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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신간] 발언 Ⅲ…"인생 가장 소중한 가치 물질적 풍요 아닌 자유"

2022-05-06

김종철 전 '녹색평론' 발행인
언론에 기고한 글 엮은 칼럼집
"정신적 빈곤 속에 맞은 코로나
좋은 삶이 무엇인지 통찰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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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후로 인한 생태적 위기는 출구조차 보이지 않는다. 정치·경제·사회적 혼란 역시 해법조차 보이지 않고, 인류는 결국 나아갈 지표를 잃고 비틀거리고 있다. 하지만 창조적인 비전을 제시하며 대응하기는커녕 '성장시대'의 낡은 방식만을 맹목적으로 답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책은 격랑의 시대를 어떻게 헤쳐 갈 것인가를 전하는 '해법서'다.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곡진하게 일러주면서 비탄과 무기력을 딛고 넘어설 힘을 주는 '위안서'이기도 하다. 한 손에 담기는 책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책은 2020년 6월 별세한 김종철 전 '녹색평론' 발행인이 국내 언론에 기고했던 글을 엮은 칼럼집이다. 2008~2015년 펴냈던 '발언Ⅰ·Ⅱ'의 후속작이다.

1947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서울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남대 영문학과 교수를 지낸 저자는 1991년 격월간 '녹색평론'을 창간해 작고 당시까지 에콜로지 사상과 운동의 확산을 위해 전념했다. 동시에 한국 사회의 성장 제일주의와 반생태적 가치관에 대해 비판해 왔다. 그가 창간한 녹색평론은 한국사회의 선구적 생태주의 인문지로 평가받고 있다.

발언
김종철 지음/녹색평론사/232쪽/1만1천원

저자는 현대 한국의 대표적인 생태사상가로 일컬어진다. 녹색평론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 인류사회가 빠져 있는 깊은 수렁의 정체를 명철한 눈으로 직시하고, '발언'했다. 또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변화의 움직임들을 찾아서 한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해왔다. 특히 저자는 '생태적 지속가능성'이라는 문제를 한국사회에서 주요 화두로 공론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역통화나 기본소득, 시민의회, 숙의민주주의 등 지금은 익숙해진 개념과 의제를 앞서 소개해 대한민국에 뿌리내리고 확산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했다.

책에 담긴 글은 읽기에도 부담스럽지 않고 호흡이 길지 않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칼럼이라는 형식 때문에 한국사회의 주요 사건과 현상을 다뤄 다소 무거울 수 있지만, 개별 사건과 현상에 국한되지 않은 저자의 일관된 통찰은 장점이자 매력이다. 그 일관된 통찰은 장기적이고 포괄적이고 심층적이어서 더욱 깊이가 있다.

'코로나 사태, 활로는 무엇인가'라는 글에서는 인생의 소중한 가치는 '풍요'가 아니라 '자유'라는 것을 코로나로 인해 통감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몇 가지와 인간관계, 공동체적 연대 외에는 모두 '쓰레기'라고 일갈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별생각 없이 물자와 에너지를 흥청망청 소비하는 생활을 '풍요로운' 삶이라고 오해하고, 휴가라면 으레 항공여행과 골프와 크루즈 항행 따위를 떠올리면서 그게 '좋은 삶'이라고 믿는 정신적 빈곤 속에서 지내왔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리에게 '좋은 삶'에 대해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는 드문 기회가 주어졌다. 그 결과,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풍요'가 아니라 '자유'라는 것을 통감하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상당 기간의 억제된 소비생활 끝에서 우리는 뜻밖에도 우리의 삶에서 정말 필요한 물건은 몇 가지 안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건강한 먹을거리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좋은 농사와 노동, 비옥한 흙과 맑은 공기와 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좋은 인간관계와 공동체적 연대 이외의 모든 것은 결국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도 우리는 깨달았다."(226~227쪽)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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