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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지대] 돌봄위기 돌봄 전환 사회로

202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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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 대구청소년지원재단 대표

환경단체 옥스팜의 '다보스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억만장자 2천153명이 하위 60%인 46억명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고, 22명의 가장 부유한 남성들은 아프리카 여성 전체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 반면 전 세계 15세 이상의 소녀와 여성들이 제공하는 무급 돌봄노동에 금전적 가치를 부여하면 최소 연간 10조8천억달러에 이르고, 이는 글로벌 테크산업 규모의 3배에 달한다. 하지만 '돌봄'은 여전히 '무상'으로 제공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가난한 나라이건 부유한 나라이건 '돌보는 일'은 삶을 유지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것일 뿐 아니라 인간의 취약함과 상호의존성을 확인하는 일이다. 이 필수적인 '돌봄'이 사라진다면 사회도 경제도 정치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문화적·정치적 안정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돌봄은 언제나 여성이 담당해야 하는 무급노동으로 인식되어왔으며 삶을 가능케 하는 필요노동임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폄하 당해왔다.

우리는 긴 코로나의 터널을 지나오면서 '돌봄'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돌봄이 위기 상황에서 빠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혹독하게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로 공적 돌봄인 어린이집과 학교 등이 문을 닫게 되자 생계와 더불어 가사·교육·돌봄까지 부담해야 하는 워킹맘·대디들, 학교의 긴급 돌봄 운영체계를 모두 떠맡은 돌봄교실 교사들, 방역으로 인해 해고되거나 노동시간이 제한된 방문요양보호사와 간병인들, 극단적 환경에서 장시간 일해야 하는 코로나 현장의 의료인들, 소방대원들 등 수많은 영역에서 크고 작은 돌봄 현장의 아픔과 공백들이 있었다.

그나마 이루어져 왔던 공동체의 돌봄도 코로나와 더불어 사라지고 곳곳의 공적 자원은 민영화와 효율화의 옷을 입고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공공성과 민주주의의 가치는 위협받으며 돌봄은 결국 '자본'의 문제가 되고 '개인'의 무한 책임이 되어버렸다. 지금의 이 불평등하고 부정의한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인류가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꼭 가야만 할 길이고 그래서 '돌봄의 가치가 중시되는 사회'에 대한 수많은 탐색과 시도가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K-컬처, K-방역을 통해 한국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지만 언제까지 여성경제활동 하위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을 것인가? M자 구조 탈피를 외치지만 진정성 있는 여성정책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가? 이제는 블루오션이라는 구호에서 벗어나 돌봄의 가치가 중시되는 전환의 한국 사회를 절박하게 상상해야 하지 않을까?

한편 2020년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1.5%로 OECD회원국 중 또다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한국은 OECD 성별 임금격차 연구에 참여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현재까지 여성에 대한 심각한 임금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별 임금 격차가 직장 근속 연수와 상관관계를 가지는 상황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감소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성별 임금격차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우리나라에서 성별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교육, 훈련, 근속연수, 직종 분리, 고용형태, 기업규모에 따른 성차별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또 우리나라의 유리천장지수는 일본보다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는데, 특히 성별 임금격차와 여성관리직 비율 및 이사회 임원 비율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모든 문제점이 한순간에 해결될 수는 없겠으나 포스트 코로나 시기의 성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바로 지금, 폭넓고 실효성 있는 정책 도입과 신속한 적용이 시급하다.
박선 대구청소년지원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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