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20113010001537

영남일보TV

[정만진의 문학 향기] 남북한 문학, 과연 다른가

2022-01-14

2022011301000384500015371
정만진 (소설가)

1974년 1월14일 북한 시인 이찬이 죽었다. 그는 1910년 1월15일 함경도 북청에서 태어났으니 단 하루도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은 64년을 살았다. 사람의 출생과 사망에 그토록 연수와 일수가 딱 맞는 우연은 정말 희귀한 우연이다.

그에 견줘 그의 삶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만물의 영장인 '생각하는 사람(로댕의 Thinking Person)'은 자신의 언행에 책임을 져야 한다. 고문을 당하는 등 비인간적 경우를 제외하면 사람의 모든 일은 자유의지에 따라 집행된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존재 아닌가!

이찬은 시에서 "이미 너는 한 삶의 벗도 아니고 / 이미 너는 한 가족의 아들도 오빠도 형도 아니고 / 이미 너는 너의 너도 아니다 / 너는 모든 사람들의 것 / (중략) 가거라 씩씩하게"라고 노래했다.

"너는 너의 너도 아니다" 같은 구절은 그의 표현력이 어떤 경지에 도달했는지 잘 말해주는 절창이다. 다만 사람과 마찬가지로 문학 또한 겉모습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속이다. "가거라 씩씩하게"라고 했다. 어디로 그렇게 씩씩하게 가라는 말인가?

이찬은 조선 청년들에게 일본 군인이 되어 태평양전쟁의 싸움터로 나아가라고 부추기는 중이다. 뒷날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친일 반민족행위자 705인 명단'에 이찬을 넣어 역사의 단죄를 했다. 그렇지만 북한은 이찬을 '애국렬사릉'에 안장했다. 반민족행위자가 독립운동가인 한글학자 이극로 선생과 같은 묘역에 묻힌 것이다. '대성산 혁명렬사릉' 바로 아래 등급인 그곳에는 전쟁 때 납북된 김규식·조소앙·엄항섭 선생의 묘소도 있다.

국립묘지에 친일파들이 모셔져 있는 일로 국민들이 공분해 왔다. 그러면서 흔히들 "북한은 그렇지 않다는데" 식으로 비판하였다. 그러나 이찬을 보면 그것은 참이 아니다. 많은 지사들이 독립운동에 투신해 목숨을 바치고 있을 때 친일 행위를 일삼은 이찬은 독립 후 북한 고위관리를 역임하고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작사하면서 부귀영화를 누렸다.

1906년 1월14일 출생한 이효상의 시비 "팔공산아 너는 나를 부른다"가 동화사 입구에 있다. 이효상은 1971년 대선 때 "경상도 대통령을 뽑지 않으면 영남인은 개밥 도토리 신세가 된다"면서 지역감정을 적극 유발한 인물이다. 이찬의 삶을 이효상 식으로 표현하면 "부귀영화야 너는 나를 부른다"쯤 되겠다. <소설가>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