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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한글 묘비문

2021-10-20

안동 지례예술촌의 촌장이며 시인인 김원길(79)씨가 한글로 된 묘비 제막식을 가져 눈길을 끌고 있다. 김씨는 조선 숙종 때 대사성을 지낸 의성김씨 지촌 김방걸의 13세손이다. 그가 유림의 전통이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경북 안동에서 자신의 부모님 비석의 비문을 한글로 새긴 것은 매우 신선하게 와 닿는다. 한글 비문에 더하여 양성 평등 시대임을 강조하기 위해 부친과 모친의 비문을 하나의 검은 돌 양면에 함께 새겼다. 비문은 청소년 자녀 등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한글 가로쓰기를 했다. 비문의 전체 구도를 살리기 위해 띄어쓰기를 하지 않은 것도 이색적이다.

한글은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구조를 하고 있다. 한글만이 가진 우수성이다. 최근 영남일보에 실린 기사에서 그는 백년 후면 지금 사용하는 한글도 후손들이 읽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한자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청소년들은 사실 한자로 새겨진 비석의 문장을 해석하지 못한다. 또한 디지털 시대의 한글은 그 변화가 매우 빠르다. 긴 말을 축약해서 사용하고 컴퓨터 언어가 새로 생겨나고 있다. 현대인에겐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한글과 내방가사 등은 고문(古文)으로 인식된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으면 읽기가 어렵다. 현대 한글도 세월이 가면 옛글이 되고 후대들이 읽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지례예술촌장의 창의적인 발상과 용기 있는 한글 비문 제막식에 박수를 보낸다. 문중의 어르신들도 비문 제막식에 기꺼이 참석해 축하해주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 성인도 시속(時俗)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 있다. 유림의 전통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조류를 거스를 순 없다. 복잡한 제례가 간소화되듯이 비문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 항렬(行列)을 따르는 이름이나 문중의 연원과 계보를 언급할 때는 한자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이런 부분은 한글을 쓰고 괄호 안에 한자를 넣으면 된다. 지례예술촌장이 불을 붙인 한글 묘비문의 형식이 널리 보급되었으면 한다.

김신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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