엇을 입혀야 진짜 쌍문동 반지하에 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을까'를 정말 많이 고민했다면서. 혹자들은 스타일 때문에 내가 '망가졌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연기자 입장에선 절대 망가진 게 아니다. 외려 기훈 캐릭터를 제대로 설명해주는 의상 덕분에 연기적인 접근이 훨씬 더 용이했다."

▶성기훈이 오일남(오영수 분)에게 관심과 배려를 보여주는 행동은 어떻게 이해했나.

"기훈은 스스로를 약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늘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싶은 심리가 깊게 자리한다. 하지만 보잘것없는 자신보다 더 약자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겐 측은지심이 강하게 발동되는 친구다. 과거 직장에서 파업을 할 때 죽어가는 친구를 지켜주지 못한 트라우마도 있고. 그러다 보니 뇌종양과 치매 증상을 앓고 있는 칠순의 노인 일남이 게임장 안에서 가장 약자로 보였을 것이다. 일남이 퇴장한 후에는 새터민 새벽(정호연)이 기훈의 보호를 받게 된다. 새벽도 더 이상 게임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이 약해진 상태다. 아무튼 기훈은 태생적으로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따뜻한 심성을 지닌 친구다."

이정재

▶상우 역의 박해수, 오영수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오영수 선생님은 연극무대에선 꽤 알려진 관록의 연기파 배우다. 그런 분과 호흡을 맞추게 돼 정말 반가웠다. 나이 차가 있지만 작품을 보는 시각과 사회 전반적인 이슈에 대한 생각이 우리 못지않게 굉장히 젊으시다. 연기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았는데, 일남에 대한 캐릭터 분석을 이미 완벽히 하셨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냥 일남으로 나타나셨다. 해수씨도 연극 쪽에서 베이스가 탄탄히 잡혀 있는 배우라 캐릭터 분석을 굉장히 깊고 완벽히 해왔다. 그는 큰 덩치와는 달리 매우 유머러스하다. 그래서 현장에선 늘 분위기 메이커였다. 그의 밝은 성격 덕분에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모두가 거뜬히 이겨나갈 수 있었다."

▶세트가 인상적이더라.

"이 작품에 대한 확신이 생겼던 이유 중 하나였다. 시나리오상으로는 가늠이 안 됐는데 막상 마주한 세트의 완성도와 스케일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덕분에 연기하는 재미도 배가 됐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할 때는 실제로 456명이 커다란 공터에서 일사불란하게 뛰어다녔고, 달고나 뽑기 세트장은 바닥을 전부 모래로 깔고 시소와 그네 등을 설치해 거대한 놀이터로 만들었다. 실제 그 공간에 있다 보면 마치 현대 미술 전시회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받았던 줄다리기와 유리 징검다리 건너기 세트장도 실제로 보면 너무 잘 만들어 놓아서 배우들이 카메라에 담기에 바빴다. 매번 촬영장에 갈 때마다 이번엔 세트장이 어떻게 구현돼 있을지 무척 기대됐던 현장이었다."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임을 하나 꼽는다면.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건 유리 징검다리 건너기 게임이었다. 1.5~2m 정도로 간격을 띄어 놓고 중간중간 강화유리를 깔아 놓았는데, 스태프들은 '안전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뛰세요'라고 말했지만 솔직히 걱정됐다. 나는 긴장한 탓에 발바닥에 땀도 나서 자주 미끄러졌는데, 신기하게 다른 분들은 다 잘 뛰시더라."(웃음)

▶외국 시청자들이 배우 이정재를 주목하고 있다. 그들 대부분이 '이정재를 대단한 연기파 배우'로 평가하고 있는데.

"연기자는 개인의 모습보다 캐릭터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정재가 어떤 배우인지 잘 모르지만 기훈 역할만은 잘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면 그 이상 내가 바랄 건 없다."

▶많은 궁금증과 기대감을 자아낸 엔딩 장면이 화제다. 기훈이 다시 게임에 참가해 게임을 주최하는 사람들의 실체를 밝히고 복수를 하는 건 아닌지 벌써부터 시즌 2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팬들도 많다.

"힘도 없고 능력치도 보잘것없는 기훈이 '이것은 잘못된 거잖아,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라는 대사와 함께 그 무시무시한 세계로 다시 들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더 펼쳐질 수 있을 것 같은 엔딩으로 끝나서 나 역시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정의를 수호하려는 그의 생각과 의지가 시즌 2에선 제대로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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