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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송의 환경과 사람] 탄소배출과 가공식품…탄소배출 늘고 건강 손실도 급증 '가공공정의 방정식'

2022-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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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푸드와 가공식품

과학자들은 만약 지구의 대기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평균 2℃ 이상 상승하게 될 경우, 기후변화의 충격으로 인해 상상하기 어려운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우리나라의 평균 온도는 지난 100여 년간 지구 평균 1℃보다 높은 1.8℃ 상승했으며 특히 최근 30년간 사이에 1.4℃ 상승했다고 한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대기 온도가 평균 1.5℃ 이상 상승도 위험하다고 평가하면서 1.5℃ 이하의 유지를 위해서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2010년 대비 45%를 감축해야 하며 2050년까지는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때까지 글로벌 탄소 배출량과 탄소흡수량이 일치하는 수준에 이르지 않으면 지구의 생존환경은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실천하기에는 까마득해 보이는 목표다. 산업체의 대기배출 시스템을 친환경 시설로 대체하거나 친환경에너지 개발 확대 등으로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공장도 돌리지 않고 자동차도 왕창 없애고 산업화 이전의 원시시대로 회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획기적이고 특단의 조치 없이는 탄소중립은 허망한 꿈에 불과해 보이고 닥쳐올 미래의 기후재앙은 불 보듯 뻔해 보인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방위적인 대책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와 산업체 그리고 가정과 개인의 노력이 함께 필요할 것이다. 의식주의 모든 영역에서 획기적 대책이 모두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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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탄소 배출량 중 농식품 관련이 34%
탄소 배출, 식사량 아닌 '소비 행태'에 달려
오렌지, 주스로 먹을 때 탄소배출 7~10배 증가
딸기는 페이스트로 먹을 때 약 3.5배 이상↑

韓 식품소비 구조, 가공 88.7%·신선식품 11.3%
가공공정 추가될수록 비타민·미네랄 성분 감소
당분·나트륨·포화지방산·트랜스지방은 증가
고가공보다 저가공·무가공식품 소비 늘려야

◆가공식품의 고도화가 지구를 병들게 한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전 세계 탄소 배출량 중에서 농식품 관련 탄소 배출량이 34%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제비영리기관 '그레인'의 연구 발표에 의하면 지구의 의식주·문화생활 등 인간 활동에 의한 총 탄소 배출량 중 식생활 활동 관련으로 인한 배출이 44~57%를 차지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식생활 관련 배출이 절반을 넘는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식생활 관련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식사량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무모한 선택을 할 수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식생활 관련 탄소배출을 결정하는 것은 식사량이라기보다는 식품 소비 행태의 선택에 달렸기 때문이다. 충분히 필요한 영양과 에너지의 식사를 하더라도 제철 식품을 먹고, 지역농산물을 먹고, 육식보다는 채식 위주 식사를 하는 등의 소비 형태를 선택하는 것이다. 고가공 식품보다는 저가공 또는 무가공 식품 소비 비중을 늘리는 것 등이 의외로 획기적인 감축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스페인, 이탈리아 등 주요 오렌지 생산국의 오렌지 생산과 오렌지주스 생산 때의 탄소발자국을 비교 분석해 보았다. 오렌지 1kg 생산에 80~150g의 탄소배출을 하는 반면, 오렌지주스 1kg 생산에는 900~1천50g의 탄소배출을 한다. 즉 오렌지로 먹는 것보다 오렌지주스로 먹을 때는 탄소배출이 7~10배까지 증가한다는 것이다. 세계의 연간 오렌지 생산량은 4만857만t이다. 전 세계 오렌지주스 생산량은 180만t으로 예상한다. 오렌지주스를 절반만 줄이고 오렌지를 그대로 먹는다면 약 100만t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가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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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송 (ISC농업발전연구소장·경제학 박사)

◆줄이자! 탄소배출

스페인과 영국 등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1㎏의 딸기를 생산하는데 탄소배출은 평균 약 685g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폴란드에서 실시한 연구 결과 1㎏의 딸기 페이스트를 생산하는 데는 평균 2.47㎏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트에서 딸기를 사서 딸기향과 맛을 그대로 음미하면서 먹는 것과는 달리 가공한 딸기 페이스트로 먹을 때 탄소배출은 약 3.5배 이상 늘어난다는 말이다. 딸기는 연간 9천126만t가량 생산된다. 이 중 생딸기 소비는 약 888만t을 소비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 90% 이상이 가공된다. 딸기 가공을 절반만 줄여 생딸기로 먹어준다면 7천만t 이상의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세계 과일 생산량은 8억8천300만t이 넘는다. 현재의 과일 가공식품을 절반만 줄이고 대신 생과일로 먹어주기만 한다 해도 족히 수억t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가 있을 것이다.

한국의 식품소비 구조는 가공품이 88.7%, 신선식품이 11.3%를 차지한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가공에 투입되는 에너지는 단연 증가한다. 아프리카의 경우 가공에 투입되는 에너지는 8%에 불과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40%까지 증가한다. 만약 인류가 가공품 섭취를 현재보다 절반만 줄이고 무가공 또는 최소가공으로 대체한다면 연간 탄소 배출량의 약 5%인 약 19억5천만t의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020년은 산업화 이후 100여 년 만에 탄소배출이 유일하게 감소한 해로 기록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의 여행산업이 폭망했다. 동시에 각종 산업생산이 위축되고 소비도 급감하면서 나타난 아주 이례적인 결과다. 자연이 아무리 신음 소리를 내도 사람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도무지 취하지를 않자 자연이 스스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많은 희생을 치르고 감축한 탄소배출 실적이 고작 20억t이다. 가공식품을 절반만 줄여도 극단적인 팬데믹으로 인한 희생을 치르지 않고서도 그만큼의 배출감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이다. 희생은 고사하고 가공식품을 줄이고 신선식품을 늘린 결과는 건강면에서도 희생이 아니라 혜택으로 다가올 것이다.

◆고도의 가공식품이 몸을 병들게 한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식품의 가공 정도에 따라 식품을 4개군으로 나누었다. 그런데 각국의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본 결과 고도 가공식품군이 비전염성 질병(NCDs) 발병률 또는 사망률과 상당히 큰 연관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가공공정이 추가될수록 대개 섬유소 및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들은 감소하고 당분과 나트륨, 포화지방산, 트랜스지방 등은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수십 가지의 인공첨가물들이 추가되면서 천연에서는 전혀 맛볼 수 없는 신기하고 매혹적인 창조 식품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더욱 달콤하고 더욱 고소하고 더욱 자극적인 맛에 중독된 든든한 소비층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콤한 마약 '설탕'과 고소한 마약 '기름'에 일단 중독되면 그걸 벗어나기란 매우 힘들어진다. '흡연' 못지않게 건강에 해를 끼치는 요인으로 아무리 연구 발표가 되어도 또한 '금연' 못지않게 절제하기란 힘든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달콤한 맛을 더하기 위해서 설탕을 비롯한 당류는 듬뿍 추가되고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해서 다량의 식용유를 비롯한 유지류가 첨가되어 기름에 튀기고 볶고 하면서 초고도 가공식품들이 탄생된다. 더구나 고온으로 가열된 기름은 우리 입에 고소함의 절정을 제공해 주긴 하지만 그 고소함에 가려진 해로움은 우리 몸에 절정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50여 년 동안 우리나라의 설탕 소비는 20배 증가했고 유지류 소비는 50배나 증가했다. 건강 문제는 두 번째로 하고 우선 혀의 자극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각종 첨가물이 스며든다. 인공 감미료, 인공색소, 인공향료, 발색제, 팽창제, 탈색제, 산미료, 유화제, 점증제, 방부제 등 한국의 식약청이 허가해준 등록 첨가물만 해도 598종이나 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고도 가공식품 군의 대부분이 어린이 기호식품이라는 점이다. 각종 과자류,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이 여기에 속한다.

◆비만으로 몰아가는 식단

비만과 과체중은 질병의 문을 여는 열쇠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18세 이상 성인 중 약 39%가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추산하고 있다. 약 30억 이상이 비만 인구라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 조사는 또 다른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근래 비만율이 최고치를 경신하는 나라들이 의외로 통가, 사모아, 키리바티, 투발루, 마샬군도 등 태평양의 섬나라들로서 세계 랭킹 10위 안으로 치솟고 있다. 5명 중 4명이 비만인 나라들이다. 가장 큰 원인은 수입 가공식품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섬나라 사람들의 식생활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섬나라들을 제외한다면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리비아, 이집트 등 중동의 국가들이 비만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 4분의 3이 과체중이며 3분의 1이 비만이다. 그 원인은 서구식 패스트 식품 산업의 급성장과 더운 지방에서의 운동 부족으로 꼽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건 패스트푸드형 가공식품이 비만의 핵심 원인이더라는 분석이다.

패스트 가공식품 섭취를 대폭 줄이고 슬로푸드로 전환하는 것이 인생의 발전 속도를 느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빠르게 회복하고 지구 환경을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 인생의 큰 즐거움 중의 하나인 식도락을 조금 희생한다는 것은 기후 위기로 인해 맞이하게 될 크나큰 희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을 경우 지구가 당할 재난과 내 몸이 장차 치러야 할 대가는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가 변하지 않는다면 장차 기후 위기가 우리의 삶과 환경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려고 덤벼들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처럼! 그것이 참으로 두려운 일이다. 지구의 위기는 곧 우리 삶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ISC농업발전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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