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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신간] 새로운 세상의 문 앞에서…자본주의가 가르치지 않는 자본주의 사회의 비극

20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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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보편화된 시대, 난민·이주노동자 출신 홍세화(오른쪽)와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영화감독 이송희일이 만났다. 이들은 전 세계적인 화두인 기후 위기부터 교육, 정치, 언론 등의 문제를 진단하고 방향성을 제시한다. '새로운 세상의 문 앞에서'는 두 '창조적 소수자'의 대화를 묶은 대담집이다. 〈삼인 제공〉

'위기'라는 말이 보편화된 세상이다. 지구가 여섯 번째 대멸종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이를 증명하듯 지구는 가뭄·홍수·화재 등 이상 기후에 신음하고 있다. 삶의 터전을 잃은 기후 난민들이 생존의 길을 찾아 국경을 넘고, 나이·성별·국적·계급 간 갈등이 분열을 야기하고 있다. 인류의 장밋빛 미래를 보장할 것 같았던 기술 발달이 오히려 인간을 소외시키는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을까. 또 미래 세대에게 삶의 터전과 상호 존중의 사회를 온전한 모습으로 물려줄 수 있을까.

커밍아웃 영화감독 이송희일
이주노동자 출신 홍세화 만나
사회갈등원인 진단한 '대담집'
생생한 체험담으로 약자 대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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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이송희일 지음 삼인 328쪽/1만7천원

이 중대한 물음 앞에서 난민·이주노동자 출신 홍세화와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영화감독 이송희일이 만났다. 


차별과 혐오의 최전선 당사자들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뜻깊다. 이들이 만나 나눈 대화는 그동안 공론화되지 못했던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책은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온 두 '창조적 소수자'의 대화를 묶은 대담집이다. 

두 사람은 경험하고 공부하면서 쌓은 인식의 틀 안에서, 전 지구적 기후 위기와 사회 구성원들의 갈등 원인을 진단한다. 

무거운 주제일 수 있지만 생생한 체험담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설득되고 감성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특히 △왜 탈성장이어야 하는가 △차별과 혐오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죽음의 행렬, 어떻게 멈출 것인가 △한국 진보정치, 어디로 가야 하는가 △교육은 우리를 어떻게 배신해 왔는가 △언론은 누구를 위해 복무하는가 등을 끊임없이 질문하고 가감 없이 답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세상, 대전환의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홍세화와 이송희일은 대담집에서 '탈성장'이라는 기치 아래 시민들이 연대해 체제의 전환을 이뤄야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후 위기를 극복해 보겠다고 벌어지는 정상들의 회담에 정작 피해 당사자인 제3세계, 농민, 미래 세대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현실을 비판한다. 그러면서 탈성장으로 가지 않는 한, 그리고 강력한 국제 기후 운동이 일어나지 않는 한,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거라고 전망한다.

"1920년대, 1930년대에 존재했던 사회주의 인터내셔널보다 더 강력한 국제 기후운동, 예컨대 '기후 인터내셔널' 형태의 운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엔 당사자 총회처럼 각 정부 수장들이 모여서 하는 형식적인 국제 담화로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한다는 건 거의 농담에 가깝죠"(37쪽 이송희일).

두 사람은 또 우리교육 현실을 실랄하게 꼬집는다. 자본주의사회에 살고 있으면서 자본주의를 가르치지 않아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은커녕 노동에 대한 반감과 자본 친화적 의식, 즉 자기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갖게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 사회의 노동 문제와 관련해서 가장 심각한 문제의 하나로 보는 것은 우리가 자본주의사회에 살고 있는데도, 사회 교과목에서 자본주의를 공부하지 않는다는 거예요.(중략) 사회 교과목이 초등학교 때부터 있어요. 그러면 왜 우리가 사회 교과목을 공부하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인식하라고 공부하는 건데,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자본주의사회라면 제일 중요하게 공부해야 할 게 자본주의거든요. 논리적 귀결인데, 한국의 공교육에 그게 거의 없는 겁니다." (129쪽 홍세화)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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