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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의 문학 향기] 난해한 소설을 읽으며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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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1일 소설가 박상륭이 세상을 떠났다. 박상륭의 대표작은 '죽음의 한 연구'이다. 소설 주인공 '그'는 창녀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함께 살다가 어떤 중의 머슴이 된다. 서른셋에 스승과 헤어져 승려들이 수행 생활을 하는 유리라는 곳으로 가서 도를 닦는다. 그는 그곳에서 자만심과 우월감에 가득찬 존자승과 편견에 빠져 있는 애꾸승을 살해한다.

그는 자신이 승려들을 죽인 것을 종교적 신념의 실천으로 굳게 믿는다. 극복해야 할 대상들과 싸우면서 구도의 길을 찾고 있노라 자부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는 마른 늪에서 물고기를 잡는 신비한 능력을 선보여 촌장으로 추대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현실 세계의 냉혹한 처분을 받는다. 유리의 판관 촛불 승은 법률에 따라 그를 살인죄로 처형한다.

난해한 소설이다. 주제만이 아니라 문장도 난해의 극치를 보여준다. 예를 들면 "신은 유토피아나 위대한 사회에 살기 적합하도록 사람을 지은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끝없이 투쟁하도록 창조했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 사람을 그렇게 설계하기 위해 신은 고심할 필요도 없었음이 분명한 것이, 사람의 코에다 숨 또는 그의 뜻을 불어넣고 있었을 때, 그 뜻을 욕망의 모양으로 슬쩍 바꿔놓기만 했으면 되었을 것이다" 식이다.

'죽음의 한 연구'는 1996년 양윤호 감독의 손을 거쳐 영화 '유리'가 되었다. 양윤호 감독은 포스터에 "생명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 "젊은 영화"를 통해 "나도 어쩌지 못하는 또 하나의 '나'를 찾아, 낯설지만 아름다운 길"을 제시하려고 했다.

'유리'는 국내 영화 작품 중 최초로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선정되었다. 주인공을 맡아 열연했던 박신양과 이은정은 백상예술대상 남자·여자 신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흥행에는 참패했다. 그 바람에 원작 '죽음의 한 연구'의 후속 소설 '칠조어론'의 영화화 계획이 취소되었다.

'오감도'의 조선중앙일보 연재 중도 하차는 널리 알려진 일화이다. 당시 신문사 사장과 문예부장이 천하의 여운형과 이태준이었지만 독자들의 격렬한 항의에 두 손을 들었다. 이상의 '오감도'와 마찬가지로, 박상륭 소설 '죽음의 한 연구'와 양윤호 영화 '유리' 또한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았음에도 일반의 지지는 얻지 못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에는 깊은 강이 시퍼렇게 흐르고 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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