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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겨울연가 속 남자주인공의 딜레마

2022-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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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뇌과학과 교수·대학원장

전 세계적으로 K-culture, 즉 한류의 열풍이 대단합니다. 본격적인 한류 역사를 돌아보면, 아마도 '겨울연가'라는 국민 드라마가 시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남자주인공 '준상'이 보여준 첫사랑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이 우리 모두의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여, 마치 주인공이 된 듯 울고 웃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남자주인공은 사고를 당해 수술을 받게 됩니다. 의료진은 주인공에게 어려운 선택을 제안합니다. 한 가지 선택은 손상 받은 뇌를 수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약물로 치료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술을 하면 기억을 잃게 되고, 약물치료를 받게 되면 기억은 보존하되 시력은 잃게 되는 것입니다. 준상은 첫사랑의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시력을 포기합니다. 결국 시력을 잃은 준상은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첫사랑과 재회하였을 때, 그녀를 보지 못하지만 바람에 날려온 그녀의 향기로 알아봅니다.

여러분이 준상의 상황에 처한다면, 시력과 첫사랑의 기억 중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이런 여러분의 선택을 도와줄 매우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2022년 독일 라이프치히대학교의 Tobias Langenhan 교수 연구진이 'Brain' 잡지에 발표합니다. 연구진은 신경세포가 소통하는데 중요한 시냅스에 발현하는 단백질 중 하나인 CORD7이라는 단백질이 돌연변이를 일으킨 환자들은 시력을 상실하지만, 흥미롭게도 언어 IQ와 작업 기억력이 향상되었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즉 이 환자들이 시력을 상실하였지만 평균 이상의 지능을 갖게 된 것이죠. 사실 뇌기능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단백질 돌연변이가 기능을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연구진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연구하기 위해 초파리를 이용하였습니다. 초파리는 여름철 과일쓰레기 주변에 나타나 우리를 성가시게 하지만, 초파리 유전자에는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75%가 존재하여 이러한 연구를 하는데 매우 유용한 실험모델입니다. 연구진은 초파리에 환자 돌연변이 유전자를 삽입하여 시냅스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하였습니다. 흥미롭게도 돌연변이로 손상된 단백질을 포함하는 신경세포 간의 시냅스에서 훨씬 더 많은 정보가 소통함을 발견했습니다.

즉 CORD7 유전자 돌연변이는 뇌 속 신경세포 간 시냅스를 더 효율적인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죠. 아마도 이러한 이유로 CORD7 유전자 돌연변이는 비록 시력을 상실하게 되는 문제를 유발하지만, 시냅스를 강화하는 기능적인 개선으로 인지 능력 증가를 가져온 것이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CORD7 유전자 돌연변이 환자가 아니고 후천적인 이유로 실명한 것이라 연구와는 다른 경우지만, 드라마는 어차피 작가의 상상이니 제가 작가라면 이렇게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준상은 시력을 잃은 대신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 속의 시냅스가 강화되어 첫사랑의 기억이 더 강렬하게 뇌 속에 각인되었다."

<DGIST 뇌과학과 교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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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일 DGIST 뇌과학과 교수·대학원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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