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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의 시와 함께] 고진하 /대문

2022-01-17

백년이 훨씬 넘었다는 폐가에 가까운 한옥

하지만 솟을대문은 여직 젊디젊어서

삐그덕 - 고성을 지르며 열릴 때마다

내 귀를 파릇파릇하게 하네



대문이 대문이 아니고

저 깊고 푸른 숲의 아름드리나무였을 적,

햇살과 바람, 비와 눈, 낮과 밤,

하여간 저 사계의 족족이

여직 또렷하게 대문(大紋)으로 새겨진 대문의

저런 아름다운 무늬를 나도 얻을 수 있을까

고진하 /대문


오래된 한옥의 대문을 열면 삐그덕거리는 높은 음의 마찰이 들린다. 지상에서 가장 듣기 좋다는 나무의 소리다. 금도가 넓은 다독임이기도 하다. 마중과 배웅의 감정을 한옥의 대문은 가지고 있다. 시인은 한옥이라는 장소가 사람처럼 숨 쉬고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집이라는 곳을 자신이 도달해야 할 정신적 소실점과 동일시한다. 문을 열고 닫으며 출입할 때마다 나무의 과거에 해당되는 속삭임을 듣는다. 이곳은 음과 양이라는 개체가 접하고 만나고 서로를 부추겨주는 길항의 시작이다. 깊고 푸른 숲의 아름드리나무가 햇살과 바람, 비와 눈, 낮과 밤이 대문에 문양으로 새겨졌다고 믿기에, 대문을 열면 자신의 몸과 마음에도 문양이 스며든다고 믿는다. 대문의 마음이 그렇다면 그 집의 넓이와 깊이는 웅숭깊으리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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