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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칼럼] 합리적 편향에 기대어

2022-03-16

포스코 본사 서울행에 시끌
'포스코=포항' 상징적 의미
지역민 합리적 편견 이해돼
사회적 책무와 연대 의식도
글로벌 기업의 소중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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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살로메 (소설가)

지역 사회가 한동안 시끄러웠다. 포스코가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를 포항이 아닌 서울에 설립한 문제 때문이었다. 포스코가 창립 54년 만에 글로벌 시장에 맞춰 새 체제로 거듭나는 것은 응원할 일이다. 하지만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본사 서울 결정'을 할 때까지 시민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포스코는 포항이란 지명과 함께한 지역 기반의 국민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이다. 본사 기능의 지역 유무는 차치하고라도 그간 포스코의 본사는 당연히 포항에 있었다. 한데 지주사 역할을 하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주민의 의사는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는 데에 시민들이 분노했다. 열 걸음이 멀다 하고 거리에는 포스코를 규탄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시대 정신과 지역 정서에 역행하는 처사에 시민들은 하나 되어 맵찬 거리로 나섰다. 국가기관마저 지역균형 발전을 강조하고, 지방분권을 인정하며 속속들이 지방 거점화를 실천하고 응원하지 않았던가.

불같은 민의는 일단 통했다. 지난달 말 서로 간 합의서에 서명하기에 이르렀다. 내년 3월까지 포스코홀딩스의 소재지를 포항으로 이전할 것을 추진하고, 미래기술연구원 본원도 포항에 두는 것에 합의한다는 내용이었다. 포스코와 지역 사회가 상생·발전할 수 있는 방안도 약속했다. 오해가 풀리면서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은 면했다.

사실 시민들의 요구는 소박했다. 본사 소재지를 기존처럼 포항에 둠으로써 자존을 지키고자 했다. 실리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택하고자 했다. 50여 년간 포스코의 본사가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주가나 수출입에 불리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 불리한 적이 있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말할 수 없는 그들만의 이유로 불리했음은 온 국민이 다 안다.

관련 이사회와 주주 입장에서 보면 주저 없는 시민들의 행보가 확증 편향에 가깝다며 깎아내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인간과 식물은 다르다. 식물의 경우 경계지에 다른 한 종이 생기면 친밀도가 높아져 자생지는 풍부해진다. 다양한 양분과 색다른 환경이 제공되는 것에 두 종 모두 거부감이 없다. 하지만 인간 생태계에서는 낯선 환경이 얼비치면 기존의 종은 본능처럼 제 서식지를 사수하려 온몸을 던진다.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최대한의 정의를 추구하는 데에도 편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이해받을 만한 편향으로 행동하는 것이 인간 속성이기 때문이다. 편견 없이 공정해지는 방법이 있을까. 상식도 한때의 편견을 모아놓은 것뿐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다시 합의서로 돌아가자. 안타깝게도 그것은 끝이 아니다. 포스코와 포항시 그리고 시민대표 등이 합의했지만 완전한 문서라고 보기 어렵다. 사측 최고 책임자의 서명도 없을뿐더러 이사회와 주주들이 그 합의서에 동의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의를 외면한 적법 절차가 온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익 창출이 기업의 최대 목표라고 교과서에서 배웠다. 하지만 그것이 최종 목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사회적 책무와 연대 의식도 소중함을 기업 스스로 더 잘 알고 있을 터이다. 완전한 결정이 나기까지 합리적 편견에 기대어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그리하여 반쪽짜리 합의문을 보면서 이런 바람을 명랑하게 써보는 것이다. 포스코홀딩스 본사는 포항에 있을 때 가장 포스코답고, 가장 합리적이라고.
김살로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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