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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제정 '국민 생명과 안전 위한 일'

20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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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순림(경북대 간호대학 명예교수)

"4명의 간호사가 방호복을 입고 50명의 환자를 담당하며 2주간 일 평균 1만5천보를 걸었다."

2000년 3월 국가 감염병 전담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자원했던 김성덕 간호사의 수기 내용이다. 김 간호사는 2주간 밤낮으로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확진자를 돌봤다. 김 간호사처럼 대구경북에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했고, 당시 전국에서 간호사들이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 결과 대구경북은 지금처럼 일상을 되찾을 수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3년째 접어들었다. 이를 통해 간호사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구경북의 경우 인구 1천명당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가 크게 부족하다. 대한간호협회가 발간한 '2020 간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현재 대구경북은 인구 1천명당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가 각각 5.2명과 3.6명 수준에 불과하다. 대구는 서울·부산(각각 5.5명)이나 광주(6.0명)보다 낮다. 경북은 전국 평균인 4.2명보다도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대구경북에는 매년 3천여 명의 신규간호사가 배출된다. 하지만 근무여건이 더 나은 부산이나 울산, 수도권 의료기관을 찾아 지역을 떠나고 있다. 외국에선 보통 간호사 1명이 환자 5명을 돌보지만 우리나라 간호사는 1명이 보통 20∼30여 명을 돌봐야 한다. 간호사들은 밥 한 끼 제때 먹지 못하고 화장실 갈 여유조차 없을 정도다. 그래서 방광염과 위장병을 달고 산다.

병원간호사회가 매년 조사해 발표하고 있는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를 보면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신규간호사의 사직률은 급상승하고 있다. 2016년 33.9%에서 2020년 47.7%로 5년 새 13.8%포인트나 높아졌다. 특히 임신, 출산, 육아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지 않아 30세 안팎이면 병원을 떠나 간호사 면허를 '7년짜리'로 부른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코로나19의 최전선을 간호사들이 지켜왔다.

여야 국회의원 3명이 앞다퉈 간호법안을 지난해 3월 발의한 것도 신종 감염병 대유행에 의한 국가적 재난과 공중보건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려면 간호사 수급불균형 문제를 해결해 많은 숙련 간호사를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여기에다 달라진 보건환경 속에서 노인과 만성질환자 등의 효율적이고 적절한 간호·돌봄 서비스가 의료기관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체계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간호 관련 법체계를 정비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1년여를 끌어왔던 간호법안의 처리를 일단락지었다. 앞서 진행된 법안심사소위에서 4차에 걸친 심도 높은 토의 끝에 여야 합의로 조정안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지역 의사 단체들은 간호법은 간호사들의 이익만을 위한 법이라며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독자적으로 진료행위를 하고 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킨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간호법 제정안 그 어디에도 간호사가 독자적 진료행위를 하거나 임의로 진료업무를 한다는 내용이 없다. 또 간호법은 간호사의 이익을 위한 법이 아니다.

특히 간호법은 간호의 전문화와 환자 안전을 위해 환자당 간호사 적정 배치와 적정 업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한 법이기에 전체 간호사의 70%를 차지하는 2030 세대가 환자 간호 시 보람과 자부심을 갖게 해 숙련된 간호사로 남게 할 수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통과만 남겨놓고 있는 간호법 제정을 계기로 우수한 숙련된 간호 인력 양성과 적정한 인력이 배치되고 간호사 처우가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서순림<경북대 간호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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