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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수첩]'여왕'을 자처하는 남자

2022-01-24
증명사진-민경석

흔히들 정치판을 체스에 비유한다. 체스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말을 움직여 상대편 킹(King)을 잡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체스에서 퀸(Queen)은 강력한 기동력을 갖춘 말이다. 전후좌우에 한술 더 떠 대각선으로도 제한 없이 움직인다. 마음만 먹으면 체스판 어디로든 옮겨 다닐 수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함께 열리는 대구 중구-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라는 체스판에도 퀸을 자처하는 후보가 있다.

대구가 아닌 지역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과거 정부의 핵심 실세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전략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으며, 인지도를 무기로 이번 보궐선거뿐만 아니라,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선거에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퀸처럼 대구나 경북 어디든 출마하겠다는 것이다. 출마 명분을 자신이 몸담은 당의 대선 후보의 승리를 위함으로 내세웠다는 점도 킹을 지키기 위한 퀸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그가 대구시민을 위해 언제든지 시민이 바라는 대로 움직이는 말이 될 준비가 됐느냐? 그 질문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당 지도부에 몸 담고 있는 터라 당장 선거운동 기간에 대구로 내려오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지역 현안 해결에 신경 쓸 겨를이나 있겠냐는 냉소적인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2년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지역의 밀린 숙제를 할 사람은 경험이 많은 자신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선거 때마다 이런 후보가 나타나는 데는 대구시민의 책임도 있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정치인 중 대다수가 지역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 있는 명문대로 진학, 고시에 합격하고 율사(律士) 등 고위공직을 지낸 뒤 공천이라는 낙하산을 타고 대구로, 경북으로 내려온다. 서울에서도 노른자위 같은 부촌에 살면서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다"며 출마 이유를 적당히 포장한다. 그럼에도 대구시민들은 언제나 그들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 정치사에서 지역구를 바꾼 의원들은 많다. 체급이 커진 만큼 상징성 있는 곳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었고, 자신의 정치적 안위만을 위한 출마도 있었다. 꼭 지역 출신이라야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고, 정치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유권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감동은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며 사정에 밝다거나, 지역을 위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내며 패기 있게 일하는 사람이 나타나길 바란다. '대구의 재도약'이라는 승리를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어떤 말을 택하느냐에 달렸다.

민경석 기자<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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