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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경제와 세상] 스컹크웍스가 뛰는 나라

2022-02-25

한국 평균 근로 연간 1908시간
OECD 회원국 중 셋째로 많아
장시간 비효율적인 근로 대신
일할때 스스로 몰입해 일하고
쉴때는 남 눈치 안보고 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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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업 객원논설위원

애플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2011년 한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이 애플과 같은 글로벌 선도기업을 추월하기 위해서는 "스컹크웍스(Skunk Works)"가 필수임을 강조했다. 스컹크웍스는 1943년 설립된 미국의 항공기제조사 록히드마틴의 기술혁신 조직이다. 지구 최강으로 평가받는 F-22 랩터를 비롯해 F-35 라이트닝2, F-117 스텔스폭격기 등이 대표작들이다.

스컹크웍스의 성공비결은 자유와 책임을 기반으로 한 실용성의 추구였다. 연구자들의 역량을 존중해 과업수행 방법은 자유롭게 하되 결과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했다. 맥도널 더글러스의 팬텀웍스, IBM의 PC사업개발팀,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구글의 구글엑스, 아마존의 킨들과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개발팀은 대표적인 벤치마킹 사례다.

디지털 혁신경쟁에 도전하는 한국 기업은 창의적이고 때론 전례 없는 대담한 시도가 필요한 시점에서 기존 체제와의 불협화음과 고질화된 관료주의 한계는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 내부에 혁신을 위한 소규모 독립조직을 투입하되 자율성 보장으로 활력을 일으켜 성과를 거둔 다음 기업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과정은 필연적이다. 스티브 워즈니악은 한국 기업의 연구·개발조직은 기존 관리체계로부터 방패를 쳐서라도 따로 관리해야 하고, 프로젝트별 최소 3년 정도의 시간을 재량껏 주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작년 7월부터 근로자 수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 주52시간제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 경영에도 큰 애로로 작용하고 있다. 작년 10월 중소기업중앙회가 300인 미만 414개 기업을 대상으로 주52시간제 시행실태를 조사한 결과 54.1%가 기업과 산업별 특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응답하고 있다. 선택근로제는 일정한 정산기간 내에서 어떤 주에는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 일을 하고, 다른 주에는 초과한 시간만큼 더 쉴 수 있는 제도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가 연구·개발 업무에 한해 근로시간 정산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했지만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에 명운을 건 중소·벤처기업들은 연구·개발 관련 업무를 근로시간 제한에서 제외하는 등 유연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별한 경우에만 법정 한도 이상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건수는 2019년 908건에서 작년 9월 말 현재 5배 가까운 4천380건을 노동부가 승인하면서 특별연장근로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연장근로"로 제도의 비현실성만 드러낼 뿐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의 평균 근로시간은 연간 1천908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셋째로 사실 너무 길다. 부당한 대우에 비효율적으로 오래 일하는 것을 강제하는 대신 짧아도 생산적으로 일하는 것을 보상하는 방향으로 인센티브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3천만장 이상 팔리며 흥행 돌풍을 일으킨 네오위즈의 게임 배틀그라운드는 주당 100시간씩 1년간 몰입해서 나온 작품이다. 개발에 참여한 직원 20명에게 1인당 최소 10억원에서 5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주4일제든 뭐든 근로시간 단축과 자신의 기여에 상응하는 보상의 추구 중에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근로자에게 부여하는 것이 진정한 노동주권의 보장이자 스컹크웍스가 작동할 수 있는 바탕이다.

단순 근로시간보다 생산성과 창의성이 더 중요시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현실에서 자신만의 몰입과 시행착오, 축적의 시간들은 근로의 핵심이다. 일할 때는 스스로 몰입해서 일하고 쉴 때는 남의 눈치 안 보고 쉴 수 있는 것이 칼 마르크스가 지적한 임금노동의 폐해, 노동소외로부터 벗어나는 길이 아닌가?
권 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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