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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칼럼] 과학, 문화, 과학교육: 보이지 않는 평화적 무기

202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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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낙천 (DGIST 화학물리학과 교수)

2020년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믿어지지 않는다. 아시아 대륙의 서쪽 끝은 불시에 일어난 전쟁으로 시민들이 생사를 오가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참혹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 대한민국은 한류 문화콘텐츠를 연일 전세계로 확산시키고 있고, 과학기술의 수준도 상승세를 이루며 과학기술, 문화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국가가 되어 가고 있다. 21세기에도 전쟁이 일어나는 서쪽의 상황과 휴전 중에도 평화를 유지하는 동쪽의 상황, 설명하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20년 훌쩍 넘은 기억이다. 필자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 진학할 무렵이었다. "어떤 화학분야에서 공부하고 연구를 수행해야 보다 밝은 삶을 살며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인가"를 고민했던 기억이다. 당시 가장 인기 있는 연구 분야 중의 하나는 유기 발광 다이오드 (OLED, organic light-emitting diode)소재로 활용될 수 있는 화학분자를 합성하고 개발하는 연구였다. 1990년대 후반 소위 IMF 시대를 극복한 대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소재 중 하나로 OLED 디스플레이 개발에 집중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당시 OLED 분자를 연구했던 대학원생들은 디스플레이 신사업을 추진하던 대기업들에 취업이 곧잘 되곤 했다. 한편 최근 유튜브에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선진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산 가전제품을 소개하는 채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국 제품으로 가득 메운 상점에는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이 탑재된 스마트폰과 모니터, 대형 TV들이 즐비하게 나열된 장면이 연출된다. 학문적 호기심에서 시작한 발광 분자의 개발과 화학적 특성 분석이 소자화되고 상품으로 해외 시장에 판매되기까지 20여 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영국과 미국에서 흥행하기 시작한 팝송 문화는 1960년대 이후 전세계를 강타했고, 할리우드에서 생산되는 영화 콘텐츠들은 미국이 얼마만큼 여전히 문화 강국인지 실감하게 해준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과학기술 강국이 문화 강국이라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과학기술 선진화와 문화 선진화 간에는 알 수 없는 어떤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 같다. 한편 세계적 강국들의 문화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의 K-pop,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세계 문화를 선도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우리 국민으로 하여금 긍지와 자부심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문화 선진화와 과학기술 선진화 간에 연관성이 있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가 문화 강국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에는 과학기술 발전이 발판으로서 일부 작용한 것이 아닐까? 물론 외교적·군사적 노력이 크게 작용했겠지만, 휴전상태의 대한민국이 반세기가 넘는 동안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음에는 한류 문화와 함께 과학기술의 힘도 작용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과학을 탐구하고 가르치는 학자로서 필자의 소임은 지식의 생산 그 자체뿐 아니라 '과학자'와 '과학적 시민'을 양성함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적 시민은 과학적 사고 능력을 지닌 시민이다. 과학적 사고는 논리적 사고와 함께 현실에 부합하는 합리적 사고 능력의 향상을 수반하여 높은 수준의 감각과 인지 능력을 키우기도 한다. 시민들 사이로 퍼져 나가는 수준 높은 감각과 인지, 과학적 사고는 서로 융화되어 고도화된 문화를 형성하며, 고도화된 문화는 국력을 키우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평화적 무기라 믿는다. '과학적 사고에 기반한 문화의 탑'을 쌓아 나가는 길은 작은 나라가 큰 나라가 되는 길을 제시할 것이라 믿는다. 이 점에 과학교육의 중요성이 있다고 본다.

정낙천 (DGIST 화학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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