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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칼럼] 독립문예지를 만든다는 것, 읽는다는 것

202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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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애 전 독립문예지 '영향력' 발행인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필자가 독립출판으로 발행한 문예지 '영향력'은 '키친테이블라이팅'이라는 별칭이 있다. 김연수 작가의 산문 '청춘의 문장들'을 통해 알게 된 '키친 테이블 노블'이라는 단어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용한 말로, 직역하면 '부엌 식탁에서 쓰는 소설'이다. 우리는 '노블'을 '라이팅'으로 확장해 '키친테이블라이팅'을 '전업 작가가 아닌 사람이 일과를 마치고(그 언제라도) 부엌 식탁에서(그 어디에서라도) 쓴 글'로 정의하고, 그러한 글을 쓰는 사람을 '키친테이블라이터'라고 부르기로 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J.K. 롤링과 프란츠 카프카가, 그리고 쓰는 사람 대부분이 생업을 겸하며 글을 쓰는 키친테이블라이터였다.

이제는 독립출판이 출판 시장과 독자들에게 익숙한 출판의 한 방법으로 여겨지지만 '영향력'을 준비하던 2015년, 그 당시 발간되는 독립문예지로는 기성 시인 세 명이 만든 '더멀리'(2015년 4월~2017년 2월)가 유일했다. 기존 대형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문예지마저 하나둘 폐간 절차를 밟고, 2016년 문예지 발간 지원 사업마저 중단되면서 문예지 장은 더욱 위축되었다. 그럼에도 문예지를, 그것도 '독립출판'으로 발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고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제일 먼저 읽을 수 있는 곳. 작가 또한 작품으로 가장 먼저 독자와 만날 수 있는 곳이 문예지였다. 문예지에 실린 작품이나 연재한 글을 모아 책으로 발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문예지에 글을 발표한다는 것은 작가로서 쓰는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그 일은 일부 작가에게만 국한된 것처럼 보였다. 꼭 독립출판의 형태여야 했던 건 아니지만 독립 출판의 형태가 아니고서는 나와 같은 사람들, 그러니까 등단이라는 제도를 통과하거나 권위 있다고 여겨지는 상을 받지 않으면 '습작생'이라는 이름에 머무르게 되는, 그러나 여전히 쓰고 있고 자신이 쓴 글을 읽어줄 독자를 기다리는 키친테이블라이터들의 글을 독자와 이을 방법이 없었던 것뿐이다.

'영향력' 발간 이후 개성을 지닌 여러 독립문예지가 발간되었다. 유명 작가의 표절 사태와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을 통해 기존 문단 구조를 비판하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 출판사의 문예지 또한 리뉴얼을 시도하며 등단 여부를 가리지 않고 작품을 소개하는 등 등단과 비등단, 독립출판과 기성출판의 경계도 점차 흐릿해지고 있다. 웹진 등 새로운 형태와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 경험의 폭을 확장하는 문예지는 지금도 생겨나고 있지만 '영향력'을 비롯한 여러 독립지가 휴간이나 폐간에 돌입하기도 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적어도 '영향력'은 '독립'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에 실패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들어야 할 마땅할 소리들이 있고 그것들을 받아낼 지면과 전할 매체는 여전히 부족하다. 독서 인구 중 문예지를 읽는 이는 일부에 불과하겠지만 기존 제도의 의의와 한계에 대해 고민하며 변방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독립문예지가 활성화된다면 보다 많은 다양성을 품고 태동하는 가능성들을 개인의 삶과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 기반이 약해진 나라에서 낙관적인 전망을 기대하기란 힘들다는 것은 이미 자명하다. 이참에 마음에 드는 문예지를 찾아 정기 구독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김정애 전 독립문예지 '영향력'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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