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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경북 칠곡 '가산수피아'…춤추는 핑크뮬리, 울창한 솔숲 '유학산 자락 환상의 정원'

2021-10-15

2019년 개장…13만2천㎡ 규모 국내 최대 민간정원
향기원·분재원·호수정원·암석정원 등 볼거리 풍성
1.5㎞ 소나무 숲 황톳길·신비한 이끼정원도 입소문
실물 크기 공룡 전시…캠핑장·카라반 숙소도 갖춰

3최종
가산수피아의 핑크뮬리 언덕. 가산수피아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정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을의 핑크뮬리로 이름 나 있다. 비를 머금은 핑크뮬리가 색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다.

유학산(遊鶴山)의 북쪽 자락을 마주 보며 누런 들을 가로지른다. 산은 동서로 4㎞에 이르는 능선이 길게 이어지고 남쪽과 북쪽의 사면은 경사가 매우 급한 단애를 이루고 있다. 눈을 치켜떠 보지만 산정은 차창에 다 들지 못하고 넘쳐 솟구친다. 산발치에 자리한 마을은 경북 칠곡군 가산면 학하리(鶴下里) 석사(石寺)마을이다. 옛날에 암자가 있었는데 그 주위에 돌이 많아 그 절을 석사라고 했다 한다. '돌작골'이라고도 부르는데 여하간 '유학산 아래 돌 많은 마을'이라는 의미다. 들의 끝에서 길은 스윽 굽어지더니 숲 입구의 커다란 게이트 속으로 들어간다. '가산수피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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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피아미술관 옆문은 암석정원으로 이어진다. 석축 위에 자리한 돌집은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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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수피아 내에 있는 초대형 빈티지 그라운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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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숲의 황톳길 곁으로 돌강이 흐르고 아름다운 이끼정원이 펼쳐져 있다.

◆가산수피아

가파른 길에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서 있다. 왼쪽으로는 경사진 땅을 계단식으로 고른 주차장이 커다랗게 자리한다. 매표소를 지나 제법 오르면 주차장 입구다. 그 위로 우거진 숲을 거느리고 양팔을 편안하게 펼친 듯한 동공이 내다보고 있다. 가산수피아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수피아미술관이다. 산 사면을 터널처럼 뚫어 그 안쪽에 전시 공간을 마련했고 둥그런 지붕면에는 풀이 자란다. 입구의 원형 광장은 활짝 열려 있지만 3할이 지하여서 공기가 다르고 걸음이 울린다. 그 서늘한 그늘은 사선으로 그어진 산과 감탄스러운 하늘을 마주 보고 있다. 수피아미술관은 가산수피아 내에 있지만 별도로 운영되는 시설이라 한다. 광장 옆으로 난 사각의 어둑한 통로 속에 수목들이 환하다.

밖으로 나오면 숲이다. 숲이야! 온몸 가득 빵빵하게 채워진 공기를 터트리듯 외치는, 숲이야! 이토록이나 열띤 감격의 외침에서 '수피아'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숲과 유토피아가 합해진 것이라고도 한다. 모두가 마음에 든다. 가산수피아는 2019년 4월 개장했다. 예전에는 협성농산이라는 양돈 사육장이 있었다. 국내 최초로 방역위생우수종돈장으로 인정을 받은 곳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한 사업가가 이 땅을 매입했다. 수년간 꽃과 나무를 심어 정원을 만들었고 옛 농장 건물은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현재 개방된 곳은 약 13만2천㎡(약 4만평)으로 국내 민간 정원으로는 최대 규모라 한다.

정원의 구획을 정비하고 꽃과 나무를 심었다. 향기로운 향기원, 작은 것들이 웅장한 포즈를 뽐내는 분재원, 계절마다 새로워지는 테마정원, 가을이면 분홍으로 물드는 핑크뮬리 언덕이 있다. 아름드리 왕벚나무 길옆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뜰이 푸르고, 사계절 썰매장과 수상바이크를 탈 수 있는 호수정원이 펼쳐져 있다. 놀이뜰을 내려다보는 자리에는 카라반 숙소인 잠뜰이 있고, 키 큰 낙엽수들이 하늘을 가리키는 아늑한 숲에는 캠핑장인 별빛잠뜰이 있다. 실물 크기의 공룡들이 지배하는 공룡뜰과 실내 서바이벌장인 배틀그라운드, 가드닝을 배울 수 있는 파리비에가든, 교실과 강당으로 쓰이는 배움뜰, 식당과 카페와 매점까지 숲 곳곳에 온갖 것이 들어서 있다. 한적한 둔덕에는 해발 2천m 이상에서 살아간다는 알파카들이 순진한 얼굴로 풀을 뜯는다.

지상으로 살짝 드러난 수피아미술관의 옆얼굴을 따라 검은 암석정원이 펼쳐져 있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그러나 충분한 무게를 가진 돌들이다. 암석정원 맞은편은 공룡뜰이다. 초록의 잔디밭에 티라노사우루스와 트리케라톱스, 그리고 몸길이가 42m나 되는 브라키오사우루스 등이 들어서 있다. 유학산은 중생대 백악기에 분출한 응회암류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가산면 다부리와 학산리 일대에 불국사 화강암류가 분포하는데, 백악기 말 지각변동으로 인한 관입으로 여겨진다. 암석정원의 돌들이 유학산의 것이라면, 쥐라기에서 백악기로 이어지는 먼 지질시대를 구현한 셈이다.

◆돌강이 흐르는 솔숲

암석정원의 돌들을 타고 미끄러지는 물소리 쟁쟁하다. 가산수피아의 수공간은 풍부한 편이다. 크고 작은 연못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좁은 물길도 길과 나란하다. 길을 따라 오르면 암석정원은 반듯한 석축과 작은 창을 가진 돌집들과 한 몸인 듯 이어지고 마침내 낮은 돌담으로 일어선다. 돌담길에서 돌아보면 돌집의 지붕 위로 브라키오사우루스의 가느다란 목과 작은 머리가 허공에 걸려 있다. 그리고 돌담길 끝에 핑크뮬리 언덕이 분홍으로 쏟아진다. 솜처럼 부드럽고 사탕처럼 달콤한 모습을 가졌지만 서걱거리는 냉정한 감촉을 가진 핑크뮬리. 오늘은 수억 개의 빗방울들이 꽃마다 그렁그렁해 애처롭다.

핑크뮬리 언덕 위에는 연못이 있다. 연못 위쪽에는 솔숲이 넓고 빽빽하다. 명상체험장이 있는 솔밭들에서 연못의 둑길을 지나 깊은 솔숲을 한 바퀴 도는 약 1.5㎞ 거리의 황톳길이 나 있다. 황톳길을 맨발로 걸으면 고혈압 및 당뇨에 특효라 한다. 비 온 후 촉촉한 땅, 겨울의 차가운 땅을 맨발로 걸으면 좋다는 설명이 있다. 연못을 지나고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 모를 우물을 지난다. 지하수가 풍부하다는 뜻일 게다.

황톳길 따라 솔숲으로 들어간다. 빼곡하게 들어찬 소나무들, 나무 아래 펼쳐진 바위들, 바위를 뒤덮은 푸른 이끼들, 하늘 밝은 골을 소리도 없이 흐르는 돌강. 마음을 깊이 뒤흔들면서도 분방한 열기를 식혀주는 수피아! 돌강이 흐르는 솔숲은 수피아의 심장이고 신성이다.

솔숲의 이끼정원은 신비롭다. 날개를 가진 요정이 튀어나와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이끼는 최초로 육상생활에 적응한 식물군이다. 가장 험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하여 공기를 정화시켜주는 대단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자라는 이끼는 2만5천여 종이다. 우리나라에는 500여 종이 살아가고 있는데 이 숲의 돌너덜에는 아직 기록되지도 않은 희귀한 이끼들이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유학산은 산림청의 숨겨진 우리산 244에 선정된 명산이다. 또한 6·25전쟁 당시 치열한 고지전으로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낸 산이다. 산은 강하고, 숲은 더욱 강하다. 이 돌들의 시간과 저 이끼들의 신비와 나무들의 나이테에 관하여 더욱 깊게 이야기해 줄 사람, 누구 없을까.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Tip

55번 중앙고속도로 안동방향으로 가다 가산IC에서 내린다. 구미방향 25번 국도로 가다 송학교차로에서 514번 안동가산로를 타고 간다. 학상리 학수고대 마을을 지나 조금 가면 '기봉아 반점가자' 식당 옆으로 학하리 석사마을 들길이 뻗어있다. 직진해 들어가면 가산수피아 입구다. 기본 입장료는 14세 이상 대인 1만원, 24개월에서 13세까지 소인 7천원이며, 다양한 패키지가 마련되어 있다. 입장은 오전 10시부터, 매표 마감은 오후 5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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