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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의 문학 향기] 여전히 빅브라더의 시대

2022-01-21
정만진 소설가

1793년 1월21일 루이 16세가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다. 1924년 1월21일 레닌이 54세, 1950년 1월21일 조지 오웰이 47세에 세상을 떠났다. 레닌의 권력을 이어받은 인물이 스탈린이고, 스탈린을 신랄하게 풍자한 작가가 오웰이다.

오웰은 14세에 영국 이튼 칼리지에 입학했다. 이튼 칼리지는 식민지를 통치할 관리와 군인을 양성하는 데 교육목표를 둔 학교였다. 사고방식과 성격상 그와는 맞을 수가 없었다. 오웰은 학업에 흥미를 잃은 채 독서에 전념했고, 교사들은 그를 아주 싫어했다. 조지 오웰이 어떤 인물인가는 그의 33세, 그리고 37세 때 행적이 명쾌하게 증언해준다. 그는 영국인이면서도 스페인 내전이 일어나자 공화파를 지원하기 위해 자원 참전했고(1936년),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파쇼 세력을 물리치는 데 미력이나마 보태겠다면서 국토방위군으로 입대했다(1940년).

오웰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미 세계적 작가였다. 뿐만 아니라 스페인 내전 때 목에 총알을 맞아 사망 직전의 중상까지 입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또다시 스스로 참전했다. 그만큼 그는 모두가 인정하는 '실천하는 양심'이었다. 전쟁 기간 중 그가 헤밍웨이를 만난 유명 일화가 있다. 미국인인 헤밍웨이 또한 스페인 내전에 자진 참전했다. 헤밍웨이가 파리에 있을 때 낯선 영국 남자가 다가와 "에릭 블레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헤밍웨이가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자 그는 다시 "에릭 블레어는 본명이고, 필명은 조지 오웰"이라고 재차 말했다. 그러자 헤밍웨이가 "진작 그리 말씀하시지! 한잔 합시다!"라고 환대했다. 그만큼 저명 작가였던 오웰이 마흔을 앞둔 연령으로 재차 전쟁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오웰의 '동물농장'과 '1984년'은 스탈린식 전체주의를 풍자한 명작이다. 지금도 오웰이 예견한 '빅 브라더' 개념은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현대사회의 개인들은 자신의 정신과 사생활이 '빅 브라더'의 통제 속에 놓여 있음을 통렬하게 절감하고 있는 까닭이다.

2012년 1월21일 방송인 손문권이 불과 40세에 타계했다. 그는 검사들을 긍정적으로 다룬 '아현동 마님' 등을 제작했다. 안타까운 바는, 손문권의 작품과 달리 우리 국민 중 '한국의 법 집행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19%에 불과하다는 점이다(2020년 10월5일 한국리서치). 아직도 대한민국은 조지 오웰의 75년 전 통찰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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