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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교육] "교사들에게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라"

20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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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장)

나는 세상의 변화는 여러 분야의 사회운동이 세상을 지탱해 왔고, 바꾸어왔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선거 철이 오면 현실을 인식한다. 결국 무엇을 언제 어떻게 바꿀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라는 사실이다. 정치와 선거철이 오면 내가 정치적 금치산자라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화가 나고 서글퍼진다. 교사들에겐 정치 유전자가 사라져버리고 없다. 교사들이 퇴임하면 축하하는 말 중에 하나가 드디어 정치적 기본권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선거 철이 와도 퇴임한 선배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정말 교사들에겐 정치 유전자가 사라져버렸구나 싶다. 며칠 전 교육박물관 교사연수에서 강의를 하고 온 피디 한 분이 교사들이 너무 답답하다며 원망했다. 본인도 사범대를 나오고, 자녀도 지금 임용고사를 치르고 있는 중이니 더 답답했을 것이다. 이유는 교사들에게 김누리 교수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모르더라는 것이다. 이분은 방송과 언론으로 널리 알려진 핫한 분이다. 대놓고 대한민국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불평등, 불공정, 차별이 세계 최악이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공동체의 위기라고 말한다. 그 원인이 학교가 신봉해온 능력주의이며 정말 심각하다고 외치고 있다. 그런데 연수생 중에 이분이 누군지 아는 교사들이 없었으니!

2019년 만18세들이 투표권을 얻고 2021년 말엔 피선거권마저 얻었다. 여기에다 지난주에는 만16세가 넘으면 정당가입도 가능한 참정권을 보장받았다. 물론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건은 아쉽다. 그런데 교원단체들은 서로 다른 논평을 냈다. 전교조는 청소년들이 정책형성 과정부터 참여할 수 있어 청소년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치가 가능해졌고,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이 시민으로서 삶의 역량을 강화하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이라며 환영했다. 반면에 한국교총은 학생 간 갈등이 격화되어 자칫 교실이 정당 또는 진영 대결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했다. 환영과 우려는 앞으로 학교교육이 풀어가야 할 과제다. 하지만 학교교육이 시민교육, 정치교육을 제대로 하지도 않고 10대를 미성숙하다고 규정하고 금지한 교사들의 인식과 태도는 전면 수정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커다란 모순은 참정권을 얻은 학생들에게 시민교육, 정치교육을 해야 할 교사들이다. 자신은 단 한 번도 누려보지 않은 정치 무경험자인 교사들이, 그래서 심지어는 정치 유전자마저 사라져버린 교사들이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이 커다란 모순을 어찌할 것인가? 독일의 국회의원 30%는 교원들이고, 이들은 휴직을 하고 국회의원의 소임을 마치면 다시 교사로 돌아간다. 하지만 대한민국 교사들은 교육감을 뽑는 선거에서조차 교사 신분으로는 출마도 할 수가 없고, 좋아요 조차 누를 수 없는 교육자치에서마저도 60년간 정치적 금치산자이다.

헌법 제11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제7조에는 공무원(교사)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하위 국가공무원법 제65조에서는 가입할 수 없으며 정치적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어떤 정치적 행위도 없다. 교사에게 정치적 중립성은 교사들의 정치적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텔스바흐 협약에 따라 사회에서 논쟁적인 것은 교실에서도 논쟁하는 시민교육 정치교육을 할 때, 교사들은 개인의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지 말고, 다양한 견해의 자료를 제공하며 수업을 이끌어가라는 것이지 어떤 정치기본권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한국의 교사들은 OECD 38개 가입국 중에 유일하게 정치적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ILO 조약 위반이며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교사 신분으로 교육감에도 출마하고, 시의원·국회의원도 출마하도록 시급하게 법을 개정하여 이 모순과 부끄러운 상황을 끝내주기 바란다. 나도 4년 남은 내 교직 인생에서 정치적 기본권, 정치적 유전자를 회복하고 싶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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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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