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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의 소소한 패션 히스토리] '펑크'-정치와 사회경제, 그리고 패션의 복합체…경제 불황기 검정가죽 재킷·올 풀린 바지·피어싱…'대범한 반항'

20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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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펑크 패션(위)과 '펑크: 혼돈에서 쿠튀르로' 전시 ('anarchyuksite.worldpress', 'metmuseum.org')
넓은 칼라와 은색 니켈 지퍼, 스터드(알루미늄이나 쇠로 만든 장식)가 박힌 검정가죽 재킷을 입으면, 평소 얌전했던 사람도 왠지 거칠어지고 반항아스러운 다른 감정과 기분이 들 수 있다. 검정 가죽 재킷은 영화 '위험한 질주'의 말론 브란도, '이유 없는 반항'의 제임스 딘, 뮤지컬 영화 '그리스'의 존 트라볼타, '매드 맥스'의 멜깁슨 등을 통해 다소 반항적이고 불량스럽고 자유분방한 청춘의 이미지와 거칠고 강인하고 대범한 모습을 패션으로 표현해주었다.

재킷 하나로 이러한 특정 이미지를 대표적으로 표현하는 가죽 재킷의 이미지는 '펑크 패션(Punk fashion)'으로 이어져, 검정 가죽 재킷에 찢어지고 올이 풀린 바지로 함께 연출되어 소위 '대범한 반항' 이미지의 완결판인 패션 스타일이 만들어졌다. 펑크(Punk)는 19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 초에 걸쳐 유행한 공격적 분위기의 록(Rock) 음악인 펑크 록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 관념과 외관적 표현은 당시 10대의 반항과 냉소, 소외의 전형적 모습을 보여준다. 감옥의 속어에서 차용된 '펑크'라는 단어는 1970년대 초반 음악적 맥락에서 처음 사용되었고, 이후 젊은이들의 불안을 반영하고 이를 표출하는 문화를 대변하는 용어가 되었다. 1960년대 말 70년대 초 사회경제적 성장 속에서 펑크 이전 사회적으로 젊은 층의 거부적 모습을 보여준 히피(Hippie)가 급속한 산업화에 대한 비판으로 목가적인 관심과 모습을 보였던 반면, 펑크는 뚜렷한 경제 불황기에서 깊은 도시 속 거친 모습으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1970~80년초 공격적 음악 펑크록 영향
10대의 반항·냉소·소외 전형적 모습
양극화·탈중앙화·자유지상주의 관념
패션·예술 등 '펑크 하위문화'로 확산


영국 런던의 펑크 록밴드인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는 펑크 록의 대중화를 이끌며 큰 음악적 영향을 미침은 물론, 그들의 공격적이고 난폭한 연주와 행동은 당시 반항적 젊은 층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였다. 펑크 록은 음악적으로는 1970년대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나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레드 제플린(Led Zeppelin)과 같은 사랑을 울부짖는, 대중적으로 성공한 록(Rock) 음악에 대한 반감을 포함한다. 또한 1970년대 후반 어지러운 사회경제적·정치적 환경 속에서 산업화 확대에 따른 양극화, 탈중앙화, 자유지상주의, 무정부주의의 관념을 지니면서 젊은 층의 하위문화로 이어진다.

펑크는 음악을 넘어 패션, 예술, 공간 등에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펑크 패션은 당시 펑크 록 음악 그룹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펑크 하위문화를 통해 확립되고 확산되었다. 펑크 패션은 좌우 양쪽 머리카락은 밀어버리고 가운데 머리카락을 강렬한 원색으로 염색하여 높이 세운 모히칸 스타일, 뾰족한 스터드가 검정 가죽 재킷, 찢어진 청바지, 은색의 굵은 징이 박힌 액세서리와 체인 장식, 얼굴을 덮은 진한 화장 등이 대표적이다. 재활용 의류를 뒤죽박죽 입고 깨끗한 옷을 거부하며, 의도적으로 옷을 찢고 훼손하여 안전핀으로 고정했다. 그리고 신체적 속박 장치나 피어싱 등 공격적인 안티 패션 스타일로 더욱 강력하고 과감하게 당시 사회적 수용성을 시험하는 의도를 지니고 있었다.

펑크 패션은 1970년대 당시에는 소수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착장되었지만, 현재까지 패션디자인에 대표적으로 영감을 주는 패션스타일이 되었다. 영국의 유명 패션디자이너인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는 스스로 펑크이면서, 이를 패션으로 나타냈다. 그는 영국의 근세·근대의 패션 문화와 스코틀랜드의 가문과 계급을 나타내는 문장으로 사용됐던 타탄 체크(Tartan check), 그리고 영국의 반항적 패션 코드인 펑크 패션을 융합하여 자신의 브랜드를 대표하는 이미지와 스타일을 이끌어왔다.

현재 패션디자이너에까지 많은 영감
혼돈의 시대 펑크+하이 패션 재해석
어두운 느낌서 벗어난 '포스트 펑크'
주류적인 고급 패션 디자인으로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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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펑크 감성과 패션은 이후로도 꾸준히 패션에서 많은 디자이너에 영감을 주었다. 2013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펑크: 혼돈에서 쿠튀르로(PUNK: Chaos to Couture)'전을 개최하여 1970년대 초 혼돈의 시대에서 탄생된 펑크의 시작부터 오늘날까지 하이 패션(high fashion)으로 계속되는 펑크의 영향력을 과시하였다. 이를 통해 원래의 펑크 의류와 현재의 감성으로 재해석된 펑크 스타일의 고급 맞춤의상(오트 쿠튀르: Haute Couture)과 기성복을 포함한 100여 벌의 의상을 통해 펑크 패션 문화의 시각적 상징성과 확산성을 대중에게 소개하였다.

펑크 록 음악의 영향력은 이후 1970년대 후반 디스코 음악과 80년대 팝 음악으로 다소 가려졌다. 그러나 그후 여러 록 밴드에 파급되었으며, 펑크 문화 역시 패션과 디자인, 영화, 예술,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쳐 그 어두운 느낌에서 벗어나 '포스트 펑크(Post Punk)' 스타일로 현재 주류적 고급 패션과 디자인으로 발전해왔다.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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