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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의 문학 향기] 역사학자 이이화

202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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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 (소설가)

2020년 3월18일 '재야 역사학자'로 명망 높던 이이화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1937년 8월23일 대구 비산동에서 출생했으니 향년 83세로 유명을 달리하신 것이다.

선생은 어릴 때 집이 가난해 초등학교도 진학하지 못했다. 15세 때 학교에 다니려 가출, 부산·광주 등지에서 여관 종업원 등으로 일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대학에 진학하지만 학비를 감당할 수 없어 1년 만에 중퇴했다.

세월이 흘러 32세가 되었을 때 신문사 임시 직원으로 취직했다. 임시직이나마 취업을 하게 된 데에는 어렵게 사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독서를 해온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 후 38세 때 민족문화추진위 국역연수원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한학 공부에 매진했다.

40세부터는 직장 없이 글쓰기에 전념했다. 이윽고 50세에 역사문제연구소를 설립하여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59세부터는 10년 동안 외부 활동을 삼가고 '한국사 이야기' 전 22권을 집필했다.

'정의론'으로 유명한 존 롤즈는 "가장 소외받는 계층부터 지원하는 것이 정의"라고 했다. 프랑스, 독일 등의 서구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이화 선생처럼 혼자 힘으로 대기만성을 이루는 사례는 너무나 희귀하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천재들이 허무하게 묻히고 있다.

필자는 '한국사 이야기'에서 문학 향기를 맡는다. 본래 이이화 선생은 소설가 지망생이었다. '한국사 이야기'를 읽으면 역사학자가 어찌 이처럼 유려한 문장을 쓸 수 있을까 싶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흔히 '역사의 대중화'라 한다.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역사책을 소설처럼 읽을 수 있도록 알기 쉽게 체계를 세우고 자상하게 해설한다는 뜻이다. 대중적 역사 해설서의 원조 이이화 선생의 글에 짙은 문향이 샘솟는 것은 당연하다.

전체 22권 중 제4권이 '남국 신라와 북국 발해'다. '통일신라와 북국 발해'가 아니라 신라를 남쪽나라, 발해를 북쪽나라로 표현했다. 고려가 사실상 최초의 통일 국가라는 의미다. 그래서 제5권 제목이 '최초의 민족통일국가 고려'다.

선생은 필자의 '전국 임진왜란유적 답사여행'(전 10권) 추천사에서 "10권이나 썼지만 아직 미완성이다. 어서 통일이 되어 북한의 임란 유적도 모두 다루어야 완성이 될 텐데"라고 안타까워했다. 통일을 못 본 채 우리 곁을 떠난 선생을 기리며 오늘 이 글을 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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